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더 킹’이 쓰레기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 권력의 민낯을 제대로 까발린다. 이렇게 대놓고 저격하는 영화도 이젠 나올 때가 됐다. 그리고 그 시작은 ‘더 킹’이다.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인성의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아중 등이 출연한다.

전라도 목포의 삼류 건달 아버지 밑에서 양아치로 자란 태수는 기세등등하던 아버지가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검사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진짜 권력은 주먹이 아니란 걸 깨닫고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 태수. 천신만고 끝에 사시패스에 성공하지만, 우연히 민주화운동에 휘말린 이력 때문에 지방으로 배정 받아 직장인과 다름없는 세월을 보낸다. 그가 생각한 권력과 현실 검사는 달랐다.

그러던 중 태수는 자신이 맡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덮으라는 지시를 받고, 결국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권력의 꼭대기에 선 한강식 검사라는, 초고속 승진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것. 이후 태수의 인생은 승승장구. 기획하고 증거를 모아 수사하고 판을 짜는 권력의 맛에 취한 태수. 그러나 더 높은 곳으로 가려 할수록 자리는 한정돼 있고,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자들은 정해져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더 킹’은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 발을 담근 박태수란 인물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의로워야하나, 가장 썩어버린 환부를 도려내 스크린에 담았다. 군사정권부터 직전의 MB정권까지 ‘더 킹’은 대한민국의 실제 현대사를 자료화면으로 삽입해 사실감을 높였다. 그리고 끝까지 모든 시선을 쓰레기로 취급 받는 이들에게 맞춘 ‘더 킹’이다.

‘내부자들’이 현실을 담아낸 범죄 오락 액션이었다면, ‘더 킹’은 권력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그리고 판단은 관객, 아니 국민에게 맡긴다면서도 실제 뉴스 화면을 대놓고 보여주며 분노해야 할 대상을 철저하게 응징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으로 이한 트라우마가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는 한재림 감독은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당시 국회에서 웃고 있던 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직설적인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

여기에 비리 검사를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 또한 빛난다. 가장 높은 곳, 펜트하우스에 갓 입성한 어리바리 평검사에서 권력 중심으로 뛰어든 박태수의 변화를 처절하면서도 담백하게 연기해낸 조인성이다. 칭찬 받아 마땅한 열연이다. 또한 오히려 비웃음을 사고 싶었다며 권력의 추악함을 우아하게 담아낸 정우성의 뻔뻔함은 ‘더 킹’의 백미다. ‘버스 안에서’를 열창하고, 클론의 ‘난’에 맞춰 춤을 추고, 무당과 굿판까지 벌이는 한강식. 정우성이기에 가능했다.

밝은 곳에서 추악한 일을 일삼는 비리 검사와 달리 어두운 곳에서 추악한 이들의 밑을 닦는 조폭 두일을 연기한 류준열 또한 빛난다. 과하지도 모자람도 없이 ‘더 킹’에 녹아든 류준열이다. 한강식의 오른팔 배성우와 들개파 두목 김의성, 우정출연으로 ‘더 킹’에 힘을 보탠 김아중까지. 모두에게 ‘더 킹’은 좋은 선택이었다. 오는 18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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