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이 나이 먹도록 몰랐다는 사실이 되게 미안했다” 영화 ‘친구’, ‘똥개’, ‘태풍’, ‘사랑’, ‘친구2’, ‘극비수사’ 등을 연출하며 한국 영화계의 거장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곽경택 감독이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을 통해 처음으로 전쟁물에 도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곽경택 감독은 감독으로서도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를 다룬 만큼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희생부활자’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가장 큰 손해를 끼쳤다. 미안하기도, 아쉽기도 하면서 혼자 반성을 많이 했다. 어떤 작품을 해야 날 믿어준 사람들을 실망 안 시킬까 고민하다 몇 가지 코드를 찾은 게 가급적 실화가 낫고, 경상도쪽 이야기면 유리하다는 거였다. 그렇게 몇 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캐스팅도, 투자도 잘 안 되어서 영화를 못만들고 고생하고 있던 와중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의 시나리오를 받아보게 됐다.”
이어 “처음 작가님이 쓴 시나리오로는 내가 맡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장사상륙작전에 대한 자료들을 보여주셨다. 이 나이 먹도록 몰랐다는 사실이 되게 미안하더라. 이 시나리오로는 연출 욕심이 안 생기니 내가 새로 다 고치게 동의해주면 도전해보겠다 말하고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의 원래 시나리오는 곽경택 감독과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각색이 됐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인민군 대장 캐릭터가 있었지만, 과감히 없앴다. 또 학도병들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학도병들에 초점을 맞췄고, 그들의 리더 역시 조명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큰 변화는 두 인물이었다. 하나는 기존에 있던 인민군 대장을 없앴다. 학도병들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라 그 인물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도병들이 인민군 대장에게 접근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를 이기는 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학도병들의 리더가 도대체 누구인지 찾아보니 이명흠이라는 분이 나오더라. 주인공은 학도병들이었지만, 그들의 죽음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살면서 군번을 찾게 해준 그분을 조명하고 가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감사하게도 김명민이 동참해줬다.”
무엇보다 곽경택 감독은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 전쟁물이기는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스타일리시한 연출은 지양하고 현실감 있게 담아내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한 샷을 공들여 찍기보다 다큐멘터리처럼 찍어내는 방식을 택한 것.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게 학도병들이 뭘 모르고 갔다는 점이었다. 상륙 직전에 알게 됐다더라. 배가 좌초됐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없이 공격을 받은 만큼 적을 죽여야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을 텐데 이런 상황을 극 초반부터 확 보여주고 싶었다. 학도병들의 전사를 앞에 깔기에는 너무 여러 명이라 부담이 돼 배 안에서만 해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배를 타고 가서 상륙 후 뭔가 맞닥뜨리는 당황스러움을 제일 처음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았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영덕 해변, 삼척, 밀양 등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가운데 전쟁 상황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많은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곽경택 감독은 리더로서 엄격할 수밖에 없었단다.
“이번 촬영장에서처럼 이렇게 엄하게 한 적이 없었다. 누구 하나가 악역을 담당하지 않는다면 사고가 날 것 같았다. 배우들, 스태프들을 긴장하게 만들어야 했다. 전쟁 영화에는 물, 포탄, 총 등이 있으니 위험하다. 나도 같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여기서 촬영하는 것이지만, 실제 이들은 전쟁을 한 것이니 불평불만을 하지 말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곽경택 감독에게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새로운 도전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곽경택 감독은 관객들이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을 통해 장사상륙작전이라는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태풍’ 이후로 100억 넘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CG로 만들 수 있는 큰 그림은 당시에는 못했었는데, 이번에 CG와 실사를 합치는 작업이 얼마만큼 발전했는지 소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전쟁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제작사 대표님께도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씀 드렸다.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청춘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대한민국에서 자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평화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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