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고명진 기자]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 제작 영화사 우상, 공동제작 스튜디오N, 총10부작)는 상경한 청년이 서울의 낯선 고시원 생활 속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하는 미스터리.지난주 방송에서 고시원 타인들의 충격적인 정체가 드러난 가운데, 윤종우(임시완)가 쓰러지면서 최대 위기에 처한 아찔한 엔딩이 긴장감을 폭발시키는 바. 쫄깃했던 지난주 방송의 줄거리와 ‘타인은 지옥이다’가 우리의 공포를 자극하는 차별화된 방법을 살펴봤다.
#1. 정체 드러낸 고시원 살인마들과 임시완의 최대 위기, 짜릿한 긴장감 폭발시켰다!
옆방 이웃으로 첫 대면한 윤종우(임시완)와 서문조(이동욱). 302호 유기혁(이현욱)을 살해한 직후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멀끔한 서문조는 어렵지 않게 종우의 경계심을 한 꺼풀 벗겨냈다. 범죄소설을 쓴다는 종우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것. 이런 곳에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갑자기 신이 난 종우는 쓰고 있는 소설까지 풀어놨다. 연주회 전날이면 누군가의 목을 졸라 죽이는 피아니스트, 두 손으로 꺼져가는 타인의 체온을 느끼고 싶은 살인마에 대한 설명을 듣던 서문조는 “꺼져가는 게 아니라 타오르는 거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타인의 목을 조를 때, 차가운 피아노 건반이 아닌 수천 도의 불덩이를 확 움켜쥐는 것을 느끼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방금 전, 유기혁의 목을 조르던 서문조의 모습이 겹쳐져 소름을 유발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그나마 이 사람이 여기서 제일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종우의 평가와 달리, 고시원 4층에서의 서문조는 지독히 냉정한 살인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변득종-변득수(박종환) 쌍둥이, 홍남복(이중옥)과 함께 서문조가 내려다본 이의 정체는 엄복순(이정은)이 “방세도 내지 않고 도망쳤다”던 안희중(현봉식)이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게 묶여 있는 그에게 “안희중의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가 유기혁에게 당한” 형사의 죽음을 알렸고, 누구도 찾아오지 않아야 하는 고시원 규칙을 어겼다고 했다.
엄숙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위로 치과치료를 하듯 안희중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서문조와 이를 지켜보며 기괴한 웃음 짓는 타인들. 같은 시각, 바쁘고 지친 하루를 보내는 종우와 소정화(안은진)에 이어 치과의사의 일상으로 돌아간 서문조의 모습이 교차되며 안방극장에 아이러니한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치과 밀실에서 안희중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빨을 세공하는 서문조의 모습은 서늘한 공포와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으로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뿐만 아니라 종우가 주변을 수상히 여길 수밖에 없는 일들은 계속됐다. 홍남복이 방을 나서는 종우를 불쾌하게 응시하며 이번에는 한 손에 든 칼을 숨기지도 않은 채 “죽여 버려”라고 말한 것. 그뿐만 아니라 주인 엄복순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303호 방의 전 주인이 실종된 것을 아느냐고 묻는 소정화에게 “내가 실종 신고했다”라고 답하는 엄복순을 목격했기 때문. 고시원에 입주하던 날, 종우에게는 “전에 살던 사람이 자살했다”라고 했던 바. 이에 종우는 최근 사라진 다른 고시원 사람들의 행방 역시 의심하게 됐고, 소정화에게 “다른 실종 신고는 없었냐”고 물었다.
고시원 밖에서도 종우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먼저 선배이자 회사 대표인 신재호(차래형)는 여자 친구 지은(김지은)을 무례한 언행으로 표현했고, 고시원에 사는 종우의 사정을 대수롭지 않게 떠벌려 종우의 신경을 긁었다. 시종일관 종우를 탐탁지 않아 했던 사수 박병민(김한종) 역시 “반반한 얼굴로 동정심 유발하는 게 특기인가 본데 나한테는 안 통해”라며 종우의 분노를 유발했다. 화장실까지 따라와 막말을 퍼붓고 돌아서는 그를 보며 종우가 “확 죽여 버릴까”라고 읊조리던 순간,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이 홍남복으로 변했다. 타인들이 선사하는 지옥 속에서 변해가는 종우의 심리상태를 시각적으로 그려내 감탄을 자아낸 대목이었다.
