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연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이 신작 '해빙'으로 돌아왔다. 섬세한 연출로 장르의 매력을 살리는 연출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스릴러 전문'이란 수식어는 사양하고 싶다고.

1일 개봉한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제작 위더스필름)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 승훈(조진웅)을 둘러싼 심리 스릴러 영화다. 앞서 이수연 감독은 '4인용 식탁'에서 인물 간의 심리적 긴장감을 탁월하게 녹여내 호평받은 바 있다. '해빙' 역시 치밀한 계산으로 잘 쌓은 스릴러다.

하지만 이수연 감독은 '스릴러 전문'이란 말에 "이제 겨우 스릴러 두 개를 했을 뿐이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나를 스릴러 감독으로 낙인찍지 말아달라. 내가 쓴 수많은 시나리오 중 그것만 투자가 됐을 뿐이다"라고 했다.

"난 스릴러에 특화된 사람이 아니다. '4인용 식탁'과 '해빙' 겨우 두 편을 했다. 개인적으로 난 스릴러보다는 미스터리 구조 그 자체를 선호한다. 흥미를 잃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좋다. 답을 찾아가는 게 아닌가. 어떤 분들은 로맨스에 미스터리를 결합하시기도 하더라. 그럼 당기는 맛이 생기는 거지. 미스터리는 관객과의 줄다리기에 효율적인 도구다."

영화 '해빙'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빙'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럼에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스릴러가 대중에게 남긴 잔상이 큰 건 사실이다. '해빙' 역시 장르의 매력을 십분 살린 영화다. 또한 중산층인 승훈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면서, 사회적 메시지까지 건드렸다. 하지만 이수연 감독은 "그런 걸 그리기 위해 승훈의 직업을 의사로 설정한 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처음 시작은 유튜브에서 본 수면내시경 영상이었다. 가사 수면인 사람이 살인 고백을 하면 어떨까 싶었지. 그걸 가장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의사다. 지나가던 경찰이 들을 리는 없지 않겠나. 승훈의 직업을 의사로 설정한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하필 페이닥터로 설정한 건 주제의식의 발현이 맞다고. 이수연 감독은 "평소 내가 생각하던 화두가 나도 모르게 반영이 된 거다. 창작의 과정이 사실 그렇다"라며 "어떤 이야기든 작은 씨앗에서 시작이 된다. 처음부터 주제를 선택하진 않는다. 단지 완성하고 나서 보면 '내 마음속에 이런 그림이 있구나'라고 느껴지는 거다. 그래야 팔딱팔딱 뛰는 이야기가 나온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기 안에 있는 가장 큰 화두가 구슬처럼 꿰어지게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수연 감독의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이수연 감독은 "나는 영화는 슬퍼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미디나 멜로, 스릴러도 마찬가지다. 사는 게 원래 슬프지 않나"라며 웃었다.

"나는 내가 어두운 사람이라 여기지 않는다. 단지 사는 게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외면하지 않을 뿐이다. 직면하기 좋아한다고나 할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여기는 게 더 이상하다. 힘들다고 웃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농담이 되진 않는다. 코미디조차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날 때가 있지 않다. 사실 멜로나 코미디는 정말 천재들의 장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도 내공을 쌓아서 도전해보고 싶다. 지금은 언감생신 처다도 못본다고나 할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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