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유나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유나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우리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지난 2017년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며 천만 영화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쓴 엄유나 작가가 이번에는 연출에 도전했다. ‘말모이’를 통해서다. ‘택시운전사’와 마찬가지로 실화를 진정성으로 담아내며 1월 극장가 온기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엄유나 감독은 말모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우리말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나 역시 조선어학회에서 사전을 만들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짧은 다큐멘터리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사전에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함께 했었다는 게 놀라웠다. 더더욱 우리말이 금지됐던, 탄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일제강점기에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했다는 자체가 감동적이라 그 감동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어 “내가 분명히 감동 받았고, 마음이 움직인 부분이 있어서 관객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항일을 다룬 작품들과는 차이점이 존재하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이야기로 잘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영화 '말모이' 포스터
영화 '말모이' 포스터

엄유나 감독은 역사를 토대로 하되, 캐릭터들 그리고 관련 스토리는 새롭게 구성했다. 역사 부분은 자료를 철저히 고증했다. “조선어학회에서 사전을 만들었고, 일제의 탄압이 있었다는 큰 줄기는 가져오려고 했다. 다만 인물들은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보니 관련된 스토리는 창작됐다. 큰 줄기의 경우는 조선어학회에 대한 책들이 있어서 참고로 했고, 조선어학회가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한글학회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까막눈인 ‘김판수’(유해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성장담을 통해 극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게 사전을 만드는데 함께 한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 조선어학회 회원 말고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함께 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까막눈 ‘김판수’라는 인물을 생각하게 됐다.”

엄유나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유나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판수’가 한심하고, 무식한 면모가 가득한 캐릭터인 만큼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은 어두울지 몰라도 소소한 웃음 또한 곳곳에 존재한다. 엄유나 감독은 이를 의도했다.

“아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들이 그 속에서도 웃으면서 생활하지 않나. 한편으로는 까막눈 ‘김판수’가 변해가는 이야기니 전반부에서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대가 아프다고 해도 크게 영향을 받거나 굴하지 않지 않았을까.”

뿐만 아니라 ‘말모이’는 우리말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단다. “거창하게 사명감까지는 아니지만, ‘말모이’를 준비하고 촬영하고 하는 기간 동안 말이 조심스럽더라. 현장 용어 중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데 알게 모르게 쓰다가 의식을 하다 보니깐 진짜 많이 쓴다는 걸 알게 됐다. 배우들을 비롯해 우리들끼리라도 안 쓰려고 노력했다.”

“대단한 메시지 전달보다는 내가 느낀 따뜻함이 고스란히 묻어나길 바랐다. 관객들에게 온기가 전해지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또 ‘말모이’를 통해 우리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수 있길 바란다. 온 가족이 다 같이 본 후 근처 서점 가서 사전 아니더라도 책 한 권을 서로에게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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