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누구나 한 마리쯤 짐승을 갖고 있다잖아” 영화 ‘비스트’는 이러한 생각을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심오하게 풀어냈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 ‘방황하는 칼날’ 이정호 감독의 신작이다.
범죄 스릴러 장르로 분류되지만, 기존 범죄 스릴러와는 결이 다르다. 두 형사를 중심축으로 하되 단순히 범인 잡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각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또 각자의 입장들, 선택과 책임 등 생각거리를 녹여냈다.
극과 극의 라이벌인 두 형사가 걷잡을 수 없는 곳까지 치닫게 되는 과정을 예측불가 전개로 긴장감 있게 다루며 몰입감을 선사한다.
‘비스트’의 최고의 매력은 단연코 배우들의 호연이다.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모두 쉽지 않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대체불가 존재감을 발산한다. 지난해 ‘공작’으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이성민은 실핏줄까지 터지는 열연으로 한계 없는 명품 연기력을 자랑한다. 유재명은 누르는 연기로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을 탁월하게 소화해냈으며, 전혜진은 파격적인 외형적인 변신까지 꾀하며 지금껏 본 적 없는 독창적인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특히 연기괴물인 이들의 폭발적인 시너지가 터질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황홀한 연기 향연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여기에 김호정, 이상희, 김홍파 등의 믿고 보는 신스틸러들과 함께 안시하, 이송희, 김경덕 등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또 과감한 미장센과 드라이한 음악은 ‘비스트’만의 색깔을 공고히 한다.
하지만 ‘Who is the beast?’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길을 광범위하게 펼쳐 산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단순한 사건을 놓고 복잡하게 꼬아놓으면서 혼돈을 초래하는 것.
초반의 신선함이 불친절하고 낯선 구조로 인해 점차 따라가기가 벅차 범죄 스릴러 특유의 장르적 쾌감은 덜할 수밖에 없다. 익숙함과 이질감 사이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그럼에도 이정호 감독만의 고급스러운 대사들로 연극 한 편을 본 듯 묵직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경지에 다다른 연기를 볼 맛이 있으며, 어떤 캐릭터에 집중하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단순한 영화적 재미보다는 심리를 깊게 파고드는 만큼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연출을 맡은 이정호 감독은 “원작의 정서는 유지하되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이는데 주력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두 인물의 감정 변화를 주목해달라. 두 인물의 감정 변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방식의 범죄 스릴러 ‘비스트’가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까. 개봉은 오늘(26일).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