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미스 함무라비'는 사람 냄새가 나는 드라마다.
대중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법정의 이미지는 딱딱하고 정숙한 분위기다. 법복을 입은 검사가 피고인을 추궁하고, 피고의 변호인은 그런 검사의 의견에 맞서 변론을 펼쳐나간다. 그리고 이를 종합한 판사가 사건의 최종판결을 내린다. 일련의 시스템으로 읽히다보니 결국 법정의 이미지는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법정 또한 사람이 만든 것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람들의 의사로 진행된다. 결국 법정은 시스템과 사건이 우선되는 것이 아닌 사람이 우선되는 곳이다.
JTBC ‘미스 함무라비’ 이전의 많은 드라마들에서도 법정을 소재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대다수의 드라마들은 법정에서 오가는 치열한 공방에 집중했고, 그 외의 이야기는 법정 밖에서 이루어지며 실상 법정에 있는 사람의 일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스 함무라비’는 달랐다. 우선 배경 자체가 오직 법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에 집중했고, 사건의 과정이 법정에서 다수 벌어지기 때문에 우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 작품의 의미를 살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미스 함무라비’는 1회부터 사회의 이슈들을 주제로 하며 이 이슈들이 결국 사람들에 원인이 있고 의미 작용을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나 결국 이러한 이야기는 현실의 대안을 제시하는 판타지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실제의 법정이 모두 드라마 속처럼 진행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미스 함무라비’는 세밀하게 짜여있는 리얼리티에 드라마적인 판타지를 녹여냈다. 실제 현직 부장판사가 원작자에 각본까지를 맡았기 때문에 법정 고증이 상당히 잘 살아있었던 것이 큰 효과를 냈다. 여기에 법정의 주역이 되는 변호사, 검사에 집중하기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조명하여 사건을 바라봄에 있어 우선 사람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까지 녹였다.
실제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일수도 있지만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데에서 ‘미스 함무라비’는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미스 함무라비’가 사회적 문제만을 다뤄왔던 것은 아니다. 사회란 결국 구성원 개인이 모인 집단의 의미다. 우선 그 개인의 문제 또한 깊게 들여다봐야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7회가 이러한 개인의 의미를 적확하게 그려낸 에피소드였다. 이난 재산을 둘러싸고 펼쳐진 ‘형제의 난’ 사건을 맡은 민사 44부. 아버지의 재산 증여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아들들의 모습을 보며 임바른(김명수 분)은 법리적 해석을 강조했고, 박차오름(고아라 분)은 법리적 해석보다 조정을 우선하자고 주장했다.
개인들의 문제를 그저 옳고 그름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문제로 풀어보자는 해석이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미스 함무라비’는 가족의 의미까지 되새기게 만들었다. 가족이 꼭 피가 섞여야 구성되는 것이 아닌 그 나름의 정을 나누었을 때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임바른과 그의 아버지, 박차오름과 아버지, 소송을 벌인 형제들과 아버지 그리고 입양된 막내. 이들을 통해 ‘미스 함무라비’는 딱딱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법리적 사회에서 잃어가고 있는 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미스 함무라비’는 진짜 사람냄새가 나는 법정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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