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오로지 무대만을 바라보며 배우가 된 최우혁은 매체(TV·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공연을 위해 매체의 힘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배우도 사람인지라 빈자리가 많은 광경을 보게 되면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다르다는 그는,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바로 공연을 택하겠다 말한다. 공연만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리지 않고 작품에 몰두하고 싶단다.
무대 위에 서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던 최우혁에게 배우가 된 계기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계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큰 누나가 노래를 잘해서 노래에는 관심이 많았다고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던 그는 뮤지컬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로 배우 이건명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은행에서 초대권을 받아서 '잭더리퍼'(2013)를 보러 갔다. 첫 뮤지컬 공연 관람이었다. 눈앞에 이건명 선배가 나오는데, 등장부터 압도적이었다.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 커튼콜을 보면서 '이거다, 이걸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길을 찾았다. 성악 배워야 하고, 강렬한 톤으로 노래해야 하고. 건명이 형에 대한 로망으로 그렇게 꿈을 꾸게 됐다. 건명이 형을 좋아한다. 특히 형의 목소리 톤과 색깔을 정말 좋아한다. 강한 한방이 있다. '형 때문에 뮤지컬 시작했다’고 직접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건명이 형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웃음). 정말 배우 이건명을 보고 뮤지컬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많다. 꿈을 가지고 앙상블이 되어 건명이 형에게 인사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건명이 형이 했던 '프랑켄슈타인'으로 데뷔했다."
한번 터지자 멈출 줄 모르는 '최우혁의 선배 사랑' 대상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자신 스스로를 '뮤지컬 덕후'라고 표현한 그가 사랑하는 선배는 이건명을 시작으로, 박은태, 김대종, 최재웅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했다. 좋아하는 선배의 작품이라면 직접 표를 구입해서 앞줄에 앉아 극을 관람한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오늘 안에 마무리 될 것 같지가 않았다. 선배에 대한 극찬과 존경을 표하는 최우혁에게 배우가 되기 전에도 연기에 관심이 있었는지 물었다.
"연기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캐스팅 된 후 왕용범 연출께 처음 배웠다. 그 전에 연극영화과 가려고 3개월 배우긴 했다. 입시는 3~4분 정도 펼치는 연기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정말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데 대학은 목표 그 자체가 아닌 거쳐야 할 하나의 관문이더라. 내가 과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주는 장소쯤. 그래서 2학기에 바로 휴학을 신청했다. 다들 나에게 '너 같은 애들 한두 명이 아니다'라며 손가락질 했다. 정확히 '프랑켄슈타인' 데뷔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1년 동안 막노동, 짜장면 배달을 하면서 하루에 2천 원 쓰고, 나머지는 연기를 배우는데 투자했다. 배고픔을 참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 불안감이 오더라. 지금도 공연 쉬는 날, 노래 레슨을 받는다. 배운 뒤 충만한 기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 정말 행복하다. 손발이 떨릴 정도로 좋다."
최우혁의 첫 무대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이다. 신인으로서 밟았던 대극장 무대의 소감을 묻자 "욕하면서 들어갔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큰 무대에 서게 된 자신을 처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꿈에서도 의심했고, 확인해야 잘 수 있었다. 지금의 대담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무대에 들어서면서 욕했다. 내가 아니라 세포들이 하는 욕이다. 입으로 버무리는 욕(웃음). 과장한 것이 아니고 '시작한다' 하고 무대에 섰는데, 정신 차려보니 커튼콜이었다. 눈 깜빡였더니 쉬는 시간이었고, 다시 깜빡였더니 끝이었다.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첫 무대 이후 항상 꿈을 꿨다. 무대에서 실수해서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사과하는 꿈이었다. 선배들이 '두번 째부터가 무섭다. 익숙해진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라고 말하더라. 정말 무서웠다. 새벽 3시쯤 항상 '데뷔 한 것이 꿈이었던 꿈'을 계속 꿨다. 너무 원하고 절실했던 것이라 꿈인 꿈까지 꾼 것이다. 욕하면서 잠에서 깼고, 안도감에 다시 한번 인터넷에 들어가서 '프랑켄슈타인' 캐스트 속 내 사진을 확인한 뒤에 다시 잠이 들었다."
지금도 혹시 데뷔가 꿈인 꿈을 꾸는지 물었더니 최우혁은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꿈을 꿀 새가 없다. 뻗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감사한 기회와 영광스러운 무대를 거치며 점점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는 배우 최우혁.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2~3년의 한 번은 꼭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상황이나 돈 같이 뭔가 필요해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사회적인 구애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의지만으로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하고 싶은 것도 잘하기도 힘든데, 하기 싫은 걸 잘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나. 참여하고 싶은 작품을 굳이 꼽자면 '베르테르.' '프랑켄슈타인'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고, 내가 미처 못본 새로운 작품도 많이 해보고 싶다."
(사진=본사DB /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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