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감독으로 조금 더 능수능란해질 수 있을 듯” 영화 ‘독전’이 ‘독창적 범죄극’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손익분기점(280만)은 물론 400만 고지까지 넘어서며 흥행 질주 중인 가운데 이해영 감독이 ‘독전’의 연출을 맡았다고 하면, 놀라는 이들이 많다. 이해영 감독의 전작들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이해영 감독은 창작자로서의 틀을 깨고 싶었다며, 이번 도전으로 장르 영화에 대한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연출작 세 편까지 하고 나니깐 처음 영화 시작할 때 시동을 걸어 썼던 에너지로 관성이 생겨서 달린 느낌이었다. 창작자로서 틀이 생긴 것 같다고 할까. 더 이대로 가면 그대로 굳어질 것 같아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욕망이 꽤 컸을 때 ‘독전’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 강렬하게 끌려 고민 안 하고 달려들었다.”
감독으로서의 갈망으로 과감히 달려든, 새 도전인 만큼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이해영 감독은 오히려 즐거웠던 작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한 장르영화라 명확히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연출자로서 충분히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것까지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 하는 게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었다. 선택할 때 도전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는데, 하다 보니 꽤 즐거운 작업이었다. 정확한 장르영화를 만든다는 게 감독으로서 꽤 많은 것들을 유희할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장르라는 틀이 명확히 있으니깐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영화적 설정을 더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있었다.”
‘독전’은 홍콩 영화 ‘마약전쟁’을 원작으로 하는 리메이크작이지만, 원작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이해영 감독은 원작과 일일이 비교하기보단 ‘독전’ 자체에 충실했다.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야기도 그렇지만, 영화 성격이 꽤 다른 느낌이다. 원작은 드라이하고, 하드보일드 느낌이 강하다. 남성성의 끝판왕이라고 할까. 난 정서를 넣으려고 의도했기에 다른 질감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만들면서 무엇을 다르게 해야겠다, 계승해야겠다 등 상대적인 판단은 전혀 하지 않았다. ‘독전’ 시나리오에만 충실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장면이 종종 등장함에도 불구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15세 관람가 등급이라는 것에 대한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등급은 감독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목표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등급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일반 관객들이 볼 때 많이 불편하거나 비호감이거나 그런 정도까진 가지말자 싶었다. 적당히 센 데 그렇게까지 안 불편한 선을 가상 마지노선 정해놓고 안 넘어가도록 시나리오, 콘티, 촬영, 편집까지 배려를 많이 했다. 조심했다.”
‘독전’이 느와르 장르이다 보니 반전 자체를 두고 임팩트가 약하다는 평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해영 감독은 의외로 반전에 중심을 두지 않았다.
“‘독전’이 관객들을 속이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전이라기보다 밝혀지는 이야기의 부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관객들의 엄청난 두뇌싸움에서 뒤통수를 치고 그걸로 쾌감 느끼게 속임수 던지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 ‘유주얼 서스팩트’라고도 하시는데 이 영화는 그런 태도가 단 하나도 없다. ‘원호’가 겪어가는 여정과 ‘락’이 진실로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미장센 측면에서도 극찬을 받고 있다. 이해영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미장센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미장센에 공을 많이 들였다. 감독으로서 충족되지 않은 게 화면에 담기는 걸 강박적으로 못견딘다. 큰 그림부터 작은 그림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쓰는 편이다. 그런 성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독전’은 마약 조직 설정 자체가 한국에서는 영화적 소재일 수 있으니 그런 걸 감당하려면 영화적인 비주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생각했고, 총력을 다했다.”
‘독전’을 통해 감독으로서 색다른 도전을 해본 이해영 감독은 감독으로서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해 향후 그가 만들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을 벌써부터 고조시켰다.
“장르라는 것에 대해서 예전보다 유연해질 수 있겠다는 여유감이 생겼다. 상업영화 진영에서 증명해낸다는 게 아주 커다란 산처럼 느껴졌다. 사실 아직 스스로 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편 끝내고 나니 조금 더 능수능란해질 수 있겠단 생각은 든다. 지금은 들소처럼 우직하게 찍었다면, 다음 영화는 여우 같이 우아하게 조금 더 즐길 수 있겠다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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