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방송화면 캡처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방송화면 캡처

[헤럴드POP=이현진 기자]

어느순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난 드라마 속 PPL이 양날의 검이 되어 드라마에 대한 평가를 가르고 있다.

이제 드라마에서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PPL)는 피할 수 없는 요소이다. PPL이란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 해당 기업 상품을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 기법을 말한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도 "PPL 없으면 드라마 못 만든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제작비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방송사들은 넷플릭스, 왓챠와 같은 OTT 서비스들의 강세에 밀려 특히 10대부터 30대 사이의 연령대 시청자들을 빼앗기고 있다. 어느 한 방송사 뿐만이 아니라 TV 방송사들은 모두 시청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두 자리수를 넘기면 잘 나왔다고 말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드라마 시청률 하락은 광고 수익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광고수익 하락은 드라마 제작비 축소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제작비 문제는 결국 과도한 PPL로 이어졌고 이러한 PPL 장면들은 극의 흐름을 깨거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과 함께 드라마 평가를 갈라놓기 시작했다.

그 결과 드라마 제작진들은 이제 PPL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극에 녹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감독과 작가들은 종종 PPL의 어려움을 직접 호소하기도 한다. 올해 초 증강현실(AR) 게임을 소재로 방영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 유저가 특정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먹으면 체력이 올라가는 설정을 이용, PPL을 게임 아이템으로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대본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는 "13회부터는 (PPL이) 들어갈 데가 없어서 몰아넣었다. 제품을 마시면서 '아, 맛있어'라고 멘트를 하는 게 이상해서 효과적으로 녹여보고자 했던 게 게임 아이템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거였다"면서 "새로운 방향의 PPL을 개척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고 끝에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PPL하려고 드라마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극 중 게임을 위한 아이템이라는 방법으로 물건들을 녹여냈다고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정 음료수와 샌드위치들은 '누가 봐도 PPL'이라는 인식을 지우지 못했다. 거기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박신혜가 모델로 활약하는 헤어제품, 주얼리 등이 수시로 등장하며 몰입에 방해된다는 지적을 최종회까지 받아야 했다.

MBC '어하루' 방송화면 캡처
MBC '어하루' 방송화면 캡처

최근 온라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PPL도 존재한다.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 '어하루'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대만식 샌드위치 가게에서 생일파티를 연 장면이 그려졌다. 방송이 끝난 직후 이 장면은 즉각 화제가 됐다.

극 중 인물들은 고등학생, 그것도 소위 재벌가 자제들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 프랜차이즈 대만 샌드위치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은 물론 샌드위치 위에 촛불까지 꽂혀 있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웠고 누리꾼들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반대로 호평을 사는 드라마 PPL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9월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 14회에서는 아예 PPL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개했다. '멜로가 체질'은 드라마 제작 현장이 배경이기도 하다. 극 중 드라마 감독과 제작사 직원은 PPL 문제에 대해 상의하며 "개연성 없이 한 신만 들어가도 된다"고 말하더니 예시를 들기 시작했다.

JTBC '멜로가 체질' 방송화면 캡처
JTBC '멜로가 체질' 방송화면 캡처

극 중 인물들은 PPL이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하고, 주인공이 안마의자를 난데없이 15초간 카운트다운하며 사용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상상하기를 끝낸 제작사 직원이 "이거 넣어주시는 거죠?"라고 물어보자 드라마 감독은 "했잖아요"이라고 답했다. 극 중 드라마의 PPL이 실은 '멜로가 체질'의 PPL이었던 셈이다. 이 PPL 장면은 단연 화제가 됐고 신선한 방법이었다며 오히려 호평을 얻었다.

이병헌 감독은 드라마 종영 직전 출연한 라디오에서 해당 PPL에 대해 "회심의 PPL이었다"며 "드라마 환경 자체가 PPL이 없으면 안 되지만, 분량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스타일로 풀어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특정 제품, 맥락과 전혀 관계 없는 먹방, 쇼핑 장면 등 노골적 PPL은 드라마 관계자들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필요한 드라마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작사들은 PPL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획사에게는 불가피한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드라마 제작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소화하느냐다.

최근 과도한 PPL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는 '어하루' 외 많은 드라마들이 앞으로 어떻게 PPL 분량을 채워나갈지 주목된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