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②]에 이어)“결국은 누구에게나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요?”
왕따와 학교 폭력, 그리고 가정 폭력까지. 영화 ‘여중생A’는 그 외피는 따스한 성장 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은 상처 가득한 소녀의 고민과 사회가 가진 문제점들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혹여나 잘못되면 영화는 너무나 우울한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었고,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쨌든 원작 웹툰의 감성을 다 표현해내기에는 역부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 이경섭 감독은 영화에서 ‘원더링 월드’를 일종의 판타지적 요소로 차용해 어두운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어둠 같은 영화에 빛이 새어드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순간은 이경섭 감독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이경섭 감독은 영화를 연출하며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게 동화처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미래’가 떠어지는 장면에서 거인을 등장시켜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이경섭 감독은 이 장면에서 본래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인물들이 거인을 목격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본 걸로 하고 큰 발자국이 남아있다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담임선생님이 걸리더라. 그 기적은 아이들만의 세계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 보게 되면 의미가 살지 않았고 결국 미래만 본 것처럼 그리게 됐다. 원래는 아이들 모두가 그 기적을 느꼈을 만한 그런 방식으로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이경섭 감독의 의도에는 또 하나의 생각이 녹아있었다. 바로 어른을 변화시키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이 감독은 “이 영화에는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어른이 등장하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어른이 변화하기보다 그저 그 상황에서 아이들이 변화를 하고 그 어른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덧붙여 이경섭 감독은 “어떻게보면 저희 영화에 제대로 된 어른은 거인 한 명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미래’의 편이 되어주는 인물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엄마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래가 살아가는 것을 지탱해주는 힘이 돼주는 인물. 이에 대해 이경섭 감독은 “본래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엔딩 부분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관해 다룬 신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빼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원작 웹툰에서도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분산이 되는 느낌이 들어 과감하게 뺐는데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웠다”고 얘기했다.
이어 이경섭 감독은 삭제한 엔딩 부분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엄마는 아빠가 있는 집에서 ‘미래’가 견딜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존재다. 후반부의 신에서 ‘미래’가 옥상에서 떨어지고 난 다음 엄마와 함께 언덕길을 같이 걷는 장면이 있었다. 미래가 엄마에게 ‘나 옥상에서 떨어졌어’라고 말을 하고 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다음 ‘엄마는 내 말 믿어?’라고 묻는 장면이었다. 이때 엄마는 ”그럼“이라고 말하면서 네 나이 때는 누구나 한 번 쯤은 겪는 일이지라는 투로 말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대사가 너무 좋았다. 그게 좀 아쉽게도 전체적인 이야기 측면에서는 분산이 되는 것 같더라. 결국 그렇게 장면을 삭제하게 됐다.”
런닝타임에 대한 부담감도 존재했다. 114분의 러닝타임은 드라마 장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꽤 긴 런닝타임이었던 것. 이에 이경섭 감독은 “모든 에피소드들을 넣었을 때는 2시간 22분 정도가 나왔었다”며 “더 지루하게 느껴지고 부담스러웠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영화는 더욱 중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듬는 과정이 진행됐고 지금의 ‘여중생A’로 태어나게 됐다. 그러면서도 이경섭 감독은 작품을 통해 주고자 했던 이야기를 오롯이 그려내는 데는 타협하지 않았다. 웹툰이 가진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면서도 이경섭 감독이 끝까지 그려냈던 메시지. 그것은 행복과 희망이었다.
“‘여중생 A’라는 건 결국 불특정 다수다. ‘미래’의 대사처럼 ‘A는 또 다시 슬퍼졌어. 이름이 생겼지만 친구가 없자 다시 슬퍼졌어’라고 하는 것처럼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순간에 그 아이는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은 누구에게나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며 말이다. 물론 소설은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넣으면서 좀 더 명확하게 하고 싶었던 생각은 A가 나오고 여우가 나오고 어린왕자에서의 여우처럼 친구가 돼줄 수 있는 여중생A, 이름을 불러줄 친구 하나만 있다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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