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판도라’가 외압 의혹을 딛고 기획 4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지금, 과연 관객은 이에 응답할까?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가 7일 개봉했다. 길고도 긴 시간을 기다린 데다, 총 제작비 155억 원이 투입된 작품이기에 감회도 남다를 터. 도대체 왜 ‘판도라’는 이토록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는지 살펴봤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이 출연한다.

‘연가시’를 준비하며 각종 재난에 대해 조사하던 박정우 감독은 원자력 발전소로 벌어질 재난에도 관심을 가졌다. 4년 전은 정권교체로 어지럽던 시기였다. 박정우 감독은 국가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터라 이를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레 겁을 먹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물론이고 멀게는 1986년 있었던 체르노빌 원전사고까지. 박정우 감독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재난이 다른 나라의 일만은 아니란 생각에 우선 써놓자는 생각으로 ‘판도라’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물론 이미 조사해놓은 자료를 그냥 폐기하긴 아까웠던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판도라’ 초고는 현재의 버전보다는 훨씬 직접적이고 공격적이며 센 발언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에 투자하겠다는 이가 과연 있을까 의문이었단다. 그런데 의외로 투자사에선 원전 재난을 다룬 ‘판도라’를 오히려 반겼다고 한다. 여러 투자배급사와 논의한 끝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을 투자배급 한 NEW가 ‘판도라’를 맡게 됐다. ‘변호인’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까지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NEW는 ‘연평해전’과 ‘판도라’를 함께 품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정부 출연금으로 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태펀드의 투자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촬영을 위해 섭외하려던 공기업은 ‘판도라’가 원전재난을 다룬 탓인지 난색을 표했다. 이미 촬영을 약속했음에도 하루아침에 말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가동 전 위험성 때문에 지어 놓고 관광지로만 활용하고 있던 필리핀 원전을 섭외해 제작비를 줄여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해당 원전은 한국의 고리 원전 1호기와 매우 흡사했지만, 한국수력원자력과 자매회사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장소 섭외를 포기해야만 했다. 박정우 감독은 법률 자문을 구해 꼬투리를 잡힐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 영화에선 ‘대한수력원자력’이라고 바꿔 표기했다.

‘판도라’는 사상 최악의 재난을 다룬다는 것만 공개했을 뿐, 원전 재난이 소재라는 것을 마케팅 단계에서도 함구했다. 영화 촬영 중에도, 촬영이 끝난 후에도 제작보고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개봉을 준비하던 중,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다. 성난 민심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향했고, ‘판도라’는 더 이상 묵혀둘 수 없단 생각에 내년 1월에서 12월로 개봉 계획을 수정했다.

이렇듯 영화 홍보에 있어서도 늘 조심스러워했던 ‘판도라’. 지난 11월29일 ‘판도라’ 언론시사회 도중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있었다. 박정우 감독은 우스갯소리로 “물론 우리 영화가 뭐라고 그렇게 신경쓰겠냐마는 ‘판도라’ 홍보 스케줄을 꿰고 있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하기도.

항간에는 ‘판도라’가 지진 피해와 시국을 이용해 흥행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좋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분명한 건 ‘판도라’는 지진과 낙후된 원전 시설로 인한 사상 최악의 재난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서 관객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눈으로 직접 지진과 원전 사고의 공포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판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 만듦새가 155억 원의 제작비에 비해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말이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