[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볼링 도박물 '스플릿', '타짜'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까. 연출자 최국희 감독이 답했다.
9일 개봉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제작 오퍼스픽쳐스)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이다. 유지태가 한물 간 전직 볼링 선수 철종 역, 이정현이 허당 매력의 생계형 브로커 희진 역, 이다윗이 자폐 기질과 천재적 볼링 실력을 동시에 지닌 영훈 역, 정성화가 철종과 악연으로 이어진 악역 두꺼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스플릿'은 국내 최초로 볼링 도박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그간 각종 갬블링부터 내기 바둑까지 다양한 형태의 도박이 한국 영화에서 시도됐다. 반면 볼링도박은 어디서도 본 적 없다. 친숙한 스포츠인 볼링의 또 다른 세계를 그려낸 '스플릿'은 그래서 특이하다.
사실 이 영화의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다. 최국희 감독이 자폐를 앓고 있음에도 볼링을 잘 치는 40대 남성을 본 뒤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출발했다. 그는 "시립체육관이 냉방이 잘 된다. 시나리오를 쓰러 자주 갔었다. 우연히 그분을 봤었는데, 정말 잘 치시더라. 우리 영화 속 영훈처럼 하이파이브도 하고"라며 잊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이는 그런 볼링 천재의 옆에는 재능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력으로 이어졌다. 최국희 감독은 "만약 영화 속 영훈 같은 천재가 있다면 누군가가 그를 양지로 데려가서 프로대회에 출전시키기라도 했을 것이다"라며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볼링 도박판 역시 실제로 존재했었다고. 최국희 감독은 "예전에 성행했었던 적이 있다고 하더라. 20년 전인데 판돈이 천만 원짜리였다고 들었다"라며 엄청났던 규모를 설명했다. 그는 "근데 거기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셨고, 다들 볼링장을 운영 중이시더라"라며 웃었다. 이들은 '스플릿'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은인들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볼링협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최국희 감독은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예산으로 영화를 촬영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볼링 레슨부터 시작해서 볼링장 대관비, 연습 비용 등도 많이 절감됐다"라며 영화 속에서 실제로 볼링 선수들이 많이 출연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스플릿'에는 볼링의 시원시원한 매력이 잘 담겼다.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볼링 도박의 세계는 이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볼링이란 소재를 제외한다면 '스플릿'은 도박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영화에 가깝다. 생계형 브로커 희진이 판을 깔면 철종과 영훈이 볼링 레인 앞에 선다. 이들의 맞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두꺼비다. 철종과는 악연으로 얽힌 사이이기도 하다.
'스플릿'이 도박물의 클래식인 '타짜'와 비교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국희 감독은 "'타짜'를 따라잡는 영화는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가 생각하는 '스플릿'의 본질은 '브로맨스'다.
"물론 셀링 포인트는 볼링 도박이다. 레인 위로 굴러가는 볼링공의 소리와 핀이 깨지는 모습 등은 독특한 그림이다. 볼링이란 종목이 가진 매력을 십분 살렸다. 이 외에도 우리 영화에는 따스함과 통쾌함도 있다. 볼링판 '타짜'를 기대하셨다가 나올 때는 더 만족하실 것이라고 본다. '타짜'와는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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