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스틸 /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스틸 /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참으로 영리한 행보다. 배우 엄지원(38)이 '미씽'으로 모성애 연기와 사회적 메시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 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가 30일 개봉했다.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딸 다은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의 이름과 나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단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5일간의 추적을 그렸다.

남성 중심의 충무로에서 여성 투톱의 영화의 등장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만큼이나 눈여겨 봐야 할 일이 있다. 엄지원의 열연이다. 그는 전작 '소원'(2013) '더 폰'(2015)에 이어 아이가 있는 엄마 역을 맡았다. 아직 결혼한 지 2년 밖에 안 된 새댁이지만 어느새 필모그래피 중 모성애 연기의 지분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씽' 속 지선이 엄지원의 전작들과 비슷할 거라고 단정 짓는다면 오산이다.

엄지원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모성애 연기가 여전히 숙제라는 그는 인터뷰에서 "'소원' 때는 엄마 역이 처음이어서 걱정했지만, '미씽'의 경우 똑같은 모성애임에도 다르게 다가왔다"라고 했다. '미씽' 속 지선은 엘리트지만, '슈퍼을'이라는 외주 홍보사에서 일하는 계약직이다. 게다가 빠듯한 월급으로 아이까지 키우는 워킹맘이다. 극한 상황에서 강인한 모성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엄지원은 '미씽'을 통해 또다른 화두를 던진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스틸 /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스틸 /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사실 '미씽'은 엄지원에겐 도박이다. 거듭된 엄마 연기는 이미지 고착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배우로선 두려운 일이기도. 그럼에도 그가 연이어 엄마 역을 맡은 이유는 분명하다. 배우로서 느낀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미씽'은 실종된 아이의 흔적을 쫓는 스릴러다. 하지만 외피를 벗겨보면 이 영화가 품은 문제의식과 사회상이 드러난다. 워킹맘에 대한 이중잣대다. 능력 있는 직원과 좋은 엄마란 역할을 동시에 완벽하게 수행하길 요구하는 착취에 가까운 사회구조를 지선의 처지를 통해 꼬집는다.

그렇기에 실종된 아이를 찾아 나서는 지선이 흘리는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혼을 한 여성이며, 의사인 남편보다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그는 말도 안 되는 편견에 시달린다. 경찰과 변호사 역시 그의 말을 믿어주려 하지 않는다. 자작극이란 소리까지 듣는다.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던 지선이 홀로 폭주하며 발로 뛰어야 했던 이유다. 즉, '미씽'에는 엄지원의 모성애 연기만 담긴 게 아니다. 일하는 여성이 겪어야 하는 차별적 시선까지 그린다.

엄지원은 이를 위해 모든 걸 내던졌다. '미씽'은 분명 엄지원과 공효진 주연의 투톱 영화다. 하지만 분량만 놓고 보면 엄지원 원톱 영화라 해도 좋을 정도다. 약 50회차 중 그가 등장하지 않는 신은 2회차 정도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가 사라진 사실을 인지한 중반부부터는 매 장면이 감정 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외로이 분투하고 괴로워하는 지선 역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찢어진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로 내달리는 지선의 모습은 가히 엄지원의 인생연기라 할만하다.

이미지 관리보단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엄지원. '미씽'은 엄지원이 배우라는 직업을 활용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처지를 대변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영화가 가진 묵직한 메시지는 엄지원의 열연을 만나 더욱 선명하고 분명해졌다. 모성애는 그 매개체일 뿐이다. 엄지원의 인생 연기를 혼자만 보기엔 아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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