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이 칸 출국을 앞두고 '버닝'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 칸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참석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이 영화는 2018년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창동 감독은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나한테도 다음 어떤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야 하는지 생각이 많았다. 특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내 나름의 고민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제 자신도 자식이 있고, 지금은 그만뒀지만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같이 고민을 했었다. 젊은이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물이 '버닝'이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일까 생각해봤다. 한국의 현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어쩌면 자기 부모 세대보다 더 못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인 것 같다. 세상은 발전해왔지만, 더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라고 할까. 요즘 젊은이들은 무력감, 속에 품고 있는 분노가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을 바라볼 때 하나의 수수께끼 같지 않나 싶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분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 다뤘다기보다 그런 젊은이들의 상태를 일상 속 미스터리를 마주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종수가 벤과 만나는데 벤은 어떤 인물일까에서부터 미스터리가 시작한다. 벤이 누구인지 따라가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해미라는 중요한 매개가 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관객들은 저 종수는 어떤 인물일까 그런 새로운 미스터리를 받아들인다고 할까"고 덧붙였다.
또한 이창동 감독은 흥행 기대감에 대해 "'데드풀2'가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른다. 사실 '어벤져스3'도 모른다. '어벤져스3' 광풍이 빨리 끝나고 '버닝'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영화가 청불 등급을 받았는데, 이유를 보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처럼 돼있는데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자극이 갈 수 있겠지만, 어쨌든 영화 자체는 다른 의미에서 꽤 자극적이고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극중 유아인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 역을 맡아 이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인물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또 할리우드 스타 스티븐 연이 정체불명의 남자 벤 역을 맡아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함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한다.
유아인은 "본연의 연기로 다가갔다기보다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어린 나이 데뷔해서 비교적 많은 작품들을 소화하다 보니 표현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며 "표정적으로 천의 얼굴을 갖고 있으면 유려한 연기를 한다고 하시는데, 잘하고 싶어서 안달하고 애쓰던 순간들을 막 전달하기 위해서 표현에 대한 강박들로 너무 외향적이 됐다"고 덧붙이며 "이번엔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사실에 가깝게, 해석의 여지를 크게 열어두는 연기를 해내는 게 이번에 과제였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청불인데 청소년이 많이 봐야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참여한 소감보단 관람한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혀 다른, 새로운 영화다 싶었다. 윤리 그런 말씀도 하셨는데 영화의 윤리에 대해 하게끔 생각을 하는 영화다. 모두가 영화를 보고 메시지를 전달받지만 세상이 그렇게 좋아지지 않지 않나. 명쾌한 이야기, 명확성을 갖고 전달하기보다 태도 자체가 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스티븐 연은 "4개월 동안 살면서 한국말도 많이 늘었다. 아인 씨, 종서 씨, 감독님이 많이 도와줬다. 매일 쉬는 시간 동안 감독님이 코칭해주셨다. 한국에 있는 거 너무 좋다. 오는 것도 요새는 편하다. 서로에게 배운 것도 많다. 관심 받는 것도 재밌고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창동 감독의 선택이자 새로운 얼굴 전종서는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 역을 맡아 자유롭고 당돌한 매력을 발산한다. 전종서는 "영화 속 내 모습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다가갈지에 대한 부담은 사실 없는 것 같다. 단지 조금 긴장이 되고, 불안감을 느끼는 건 소화하고 있는 스케줄이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 그런 관심이 부담스럽다"며 "그치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당당하게 보여줄 거다. 영화에서 보여드린 내 모습도 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점차적으로 조금 더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이창동 감독은 "영화가 재밌다는 인상을 드리도록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걱정스럽긴 하다. 말은 어렵긴 했지만, 영화는 아주 쉽다"고 강조했다. 전종서는 "저희가 촬영하면서 느꼈던 전율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감동으로 다가갔으면 좋겠고, 다양한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을 거다"고, 유아인은 "너무 간단하게 흘러가는 세상 속 진실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수수께끼를 맞이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고, 스티븐 연은 "'버닝'에 대한 큰 자부심을 느낀다. 보편적인 이야기인데 전 세계에서 소개할 수 있는 칸에 갈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자연적인 변화, 전환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관객들도 느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연출한 여섯 번째 연출작 '버닝'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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