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지금껏 한 영화 중 제일 편하게 찍었다. 제작비가 크고 작음을 떠나 살벌한 곳도 많다. 시간이 돈이니까. 어떤 배우들은 그런 분위기 때문에 마음껏 연기를 못한다.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배우 한재영이 기억하는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은 그런 현장이었다. 지난 2008년 전북 익산시 약촌 오거리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모티브인 작품이다.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의 이야기다. 한재영은 현우에게 누명을 씌운 형사 백철기 역을 맡았다.

극 중 강하늘과 한재영은 철천지원수다. 하지만 실제로는 막역한 사이라고.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 식구이기도 하다. 아끼는 동생과 함께한 '재심' 현장은 치열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이들의 친분은 백철기가 현우를 구타하는 신에서 진가(?)를 발휘하곤 했다고.

"내가 '진짜로 때린다'고 하면 하늘이가 '형 저도 좋아요'라고 하더라. 그 뒤론 따로 이야기 안하고 무조건 그렇게 했다. 서로 아니까.(웃음) 믿음이 있는 거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기에 서로 배울 수 있는 사이라고나 할까. 강하늘, 실제로도 미담 제조기냐고?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하는지 나도 모른다. 일단 현장에서는 잘하더라. 영리한 배우라고나 할까. 본성도 착한 친구다.(웃음)"

영화 '재심' 스틸
영화 '재심' 스틸

비단 강하늘뿐만이 아니다. 한재영 가라사대, "마음만 열면 어떤 현장이라도 배울 게 널려있다"고. 그는 "이건 모노드라마가 아니지 아니다. 서로 주는 만큼 받아야 한다. 심지어 셋이서 촬영을 하는데 한 명이 대사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그와도 교류를 해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나도 나이가 들고나니 사람을 만나면 딱 구분이 되더라. 이야기를 해보면 알지 않나. 내성적인 사람도 있고 활동적인 사람도 있다. 감으로 알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태프 및 배우들과 잘 지내려 노력했다. '진짜 고생한다' 격려도 하고, '오히려 내가 잘 부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술도 마셨다. 그땐 작품 이야기는 거의 안 한다. 스트레스를 주로 풀었다."

특히나 정우와 강하늘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재영은 "두 사람은 나보다 영화 경험이 많지 않나. 정우도 먼저 와서 이야기를 해주더라. 거기서 '내가 나이가 더 많은데'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다. 소통이 끝나게 되니까. 내가 못 보는 걸 상대방이 볼 수도 있다고 여겨야 한다. 특히 정우는 전체적 흐름을 볼 줄 알더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덕분에 한재영은 '재심'에서 NG를 거의 내지 않았다. 그는 "두 테이크 이상 간 신이 거의 없다"라며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현장이 정말 편했다. 김태윤 감독마저도 형 같았다. 다들 형 동생하면서 지냈다"라며 "오히려 예의상 한 번 더 갈 때도 많았다. 내가 '더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여기면 김태윤 감독이 '더 나올 게 있느냐'라고 묻기도 했었다"라고 식구들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지금에서야 신 스틸러로 불리며 여러 작품을 종횡무진 중이지만, 한재영에게도 서운함이 앞서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나도 단역을 해봐서 안다. 잘할 수 있는데 괜히 주눅들 때도 있다"라며 팀워크를 중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열 번을 나오든 한 번을 나오던 작품을 같이 만들어 가는 사이다. 동등해야 한다. 사실 마음만 그렇지 내 배역에 집중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울 때도 많았다. 내가 하느님이나 천사는 아니니까. 내 연기도 못하고 있는데. 그럴 때는 솔직히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동료들과 최대한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재심'은 내게 그런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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