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정우성의 악역은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청춘의 아이콘, 대표 미남 배우였던 정우성이 달라졌다. 연기인생 변주를 시작하며 어느덧 영화배우 선배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정우성.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보석 처럼 빛난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우성이 연기한 한강식 검사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 하는 실세다.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그의 앞길을 막아서는 행위를 한다면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다. 세상 밖에 내놓을 기회만 노리며 자료실에 묵혀 둔 자료만도 산더미다.
'내가 역사야, 이 나라고'라는 대사처럼, 한강식은 이슈는 이슈로 덮고 당한 것에는 꼭 응징한다. '아주 복잡한 정치 엔지니어링의 철학'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개인의 권력욕과 출세욕일 뿐. 알고 보면 단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듯 '더 킹'의 갈등을 야기하는 악역 한강식. 그렇다면 왜 정우성은 누가 봐도 나쁜 놈인 한강식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실제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한강식을 연기하면서 우려는 없었을까?
정우성은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아직 어리고 젊은 나이의 후배들이나 자기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들은 조금 더 낭만적이고 판타지를 줄 수 있는, 희망적인 캐릭터를 선호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반면 난 어느 순간 선배가 됐잖나. 선배로서 영화를 대하는 방식, 영화로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고 바라는 달콤한 캐릭터만 계속 할 순 없는 거니까. 선배로서 가져야 할 건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는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 사회의식을 담은 작품 그리고 그 안에서 악역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후배들에게 그런 역할을 강요할 순 없다"는 정우성은 "난 선배이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함으로서 선배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변해왔다. 내가 여태 영화를 대하는 방식은 뭐였을까 생각해봤다. 그러고 보니 난 어릴 때도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영화를 좋아했더라. 하지만 이렇게 스타가 되고,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그런 달콤함에 빠져 배우가 아닌 개인 정우성이 조금 더 멋져 보이는 그런 역할 안에서 안주했고 안위했고 안일했구나 싶었다"고 한때 자신이 돋보이는, 멋져 보이는 역할에 안주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리고 이제는 달라졌다고 밝히기도. 실제 최근 정우성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멋진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 착하고 정의로운 인물은 별로 없다. 선역인 것 같으면서도 악역인, 악역인데 왠지 응원도 하게 되는 그런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해온 정우성이다.
영화 '감시자들'(2013)을 통해 생애 첫 악역을 맡은 정우성. 그가 연기한 제임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물이었다. 목적을 위해선 살인도 마다 않는 이 인물은 정우성을 통해 기존 악역과는 차별화 됐다. 살인마, 범죄자이지만 잘생긴 외모에 롱코트를 입고 거리를 런웨이처럼 걸으며 여심을 사로잡다가도 나쁜 짓을 할 땐 그 누구보다 잔인하게 극중 캐릭터를 몰고 간 정우성이다.
'마담 뺑덕'(2014) 심학규 역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주인공이지만 심학규는 불륜으로 좌천 된 곳에서 동네의 순진한 처녀 덕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지만 결국 가차 없이 버리는 인물이다. 이야기만 들어선 천하의 몹쓸 놈이다.
특히 정우성은 '비트' 김성수 감독과 재회한 영화 '아수라'(2016)에서는 착한 놈 같으면서도 나쁜 놈인 비리형사 한도경 역을 통해 권력을 쥐려는 자들의 서열 관계를 신랄하게 보여줬다. 강자 앞에선 약하고 약자 앞에선 강한, 그러다가 궁지에 몰리자 고양이를 무는 쥐가 된 한도경. 주인공은 정의롭고 착하거나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식을 처참하게 깨부순 '아수라' 그리고 정우성의 도전이었다.
'감시자들'부터 '더 킹'까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정우성은 "변신을 일부러 의도하진 않았다. 악역을 주로 선택한 건 무의식적인 판단이었다"면서도 "배우로서 연기 폭을 넓히고자 하는 그런 게 분명 동반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나리오가 만들어 놓은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보다는 그 캐릭터에 투영을 해서 뭔가 화두를 던질 수 있는 화법의 연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악역이든 선역이든 그 마저도 아닌 다른 제3의 역할이든. 정우성의 선택은 늘 틀림이 없었으니 앞으로도 그의 선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킹' 한강식 같은 역할은 정우성이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정우성을 대체할 배우는 아직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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