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고정되어 있는 것들이 뒤바뀐 가치로 다가오는 순간들을 좋아한다"
손태겸 감독의 첫 장편데뷔작인 영화 ‘아기와 나’는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인 순영(정연주 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설상가상 속도위반으로 낳은 아기는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도일(이이경 분)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위태로운 선택의 과정을 담아내는 작품. 아픈 청춘의 성장통과 불안함이 가까이 있는 우리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제23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에밀기메상 수상 및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공식 초청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손태겸 감독은 이러한 극의 이야기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료가 ‘재밌는 얘기 들려줄까요’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그 이야기로부터 영화가 시작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손태겸 감독은 “그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제일 처음 했던 질문이 ‘그래서 아기는 어떻게 됐어’였다”며 “그 분이 ‘데리고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게 너무 궁금했다”고 영화적 질문의 시작에 대해 말하기도.
덧붙여 손태겸 감독은 “내 아이도 아닌데 왜 끈을 놓지 않고 아기를 책임질 수 있는가가 궁금했다”며 “그래서 아기라는 존재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본능적인 끈 같은 게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영화적으로 풀어 낼 정서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이야기에는 점점 살이 붙어 불안한 청춘의 이야기까지 발전해나갔다. 손태겸 감독은 이러한 생각이 발전하게 된 것에 대해 “제가 자주 생각하는 화두 중에 하나가 그 부분이었다”고 얘기했다.
“제가 어렸을 때는 30대가 되면 부모님한테 명품 하나 사주고 할 줄 알았다. 근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고 더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부터 일단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나두는 걸 아는 게 어른이 되어가는 포인트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항상 성장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나름의 고통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이어 손태겸 감독은 극 중 어머니가 도일(이이경 분)에게 했던 대사에 이런 화두에 던지는 위로를 곁들이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어머니 대사도 실제로 들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다. 그 이야기에서도 질투를 살만한 그런 대상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상황들을 옆에서 보면 네가 지금 힘들다 해도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실제로 더 많고 네가 지금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가치를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처럼 지금 이대로 하고 있는 게 정말로 잘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게 내가 생각했던 화두들이랑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손태겸 감독은 또한 이 영화를 통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가치가 뒤집혀지기를 바랬다고 얘기했다. 손태겸 감독은 “사회적으로 이 사람은 이래야 한다. 저 사람은 저래야 한다는 규범들이 많이 있는데 그게 신분이 될 수도 있고 성이 될 수도 있다”며 “저는 그런 것들이 고정되어 있는 것들이 뒤바뀐 가치로 의미 있게 다가오는 순간들을 좋아한다. 그걸 이번 영화에서는 도일의 시각에서 녹여 내보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태겸 감독은 “아기의 이야기도 혈연과 무관한 어떤 다른 가치를 끌어내고 싶었다”고 얘기하며 “아기라는 존재가 핏줄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도 이미 한 번 연을 맺은 후에는 끊어낼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사실 혈연이나 이어진 이런 것도 그를 더 뛰어넘는 마음이 있다는 걸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러닝타임 맞게 표현하다보니 많이 삭제가 된 부분이 있었다”고. 손태겸 감독은 “처음에 초반 버전은 2시간 20분 분량이 나왔었다”며 “여러 가지를 삭제하며 지금의 분량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손태겸 감독은 “원래 관객의 입장이 되어서 주인공에게 질문을 하는 캐릭터들도 있었다”며 “그런 캐릭터들이 지금도 있었다면 지금의 관객들이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태겸 감독은 “그 당시에 그걸 선택한 것도 저의 판단이었고 지금의 영화도 자신의 선택으로 탄생한 것이기에 후회는 없다”고 얘기했다.
이처럼 영화 ‘아기와 나’는 어쩌면 흘러갈 수 있었던 이야기가 손태겸 감독의 깊은 사색과 만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사색의 과정에서 손태겸 감독은 선택과 더 깊은 고민을 끌어내고자 했고, 그 고민을 현실의 지점과 잇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영화 ‘아기와 나’는 더 깊숙하게 관객의 현실에 침습하며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현재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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