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클라마칸' 포스터
영화 '타클라마칸'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끊임없는 고통이 현실의 슬픔을 복기하게 만든다.

중국 신장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모래사막이자 위구르어로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사막 ‘타클라마칸’은 빠져나올 수 없는 비극, 그 자체다. 모든 것이 말라버려 살아있는 것이라곤 꺼져가는 일말의 희망일 뿐인 타클라마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죽기 일보 직전의 몸부림뿐이다. 죽은 자가 남긴 해골을 표지 삼아 터덜터덜 죽음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 길. 영화 ‘타클라마칸’은 서울이 바로 이 비극의 사막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근경에서 원경으로 빠져나가는 카메라는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의 한 변두리를 부감으로 비춘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곳. 아무리 탄탄한 건물이 있더라도 허물어진다는 공포에서 안전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모든 존재들은 위태롭다. “내리라고 할 때마다 내려서” 인생이 망가진 태식(조성하 분)과 서울이라는 사막 안에서 자신의 사랑과 작별한 수은(하윤경 분). 두 위태로운 존재가 비극의 사막 속에서 조우한다. 두 존재는 서로에게 희망이기 보다 절망이다. 그들에게 서로가 주는 감정은 그저 죽은 자가 남긴 해골 표지 같은 께름칙함일 뿐이다.

영화 '타클라마칸' 스틸
영화 '타클라마칸' 스틸

태식의 삶은 암울함 그 자체다. 재활용 수거 일을 하면서 재개발 단지에 들어가 쓸 만한 고철들을 훔쳐오는 삶.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지만 탈출구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은 역시 마찬가지다. 네일 아티스트를 꿈꾸지만 현실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한다. 마침 가게를 넘겨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만 수은 앞에 놓인 것은 빚쟁이의 독촉뿐이다. 영화는 이 둘의 시점을 교차해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두 사람이 만남으로써 어떤 비극이 생기게 되는 지를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렇기에 ‘타클라마칸’ 속 이미지는 고통스럽다. 비록 영화 속 내부순환로의 이미지처럼 끊임없이 서울을 관통하는 ‘흐름’은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희망을 전하기는 하지만 극 중 인물들에겐 ‘지속’이라는 의미가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타클라마칸’ 속 인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고통의 단절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듯이 고통의 단절보다 더 쉽게 다가오는 것은 희망과의 이별이다. ‘타클라마칸’이 그리는 이야기가 다소 꿈같은 몽환성을 가지지만, 고통을 그려내는 지점에서 더 없이 리얼리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타클라마칸' 스틸
영화 '타클라마칸' 스틸

이러한 고통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 덕이 크다. 특히 극 중 태식 역을 맡아 영화의 흐름을 끌고 가는 배우 조성하의 연기는 강렬함 그 자체다. 전작인 OCN ‘구해줘’를 통해 사이비 교주 역할을 소름 끼치게 소화해낸 조성하는 ‘타클라마칸’에서는 현실의 무게에서 고통 받는 가장과 사회에서 버림받아 힘을 잃은 무의미한 남성성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그의 눈빛과 몸짓에는 슬픔만이 가득하다. 수은 역을 맡은 하윤경 역시도 신예 배우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타클라마칸’은 영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강렬한 장면만을 고집하다보니 호흡에 있어 완급조절이 다소 아쉬움을 남게 한다. 또한 중반, 수은의 연인 현진(송은지 분)의 연주 부분은 영화의 색채와 다소 맞지 않은 연출로 흐름을 끊기게 만든다. 이외에도 몇몇 장면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 들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영화적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분들은 오히려 영화적 색채를 무디게 만드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아슬아슬하게 또는 강렬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마지막, 카메라가 다시 원경에서 근경으로 돌아오면서 끝을 향한다. 내부순환로의 끊임없는 흐름들과 위태로운 건물들 사이, 재개발 구역으로 돌아온 카메라가 비추는 것은 그저 끝없는 적막뿐이다. 과연 그 적막 사이에서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는 고통의 신음은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비극의 사막 속 희망 없는 몸부림이 주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타클라마칸’의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진다.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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