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사람에게 이미지라는 것은 정체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굴레가 될 수도 있다. 폭발적 목소리와 환상적인 춤으로 인상을 남겼던 스테파니 또한 그 경계선에 서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자신을 규정하던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지던 스테파니의 매력이 털털함과 섹시함이라면 무대 위에서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녹여낸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은 아니다. 스테파니가 지금까지 쌓아온 장점 위에 매력 한꺼풀 더 얹은 모양새다. 색색의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열정 가득한 스테파니를 만났다.

최근 종로구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에서는 스테파니와 헤럴드POP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스테파니는 지난 6월 20일 개막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이하 술눈지)'에서 이브 댄버스 역으로 출연 중이다.

'술눈지'는 일본 작가 미타니 코키의 작품이다. 인간의 이면성을 분리하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는 다가올 연구 발표회에서 자신의 분리된 악한 인격인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한다. 리허설하는 중 약혼녀 이브가 등장하고, 지킬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빅터와 고군분투한다. 스테파니가 연기하는 이브 댄버스는 지킬 박사의 약혼녀다. 귀한 집 아가씨지만 관능 문학을 즐겨 있으며 조신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에는 또 다른 욕망을 지니고 있다. 그 욕망은 이브의 또 다른 인격체인 하이디를 통해 나타난다.

2005년 걸그룹 천상지희로 가수 데뷔한 스테파니. 격정적인 댄스와 강렬한 눈빛으로 무대를 지배하던 그지만 '술눈지' 출연 소감을 묻자 "첫 공연 때 심장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술눈지' 프레스콜 때, 더블 캐스팅인 박하나 배우는 '이브 댄버스'의 성향을 나는 '하이디'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 이미지를 고려해 그렇게 말하기로 약속한 부분이었다. 지킬 역 김진우 배우가 중간에 '박하나는 술 마시면 하이디가 된다'고 폭로했지만(웃음). 솔직히 무대 밖에서의 나는 틀을 깨지 않는 이브 댄버스의 모습이 더 많다. 대중에게 노출되는 무대 위 모습은 하이디 같다. 특히 무대 위에서는 '어디까지 벽을 깰 수 있나 보자' 이런 도전 의식도 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반면 걱정도 많고 예민한 면도 많다."

코미디는 베테랑 배우도 어렵다고 말하는 장르다. 사람을 웃긴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철저한 계산과 예상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편집 없는 무대 코미디는 더욱 그렇다. 스테파니는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이브 댄버스의 캐릭터가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공연에서 항상 첫 대가사 가장 어렵다. 그런데 '술눈지'는 이브 댄버스의 첫 대사로 극이 시작된다. 대극장 공연에서 여자 배우가 독백으로 설명하며 시작하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술눈지'는 첫 장면에서 설명이 안 되면 후반에 나오는 이브 댄버스가 그냥 철없는 소녀로 비춰진다.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또 정태영 연출이 이브 댄버스를 슬프게 가져가면 안 된다고 말한 부분도 있었다. 17세기 정략결혼을 앞둔 소녀는 16, 17세 일 것이다. 결혼은 물론이고 자신의 벽을 한 번도 깨지 못한 이브 댄버스를 생각하면서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녹였다."

스테파니는 무대 위에서 이브 댄버스와 각성 후 인격체인 하이디를 연기한다. 1인 2역이라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다른 성향을 가진 캐릭터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무대 위에는 두 캐릭터가 아닌 세 캐릭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정말 이런 부분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다면 내가 연기를 잘한 거고 아니면 못한 것인데, 마지막에 퇴장하는 이브 댄버스는 하이디를 거치기 전 이브와 또 다르다. '성장'이 녹아 있다. 말투도 다르고 발걸음도 편해진 모습으로 '그래도 벽을 깼으니 할 수 있어'라는 풀이를 하고 싶었다. 나는 이 친구가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마지막의 이브를 연기할 때는 끝까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브 댄버스가 내 인생과 비슷하다. 나도 여기저기 일이 많았으니까(웃음)."

흔히 반전 매력을 말할 때 '머리 풀고 달린다'고 표현한다. 무대 위 스테파니는 이브에서 하이디로 변신할 때, 단정하게 묶고 있던 머리를 푸르고 긴 머리를 홱 휘날리며 달라진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스테파니만의 매력이 부각되는데 바로 몸으로 인물의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이디가 별사탕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브가 건빵이라면, 별사탕 같은 하이디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한 패키지가 될 수 있었다. 자극적인 맛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재미없을 것이다. 하이디는 짧은 시간 안에 자극적으로 많은 걸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변신한다. 이브 댄버스를 할 때는 골반을 안 뺀다. 처신을 똑바로 하는 여성상을 자세로 드러낸다. 코어가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이디로 변하면 일단 엉덩이를 빼고, 육감적인 매력을 나타냈다. 연극이기 때문에 몸에 대한 분석을 더 많이 했다. 이런 부분은 어릴 적부터 해온 발레가 많은 도움이 됐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짐)

(사진 제공=오픈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