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인 기자] 정인선은 예쁨을 놓는 것에 겁내지 않는 배우다. 오히려 자신이 예쁨을 놓지 못할까봐, 연기보다 예쁨을 우선시 하게 될까 겁을 낸다.
다섯 살부터 연기를 시작한 정인선이었지만 연기 경력 20년이 되고서야 처음으로 도전한 것은 러브라인, 뽀뽀신만이 아니었다. 최근 생애 첫 화보 촬영 진행했던 정인선은 당시를 회상했다. 연기와는 전혀 다른 디렉팅과 계속해서 바뀌는 콘셉트는 처음 경험해보는 정인선에게 힘듦과 신선함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제가 무슨 정신으로 했을까요. 정신없이 찍고 의상 콘셉트, 메이크업을 바꿨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시선을 똑바로 하라’고 들어왔는데 화보 현장에서는 ‘나른하게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연기는 몇 달간 준비해서 천천히 과정을 보여주는 거라면 화보는 콘셉트가 훅훅 바뀌니까 힘들면서도 재밌었어요. 사실 피칠갑이나 까만 칠을 하는 콘셉트를 더 좋아해요. 예쁜 역할을 경계했던 이유기도 해요. 나중에 그 예쁨을 놓지 못할까봐서요. 그래서 극단적인 콘셉트, 그런 캐릭터를 선호해요. ‘맨몸의 소방관’에서 예쁨은 달성했어요. 그거면 충분해요(웃음).”
정인선은 태생부터 연예인이었다. 친오빠를 따라 연기학원에 다니게 됐다는 정인선은 ‘레디, 액션’에 반응하고 캣워크를 하며 집안을 활보하는가 하면, 노래와 연기를 하는데 부담을 느낀다거나 눈치를 보는 건 전혀 없었다. 촬영장은 놀이터와도 같은 곳이었다고. 하지만 왜 아역의 고충이 없었겠나.
“너무 많은 호응이 납득이 안되더라고요. ‘왜 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친구들과 내 생활은 왜 다르지’, ‘내가 아역이 아니면 내 친구일거야?’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어요. 촬영장을 나가면 ‘인선씨’라 부르는데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꾸지람을 받아요. 사회인과 중학생에 대한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뭐였을까. 뭐하는 사람이었을까’하는 생각부터 ‘공인답게 행동해’라는 말만 들어왔는데 ‘내가 원하는 건 뭐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TV로 보는 제가 매력 없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매직키드 마수리’를 찍은 후였다. 중학교 2학년의 정인선은 브라운관 속 자신의 모습이 매력없게 느껴지기 시작한 이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고 사진, 여행 등의 취미를 갖게 됐다. 스스로의 기호를 갖기 위해서였고 배우 정인선이기 전에 사람 정인선으로서의 매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계속된 고민 속에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정인선은 정성일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영화 ‘카페 느와르’에 출연했고 이후 ‘한공주’를 통해서 은희를 만나게 됐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닌데 완전히 흡수당했어요. 한공주를 하고 싶었고 감독님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촬영은 진행 중이었어요. 감독님은 은희를 보고 싶어서 부른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한공주는 누구냐고 물으니까 천우희 언니라 하셨어요. 그럼 하겠다고 했어요. ‘써니’를 보고 관심 갖고 있었거든요.”
은희를 연기한 후 친구들로부터 캐릭터와 닮았다는 평을 들은 정인선은 오히려 자신의 친구와의 기억, 성격을 풀어서 표현한 것이라 했다. 때문에 개봉 후 은희에 대해 판타지적 인물이라는 의견이 놀라웠다고.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 하는 정인선에게 은희는 자신의 캐릭터 컬렉션 중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5세부터 연기를 시작한 아역 출신 정인선은 벌써 경력 20년이 훌쩍 넘어 20대 중반의 배우가 됐다. 하지만 ‘마녀보감’, ‘맨몸의 소방관’, 패션화보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듯 앞으로 도전할 무궁무진한 역할들이 남아있다.
“올해는 긴 호흡으로 만나고 싶기도 하고, 역할 면에서는 형사, 프로파일러 같은 전문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사실 데뷔 20년이 크게 와 닿지도 않고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에요. 그 시간동안 꾸준히 작품을 해온 건 아니었으니까요. 60년이 돼도 기념을 하진 못할 것 같아요. 그냥 제가 맡았던 캐릭터 컬렉션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정도일 듯 해요. 얼마 전에 한 팬 분이 14년 차 팬이라고 해서 당황했어요. 저 보다는 꾸준히 항상 응원해주는 분들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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