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①에 이어)
집에서 설거지, 빨래, 요리 등의 살림을 하고 강아지 털을 깎아야 한다고 말하는 스테파니는 이런 자신을 보면 사람들이 의아해한다고 털어놨다. 연극을 하면서도 몇 관계자들은 '담배 안 피워? 너 다른 면이 있구나' 하면서 놀라워했다. 스테파니는 "나는 무슨 이미지인 거죠?"라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가 "센 언니"라고 답하자, 스테파니는 "센 언니라고 하지만, 내 생각이 뚜렷할 뿐"이라고 받아쳤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센 언니는 확실히 아니었다. 눈물도 많아서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 울고, '동물농장'은 아예 못 본다고. 아기들 나오는 프로그램은 어느 부분에서 우느냐고 물었더니 아기가 걷는 걸 보고 '걸어!!??'하면서 통곡을 한단다.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는 스테파니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이하 술눈지)'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극이다. '인간'에 이어 또 한 번 어려운 작품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더니 "대본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말한다.
"'술눈지' 대본을 차 안에서 읽기 시작했다. 집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다 읽고 들어갔다(웃음). 이 작품이 웃음 코드가 굉장히 많은 작품이다. 하지만 배우는 웃을 수가 없다. 아니 웃으면 큰일 난다. 빅터 역 정민 오빠가 대사를 치면 너무 웃겨서 입을 꽉 깨물고 참는다. 특히 빅터와 지킬이 둘 다 하이디가 되었을 때, 그렇게 애드리브를 친다. 그때 참는 게 고통이다. 이브가 처음 변신해서 '너무 좋아요~' 대사를 하는데 하루는 관객이 빵 터져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다. 빅터가 '좋냐?' 대사를 치면서 웃음이 섞여서 나왔는데, 나도 그거에 흔들려서 웃음이 나와버렸다. 웃긴 거 참는 게 힘들다. 이 작품이 배우들까지 웃으면 개그로 가는 거고, 웃지 않아야 극으로 갈 수 있다."
웃음을 참는 고통에 대해 말하면서 스테파니는 "개그맨 친구들을 존경한다"고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본인은 웃지 않고 웃음을 주는 것에 대한 고충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눈지'의 매력은 웃긴 것만은 아니다. 원작의 웃음 코드를 제대로 살려내려는 스테파니 및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다.
"'술눈지'의 웃음 코드는 목으로 웃기는 것과 다르다. 타이트한 대본으로 사람을 쥐어다 폈다 한다. 원작이 일본 작품이라 그 나라의 웃음 코드가 있다. 한국어로 번역해서 느낌을 살려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미타니 코키는 3번 똑같은 걸 반복해서 웃기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빅터의 빰을 세 번 때린다. 프레스콜 할 때, 배우들이 장면을 나눠서 연기하니까 나중에는 몇 번 때렸는지 까먹기도 했다. 중간에 투입되면 배우도 어쩔 수 없이 헷갈린다. 연습실에서 그런 착오가 많았는데, 정말 끔찍했다. 같은 장면의 반복이 많아서 특히 신경 쓰는 중이다."
모든 연극 작품이 배우간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술눈지'는 특히 배우 간의 관계성이 중요하다. 템포가 떨어지지 않게 착착착 흘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어색함이 싫어서 연기하는 배우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스테파니가 택한 친목 아이템은 술이다.
"(술을 좋아하느냐고 묻자) 완전 좋아한다. 유일한 낙이다. 예전에는 폭탄주를 잘 마셨는데, 어느 날부터 맥주가 안 맞더라. 소주로 갈아탔다. 주량은 적당히 2병이다. (적당히?) 촬영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잘 잘 수 있는 정도가 딱 2병이라는 의미다. 그걸 넘어가면 화이팅이 넘쳐서 잠을 못 자게 되고, 새벽까지 집에 아무도 못 간다. 나랑 놀아줘야 한다. 모두의 삶과 행복을 위해 주량은 2병까지가 좋다(웃음). 술은 현재 함께 일하는 사람과 마시는데, 지금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사람의 포커스나 컨디션 등을 알아야 좋은 호흡이 나온다. 심지어 첫 회식 때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나 혼자 배우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이런 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코미디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대본에 충실하면서 사람을 웃기기가 정말 쉽지 않다. 혼자 몸개그를 해도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옆에서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개성 강한 배우들이 모인 '술눈지' 팀은 일찍부터 훈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술자리가 아닌 무대 위에서 만나는 배우들은 어떤 느낌인지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상대 배우의 특징을 설명해내는 스테파니다.
"지킬은 극중 허당이라 굉장히 멋있게만 보여도 그게 더 웃긴다. 그래서 일부러 앞에서는 개그 하지 말자고 말한다. 지킬이 개그를 하면 완전 망가질 테고, 웃기려 들면 작품이 말릴 것이다. 지킬에는 윤서현, 김진우 배우가 더블 캐스팅이다. 70년생-83년생이라 나이 차이가 크게 난다. 몸을 쓰는 부분에 있어서 차이가 확 느껴지는데, 윤서현 오빠는 몸을 버티지 못해서 내가 사랑으로 안아줘야 하고, 김진우 오빠는 듬직해서 내가 안길 수 있다. 가끔 헷갈려서 혼란이 오기도 한다.
빅터(하이드) 역에는 정민과 장지우 배우가 함께한다. 정민은 능글맞은 빅터고 장지우는 순수 청년이다. 어쩜 이렇게까지 다른지 모르겠다(웃음). 빅터가 하이드로 변했을 때 느껴지는 섹시함이 있다. 웃긴 와중에 섹시한데 그런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빅터는 개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웃기려고 들면 광대처럼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멋짐이 있어야 한다. 내가 반하려면 '이 아저씨 뭐야'하고 생각들면 안 되지 않겠나. 연출 노트 중에도 '빅터가 멋있으면 좋겠다'는 오더도 있었다. 정민 오빠가 여태까지 멋진 역을 많이 해왔지만 식구 중 막내라 애교가 정말 많다. 장지우 오빠도 망가지는 것에 겁이 없어서 재미있다."(인터뷰③에서 이어짐)
(사진 제공=오픈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