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하늘, 유인영 / 본사DB
배우 김하늘, 유인영 / 본사DB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여자의 적은 여자란 뻔한 치정극은 지겹다. 김하늘과 유인영이 문제작 '여교사'로 '수저 계급론'을 이야기한다.

4일 개봉한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제작 외유내강)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빼앗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분제가 사라진지 100여 년이 되었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계급이 존재한다. 핏줄이 아닌 부로 결정지어진 또다른 신분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금수저'와 '흙수저' 일명 '수저 계급론'이다. 집 한채 있는 게 소원인 사람과 누군가의 월급을 하루치 쇼핑에 쓰는 사람이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하기에 생긴 말이다.

'여교사'는 그런 계급 차이 때문에 생긴 갈등을 다룬다. 효주의 눈에 혜영은 부모 잘 만나 인생 편하게 사는 '금수저'다. 반면 혜영의 눈에 효주는 까칠하고 모난 열등감 덩어리다. 즉 '여교사'는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여자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다.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재하는 열등감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대부분의 치정극들의 주체가 남성이고, 여성이 매개체인 것과는 상반된 구도다.

영화 '여교사' 스틸 / 필라멘트 픽쳐스 제공
영화 '여교사' 스틸 / 필라멘트 픽쳐스 제공

이 같은 반전은 효주 역의 김하늘과 혜영 역의 유인영 활용법으로도 이어진다. 김하늘은 이미 MBC '로망스'(2002)에서 어린 제자와 사랑에 빠지는 선생 역을 연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효주는 '로망스' 속 김채원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빈틈 많은 인간적인 새내기 여교사였던 김채원과는 달리, 효주는 재계약과 정규직에 목숨을 거는 팍팍한 삶을 산다. 이는 그가 혜영에게 열등감을 갖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간 새침한 외모 덕에 까다로운 부잣집 딸 역을 많이 맡았던 유인영. 때문에 언뜻 보면 '여교사' 속 혜영은 기존에 보여준 이미지의 반복이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혜영은 생각보다 입체적인 인물이다. 마냥 순수하고 해맑아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진 힘의 위력을 아는 매우 영악한 여자다. 어쩌면 '여교사' 속 등장인물 중 가장 계산적이다.

영화 '여교사' 스틸 / 필라멘트 픽쳐스 제공
영화 '여교사' 스틸 / 필라멘트 픽쳐스 제공

김태용 감독은 상반된 처지에 있는 효주와 혜영의 대립과 반목, 이들 사이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을 통해 '흙수저'와 '금수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이를 위해 김하늘과 유인영이란 두 배우를 적극 활용했다. 이는 '여교사'가 질투와 열등감에서 비롯된 여자들 간의 뻔한 치정극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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