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36년을 한 분야에 종사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능력은 물론 성실함까지 갖춰야 한다. 특히나 배우는 운과 스타성까지 따라줘야 한다. 장서희(45)에게 지나온 시절을 물었다.
영화 '중2라도 괜찮아'(감독 박수영/제작 메가폰)에 출연한 장서희의 홍보 인터뷰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모처에서 진행됐다. 극 중 장서희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자 두 아들의 엄마 보미 역을 맡았다.
◆ "11세에 데뷔, 사춘기도 일하면서 보냈다"
장서희는 지난 1981년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로 데뷔했다. 아역으로 활동하던 그는 1989년 MBC 19기 공채 배우에 선발되면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났다. 벌써 데뷔 36년 차다. 열한 살때부터 지금까지 쭉 배우로 살아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스캔들 하나 없었다. 사춘기도 일로 풀었다고.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을 때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정신이 없었다. 아역 시절에도 어머니가 날 깨운 적이 없다. 늘 알람을 맞춰놓고 벌떡 일어나곤 했다.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당시에는 스타일리스트도 없었으니 모든 걸 어머니와 함께 했다. 옷도 사고 대본 암기도 하고 방송국도 같이 갔다. 연기는 내게 재미있는 일이었다. 또한 어머니는 나의 울타리였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마주한 장서희에게선 여유와 지혜가 느껴졌다. 아역배우에게는 자상하고 깍듯했고, 취재진에게는 솔직하지만 품위 있는 태도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30년 넘게 롱런 중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사실 지금에야 '장루이시'로 불리는 한류스타지만, 무명시절도 길었다. 일찍 데뷔한 것에 비해 운이 없었다. 첫 주연작이 MBC '인어아가씨'(2002)다. 장서희는 20대 때는 아역출신이란 게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의 어릴 때 얼굴을 기억하는 바람에 성인이 된 모습이 매치가 안 된다는 게 싫었다. 그래도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세월이 지나면 내 얼굴에서 성숙미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아역시절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다. 그건 긴 시간 동안 배웠던 걸 부정하는 게 아닌가"라며 웃었다.
◆ "연예인 말고 다른 직업?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단역과 주인공 친구 역을 거쳐 주연까지 한 계단씩 올라온 장서희. 반칙 없는 행보는 그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는 "연륜이란 건 무시 못한다. 열한 살부터 연기를 배운 게 참 감사하다. 물론 아역들에게도 경쟁은 있다. 그럼에도 어른들 틈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경험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이는 아역들을 볼 때마다 짠한 마음이 드는 이유라고.
"그들을 보면 남일 같지 않다. 이번에 '중2라도 괜찮아'에 내 아들 역으로 출연하는 윤찬영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학창시절 추억을 많이 가지라고 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빼먹지 말라고 했다. 일반인 친구들을 많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아역배우들은 사회에 일찍 진출한 셈인데, 그러다보면 동심을 잃기가 쉽다. 슬픈 일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아이답게 놀고 연기할 때는 어른들과 함께 가라고 했다."
하지만 늘 최선을 다했던 장서희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그는 '연예인 말고 다른 직업을 꿈꾼 적이 있나'란 질문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내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난 무명시절이 길었다. 지칠 때도 있었다. 직장인들도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좀 자유로운 직장인이랄까.(웃음) 힘들 때는 종교에 기대기도 했다. 나는 불자인데, 부모나 형제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절에 가서 해소할 때도 있다. 그렇게라도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돌이켜 보니 나는 연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그래도 꼽아본다면 손재주로 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뭔가를 조각하고 만드는 걸 좋아한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