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혼술남녀'·'화유기' 포스터
사진=tvN '혼술남녀'·'화유기'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한국 드라마에 대한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작환경은 열악하다.

상습적인 출연료 미지급, 촬영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스태프 상대의 노동력 착취, 언어폭력, 열악한 제작환경. 드라마 제작비가 수백억 원에 달하고 있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제작 환경 개선은 꿈만 같은 이야기다. 지난 해 12월 방송됐던 tvN 드라마 ‘화유기’는 이러한 제작 환경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여실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예였다. 촉박한 제작시간으로 생긴 방송사고와 촬영현장에서의 사고는 ‘화유기’ 뿐만이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는 대다수 드라마들의 현주소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6년 10월, tvN ‘혼술남녀’의 신입조연출이었던 故 이한빛 PD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노동력 착취와 언어폭력에 대해 폭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 이후 약 1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터진 사고였기에 ‘화유기’에 대한 논란은 쉽게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화유기’는 생방송과 같은 촬영 탓에 후반작업이 덜된 상황으로 방송을 강행하는가 하면 방송 도중에 송출이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후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촬영 현장에서 한 스태프가 추락사고를 당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MBC아트 소속 소도구 담당 직원이었던 A씨는 새벽, 미술감독의 요청에 따라 세트 내 샹들리에 설치를 위해 천장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도중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추락했고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아야 했다. 이에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을 무리한 편성에 따라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는 가운데, 계약 내용에도 없는 무리한 작업 요구가 이루어졌고, 제대로 된 설계도면도 없는 부실한 자재로 시공된 환경에서 안전 장비 없이 작업을 하다 일어난 사고로 판명했다. 단순한 재해가 아닌 인재였다.

이러한 조사 중 열악한 촬영 현장의 실체가 낱낱이 고발됐다. 세트 촬영장 외부에는 폐자재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고, 세트장 이동 구간에는 이동이 힘들 정도로 각종 촬영 장비 및 도구들이 흩어져 있었다. 또한 바닥에는 전선들조차 마구잡이로 깔려 있어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의 현장이었다. 더불어 페인트 등의 인화물질까지 밀폐된 촬영 현장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제작환경과 방송사들의 무리한 편성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 놓인 스태프들을 더욱 안전 사각지대로 몰아세웠다.

KBS2 '마스터-국수의 신'
KBS2 '마스터-국수의 신'

이러한 촬영 환경 개선을 위해 사전제작시스템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사전제작이라도 방송편성에 시간을 맞추려면 여전히 밤샘 촬영은 계속되어야 했다. 이렇듯 촬영 환경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 제기되고 있을 때 지속적인 임금지불 문제까지 대두됐다. 올해 초 출연자들에 대한 출연료 미지급 논란이 불 지펴진 것.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김병욱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집계 ‘지상파 방송사별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현황’에 따르면 당시 미지급된 출연료는 총 31억 원이었다.

지상파 3사 드라마 중 11편에서 31억 4천 700만 원의 출연료가 미지급된 것. 특히 2016년 방송됐던 KBS2 ‘마스터-국수의 신’의 경우 배우 정유미는 약 8천만 원의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했고, 공승연 역시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또한 당시 ‘마스터-국수의 신’의 제작사 베르디미디어에서 제작을 맡았던 관계자 역시도 헤럴드POP에 “지금은 회사에서 나왔지만 저 역시 당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해 충격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방송사 측에서는 제작사에 제작비를 전달했지만, 제작사가 중간에서 출연료 전달을 하지 않은 것.

제작비의 상승, 해외 판권 수출, 넓어지는 드라마 시장. 이러한 호황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한류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은 여전히 드라마가 해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작 환경 개선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만 같은 허상이다. 오랫동안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던 열악한 제작환경. 이제 한국 드라마 시장은 그 위상에 걸맞도록 제작 환경개선과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에 앞장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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