그런가하면 종우가 자리를 비운 고시원의 4층에는 또 한 명이 감금됐다. 그동안 평범한 주인아줌마로 종우를 챙겨왔던 엄복순의 본색이 드러난 것. 길거리에서 전도를 하던 동년배의 여인이 과거 악연임을 알아본 엄복순이 그녀를 고시원으로 초대했고, 약을 탄 커피를 마시게 한 후 4층에 감금했다. 서문조는 상의 없이 행동한 엄복순을 질책했지만, “내 맘대로 했다고 나도 죽이려고?”라는 물음엔 “그럴 리가요. 아주머니는 특별하잖아요”라고 답했다. 엄복순이 서문조를 두려워하는 다른 타인들과는 다른 이유가 호기심을 자극한 순간이었다.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던 지난주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제4회의 엔딩이었다. 퇴근 후, 고시원으로 돌아온 종우는 어딘가 취해있는 듯 보였다. 그를 두고 “약 효과가 시작되어가지고 걱정할 거 없다”라고 했던 엄복순의 대사처럼 비틀거리는 종우는 고시원에만 들어오면 머리가 아픈 것이 이상했다. 이에 바람을 쐬고자 방을 나섰지만, 종우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전에 없던 벽이 길을 가로막았다. 출구 없는 종우의 현실처럼 벽으로 사방이 막혀버린 고시원의 기이한 환상 속에 종우는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고시원 3층 복도를 맴돌다 다시 303호로 돌아와 쓰러졌다. 그 순간, 망치, 칼, 장도리를 든 변득종-변득수쌍둥이와 홍남복이 303호의 문밖을 에워쌌고, 얇은 벽에 뚫린 구멍으로 종우를 관찰하는 서문조의 웃음은 앞으로 종우에게 다가올 최대 위기를 암시했다.
#2.‘타인은 지옥이다’가 우리의 공포를 자극하는 차별화된 방법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파격적인 드라마다”, “오직 OCN에서만 볼 수 있는 장르물”, “심리를 조여 오는 공포를 몰입도 있게 풀어냈다”라는 평을 받으며 주말 밤을 서늘하게 수놓고 있는 ‘타인은 지옥이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공포를 자극, 차별화된 장르물로 호평을 얻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시원에 모여 사는 살인마들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다. 서울 어귀, 겉모습만 보아서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낡은 건물에 위치한 에덴 고시원. 천국을 뜻하는 이름과 달리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허름하고 지저분한 시설과 정상적으로는 보기 힘든 입주자들이 실은 살인마 집단이었던 것. 윤종우(임시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단지 월세를 아끼기 위해 제 발로 고시원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이웃들의 수상한 면모를 감지하지만, 아직 그들의 진짜 정체는 모르는 상태다.
내 이웃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유기혁(이현욱)과 안희중(현봉식), 그리고 자살인지 실종인지 모호한 303호에 살던 외국인의 행방이 ‘혹시’하는 종우의 의심을 증폭시키지만, 지금까지의 종우가 마주하고 있는 공포는 보다 심리적이다. 누군가 내 공간을 침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 나를 바라보는 불쾌한 시선, 그리고 친절하지만 어딘가 섬뜩한 서문조(이동욱)의 존재 등이 종우의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 차곡차곡 쌓인 심리적 요인들은 종우의 꿈을 어지럽히고, 나아가 그를 잠식하고 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없이도, 얇은 벽 하나 사이에 존재하는 살인마들이 선사하는 공포로 인해 시청자들 역시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시간들로 몰입해간다.
고시원 밖의 종우의 이야기는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그래서 더 의식하지 못했던 또 다른 공포를 보여준다. 사사건건 시비로 스트레스를 선사하는 직장 동료 박병민(김한종)과 상대의 기분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종우의 사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먹이는 신재호(차래형) 등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사회생활의 면면들이다. 심지어, 종우의 여자친구인 지은(김지은)에게 교묘하게 분노를 일으키는 직장 상사 한고은(송유현)까지, 현대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분노를 유발한다. 이를 통해 점차 변해가는 종우의 모습은 타인이 선사하는 지옥이 얼마나 무서운 공포일 수 있는지 시사하고 있다.
윤종우라는 평범한 사회 초년생이 파격적인 비일상과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일상의 경계에서 겪고 있는 공포의 완벽한 조화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상 속으로 녹아들어간 ‘타인은 지옥이다’. 단순히 ‘무섭다’는 감정을 넘어, 현대인의 공감대까지 불러일으키며 잘 만들어진 차별화된 미스터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추석연휴인 9월 14일(토), 15일(일) 휴방한다. 제5회는 오는 21일 토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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