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계수 감독/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전계수 감독/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인물은 현실적이되 스타일은 새롭고 싶었다” 영화 ‘삼거리 극장’, ‘러브픽션’을 통해 독보적인 세계관을 펼치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바 있는 전계수 감독이 신작 ‘버티고’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서사가 아닌 감정의 흐름대로 연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

무엇보다 전계수 감독은 실제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를 18년 만에 영화화해 뜻 깊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전계수 감독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을 만든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런 저런 프로젝트를 제안 받고 준비하다가 잘 안 됐다. 감독 되기 전 내가 썼던 시나리오가 몇 개 있었는데, ‘버티고’가 눈에 띄었다. ‘버티고’ 시나리오를 쓴지 꽤 됐지만, 꾸준히 각색해왔었다. 주변 모니터를 들어보면 ‘버티고’ 시나리오가 제일 좋다고 해서 용기를 얻어 시작하게 됐다. 천우희가 캐스팅되면서 급속도로 만들게 됐다.”

전계수 감독은 영화감독이 되기 전 일본 IT 회사에 근무한, 이색적인 이력이 있다. ‘버티고’의 많은 내용들이 실제 직장생활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일본에서 제일 높은 건물의 42층에서 일했다. 영화 몇몇 캐릭터들은 실제 상사, 동료들로부터 이미지를 가져왔다. 천우희가 연기한 ‘서영’은 내 모습이기도 하다. 일본은 되게 건조하고 퍽퍽한데 그때 외로움, 불안 등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30대 넘어가는 나이였는데 나이도 그렇고 회사를 그만두고 영화를 하려고 준비를 할 때라 여러 가지로 과도기였다. 혼자 계신 어머니도 마음의 짐 중 하나였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배경으로 썼다.”

이어 “시나리오 초고로부터 마일드하게 바뀌었다. 초고는 더 거칠고 센 장면이 많았다. 특히 여성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했을 장면이 많았다. 그런데 ‘서영’의 마음을 전달하는데 그런 설정이 들어가면 꼭 그런 일만 겪은 사람만이 그럴 수 있을까 불편하게 생각이 들 수도 있겠더라. 그런 불편한 상황이 있는 게 아니라도 우리 모두는 힘드니깐 지금처럼 변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버티고' 포스터
영화 '버티고' 포스터

‘버티고’는 전반적으로 인물들의 대사보다는 사운드가 강조되는 형태로 사운드디자인에 공을 들이며 감각의 리듬대로 영화를 만들려는 참신한 시도를 해 의미가 있다. 이에 전계수 감독은 늘 도전을 하고 싶은 자신의 성향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내 기본적인 성향 같다. 데뷔작 ‘삼거리 극장’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뮤지컬 영화로 호러 판타지 장르였는데 당시 내가 계보 없는 영화라고 했었다. ‘러브픽션’도 독특한 로코라는 평을 받지 않았나. 새로운 시도가 아니면 흥미를 못느끼는 편이다. 장르의 완성도보다는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게 재밌는데, ‘버티고’도 내 나름대로 실험한 거다.”

그러면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요소가 서사가 있는 것만은 아니니 감정, 감각의 리듬으로 따라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호불호는 많이 갈리겠지만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한국 영화 안에서 없는 스타일이지 않나. 다만 ‘삼거리 극장’, ‘러브픽션’과 비교하면 주인공이 현실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막막함, 외로움 등의 현실적인 감정을 통해 현실과 닮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인물은 현실적이되 스타일은 새로운, 감각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전계수 감독/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전계수 감독/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이에 전계수 감독은 사운드로 리듬을 만드는가 하면, 클로즈업 촬영 방식을 통해 관객들을 ‘서영’의 감정 깊이 끌어들인다.

“시나리오는 담담하게 읽히는, 문학적인 편이다. 일상이다 보니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사운드를 통해 ‘서영’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리듬을 부여했다. 사운드 역시 선택의 문제였는데, ‘서영’의 현실을 음악적인 리듬으로 만들고자 했다. 담담하면 관찰이 되지만 파동을 실으면 ‘서영’의 마음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클로즈업, 와이드샷 교차가 많은데 ‘서영’의 표정이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천우희가 그걸 잘 받아줬다.”

‘버티고’는 힐링을 지향하는 영화로, 전계수 감독 역시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조그마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마지막 위안을 얻기까지 ‘서영’이 겪는 상황들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과정이 힘겹기도 하다. 전계수 감독은 버티다 보면 손길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힐링 포인트가 꼭 마지막 장면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영’이 두 번 우는데 나 대신 시원하게 울어주는 것도 힐링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많은 위로를 느끼셨으면 하는 생각에 나름 공들여 찍었다. 마지막은 판타지에 가까운데 구원 개념보다는 스스로 상처를 딛고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버티다 보면 내미는 손길이 분명히 있을 거다. 그 손길을 잡아줬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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