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①]에 이어) 결국 늙어 남는 것은 ‘부부’ 밖에 없었다.
영화 ‘로망’에서 조남봉(이순재)과 이매자(정영숙)이 보여주는 모습은 참 많은 울림을 전한다. 자식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지도 못했던 부부는 갑자기 치매라는 병을 얻게 된다. 두 사람 모두 한 번 씩 과거의 기억에만 사로잡혀 지금의 기억을 잊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더욱 서로에게 기대게 된다. 자식들의 큰 보살핌도 없는 그들에게 결국 남은 것은 ‘부부’였다.
21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배우 정영숙은 이러한 ‘로망’이 전해주는 메시지에 대해서 “작품을 하면서도 생활 속에서도 나중에는 정말 부부 밖에 없다”며 “제가 우리 시아버님을 10년 모셨는데 나중에 가실 때보니깐 애기가 되더라. 우리가 어린 아이 키울 때는 애한테 모든 걸 다 해준다. 결국은 다 받고 가시는 거더라. 하지만 자식한테는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부부 밖에 없더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정영숙은 “나이 들어서 보면 남자가 참 불쌍하더라”고 얘기해 눈길을 끌었다. “제가 저희 남편과 나이차가 7, 8살 차이가 된다. 젊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나이 들어보니깐 나이값을 하더라. 어떻게 보면 너무 불쌍해 보이더라. 나중에는 부부 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가부장제로 해서 여자의 희생이 많았다. 저희 남편도 결혼하고 나니깐 남자는 냉장고 열면 안 되는 건지 알더라. 가져다 줘야 먹었다. 이제는 다 변했다. 남편도 밥을 짓고 집안일을 한다. 하하.”
덧붙여 정영숙은 세월이 변하면서 부부의 모습이 바뀌고 있는 것 또한 최근에서야 느끼게 됐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영숙은 “하루는 며느리네 집에 갔는데 우리 아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가더라. 그래서 내가 ‘아니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나도 구태의 사람인 걸 느꼈다”며 “세대가 바뀌었구나 느꼈다. 세대의 변화가 오더라”고 얘기했다.
결국 정영숙 또한 가부장제의 희생 속에 살았지만 그럼에도 왜 남는 것은 부부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영숙은 “저희 시어머니가 아버님 품에서 가셨다”며 “아버님 품에서 떠나시는데 그때 거기서 여자가 남자 품에 가는 것도 괜찮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갈 때는 오히려 쓸쓸했다. 아 ‘여자가 남자 품에 가는 것도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년의 사랑은 부부로 귀결됐다. ‘로망’ 또한 이러한 정영숙의 생각처럼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노년의 사랑을 그린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더 마음 아프다. 우리의 부모 또한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영화 ‘로망’이다.
([팝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