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내부자들'이 청룡영화상에 이어 대종상영화제 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아가씨' '부산행' 없는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주인공은 5관왕을 차지한 '내부자들'이었다. '곡성' '밀정' '덕혜옹주' '대호'와 경쟁한 끝에 거머쥔 트로피였다. 시국 때문일까. '내부자들'은 개봉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뜨거운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이날 최우수작품상은 '내부자들'에게 돌아갔다. 남우주연상 또한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은 이병헌이 수상했다. 여기에 감독상(우민호), 기획상(김원국), 시나리오상(우민호)까지 주요 부문 트로피 5개를 쓸어 담은 '내부자들'이었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미생’ ‘이끼’ 윤태호 작가의 동명 미완결 웹툰이 원작이다. 이병헌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경영)와 재벌 회장(김홍파)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 역, 백윤식이 뒷거래 판을 짜고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 역, 조승우가 빽 없고 족보가 없어 늘 승진을 눈앞에 두고 주저하는 검사 우장훈 역을 연기해 호평 받았다.

앞서 현실의 추악한 이면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내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모 언론사 주필이 초호화 접대를 받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내부자들'이 오히려 현실을 미화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시국이 이쯤 되다 보니 지난해 11월 개봉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재평가 받고 있는 '내부자들'이다.

이에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은 대종상영화제에서 "'내부자들'이란 영화가 개봉한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종종 회자되고 있다. 감독이 신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종종 하더라. 내가 무당도 아니고 신기는 없다. 윤태호 작가의 훌륭한 원작 덕분인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남겼다.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을 만들면서 이 작품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단 생각으로 임했다. 앞서 '파괴된 사나이'(2010) '간첩'(2012) 두 편의 영화 각본과 연출을 맡았지만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충무로엔 한 감독에게 적어도 세 번의 연출 기회가 주어진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발품을 팔러 다니길 수년째. 우민호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 같은 실패한 감독에겐 아무도 시나리오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웹툰 '내부자들'은 우민호 감독에겐 기회였다.

미완결 웹툰 '내부자들'을 시나리오로 완성해낸 우민호 감독은 당시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할리우드 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톱배우 이병헌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설마 출연하겠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이병헌은 3일 만에 우민호 감독에게 '내부자들' 출연 의사를 밝혔다.

얼떨떨했다던 우민호 감독은 조승우에겐 '이 작품에 출연 안 하면 당신 손해다. 언제 이병헌이란 배우와 연기를 해보겠냐'고 이병헌을 팔아 설득했다. 세 차례나 거절했던 조승우는 '인생에 다음 기회는 없다'는 우민호 감독 말에 이끌려 '내부자들'에 합류했다. 알고 보니 조승우는 데뷔 전부터 이병헌의 오랜 팬이었다고.

'내부자들'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한창 촬영 중이던 때, 이병헌이 50억 협박사건에 휘말렸다. 이병헌의 사생활 문제에 대중은 손가락질 했다. '내부자들' 촬영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병헌은 고개를 숙이고 연기에만 몰두했고, 우민호 감독은 그를 안쓰러워하면서도 티내지 않았다고 한다. '내부자들' 촬영이 끝나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여 회식을 하던 날, 이병헌은 모자를 눌러 쓰고 죄인처럼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50억 협박사건으로 인해 법정다툼이 길어질수록, '내부자들' 개봉일도 미뤄졌다. 그렇게 어렵사리 세상 빛을 본 '내부자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세미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내부자들'은 흥행 질주를 이어갔고 본편은 707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성공했다. 인기에 힘입어 개봉한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181분, 무려 3시간1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208만 관객을 동원했다. '내부자들'은 본편과 감독판을 더해 총 915만7,375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이란 이병헌의 애드리브는 전국민의 유행어가 됐고, 정치깡패 안상구 캐릭터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됐다.

개봉 당시 '내부자들' 속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시선은 엇갈렸다. 호평과 혹평을 오가며 우민호 감독 또한 냉탕과 온탕을 모두 경험했다. 하지만 속편 요청이 쏟아지던 중 시국이 요상하게 흘러갔고, 각종 국정 비리들이 공개되면서 '내부자들'은 극사실주의 영화라는 웃지 못 할 수식어까지 얻었다. 그리고 우민호 감독은 이른바 '신기 있는 무당 감독'이란 말까지 들었다. 이병헌의 말처럼,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것.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내부자들'. 지금은 권위가 밑바닥을 친 대종상영화제이지만 청룡영화상까지 작품상 2관왕을 차지한 이 영화가 보여준 현실은 처참했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차기작은 '마약왕'이다. 19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송강호가 출연을 확정지었으며 내년 상반기 크랭크인 예정이다. '내부자들'로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얻은 우민호 감독이다. 먼 훗날 '내부자들'이 충무로와 대한민국 역사에서 어떤 영화로 남을지 궁금한 가운데, 고개 숙인 대종상영화제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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