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홍지수 기자]당연시했던 것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위로에 대한 중요성을 되새겨주는 영화가 찾아온다.
'영하의 바람’은 혼자 버려진 12살, 혼자 남겨진 15살, 혼자 사라진 19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길 바라는 ‘영하’의 일기를 담은 작품. “섬세한 디테일, 훌륭한 촬영, 의미 있는 침묵이 모여 강렬한 이야기가 탄생했다”는 심사평과 함께 제25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감독조합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하(권한솔 분)는 엄마(신동미 분)와 영진(박종환 분)의 주위를 맴돈다. 영하에게 가족은 울타리로 다가오는 듯 싶다가도 이내 잠시 거처가는 임시 피난소 같은 개념으로 바뀌어 간다. 떨어지는 기온을 영하로 표현하듯 영하는 결국 주변 인물들과 떨어져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진다.
12살에서 15살 그리고 19살이 된 영하의 눈으로 본 세상은 가혹하다. 어린 아이의 눈에서 관객들은 현실을 마주하며 영하의 현실에 위로가 되어줄 존재의 절실함을 느낀다. 이때 미진(옥수분 분)은 영하에게 엄마 같은 따스함으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아도 다 이해한다는 듯이 어루만져준다.
12살, 15살 그리고 19살의 영하와 미진은 나이마다 다른 배우들이 나오나 작품상 시간의 흐름만 빨랐을 뿐 동일 인물들의 일대기를 보는 듯하다.
신예 배우 권한솔이 그려내는 12살, 15살 그리고 19살의 영하는 한결같이 쓸쓸하고 고독하다. 옥수분이 그린 12살, 15살 그리고 19살의 미진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영하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배우 권한솔과 옥수분은 모두 19살을 연기할 때 12살 그리고 15살의 영하와 미진을 고려해야 했는데 관객들이 실존 인물로 착각하게 할 만큼 잘 표현했다.
배우 신동미와 박종환은 달라지는 주변 환경과 아이들의 태도를 반영해 시간의 흐름을 드러냈다. 두 배우는 손짓과 표정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했다. 신동미가 대사를 할 때 미간을 찌뿌리는 모습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나게 한다. 그 여운이 짙게 남아 시간이 흘러서야 영하의 편이었던 관객들은 영하의 엄마(신동미 역)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박종환은 영화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에서는 영하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기에 관객들은 박종환의 마음을 깊게 살필 겨를이 없다. 그러나 박종환은 영하와 미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어른의 또 다른 성장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속 박종환은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미묘한 존재로 두각을 나타냈다.
영화 보는 내내 주인공으로부터 느껴지는 쓸쓸하면서도 고독함은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린다. 가족만 등장하는 영화인데도 막이 내릴 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색다름을 선사한다. 그러나 때론 느리게 흘러가는 전개에 답답함을 선사하기도. 누가 선한 지 악한 지 알 수 없는 캐릭터 설정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 괴롭기도 하다.
가족 내 인간관계를 복잡미묘하게 그려냄으로써 가족 형태가 다양하게 변형됨에 따라 가족이란 존재는 더욱 어려운 현실을 잘 담아냈다. 가까워지기 위해 다가가지만 어쩌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관계를 가족이라 표현, 그동안 가족이라고 남들보다 덜 소중하게 대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영화 '영하의 바람'은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가 보면 좋을 영화. 가장 가까운 사이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관람하면 관계를 다져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오늘(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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