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인교진의 감초 연기가 또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 나라'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폭발적으로 그려낸 액션 사극. 인교진은 '나의 나라'에서 10년간 군역을 살며 전장에서의 무수한 경험으로 웬만한 상처는 흔적도 없이 꿰매는 천의 무봉의 경지에 이른 박문복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인교진은 '나의 나라'를 무사히 종영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촬영했다. 또 사극이라는 특징도 있고 여러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의기투합해서 좀 더 아쉬움도 크고 그만큼 후련함과 기쁨도 크다. 잘 마쳤다는 게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처음에는 이 정도의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대본을 받았을 때 제가 그동안 해왔던 역할이나 지방색이 들어가있는 말투였기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저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작품과 대사를 보고 점점 회가 거듭할수록 저도 모르게 잘 되고 있는 저를 느꼈다. 이대로만 가면 되겠다 싶었다. 중반부 정도에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인교진은 '나의 나라'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까맣게 썩은 치아에 기미 가득한 피부, 똑단발 헤어스타일은 그야말로 파격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수 없는 비주얼적인 변화. 이런 변신이 두려울 법도 했지만 인교진은 직접 이 같은 변신을 제안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거고 사극은 수염도 많고 옷도 비슷하지 않나. 저는 군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저 하나만큼은 특이한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작가님, 감독님과 같이 얘기하는 자리에서 '이를 오래 못 닦아서 특이하게 하는 건 과할까' 하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아니다. 해보시죠' 그래서 하게 됐다. 머리도 사극이라 하면 상투 틀거나 아예 산발처럼 되는데 그거 말고 머리에 관심 있어서 잘 자른 단발은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탄생하게 됐다."
이어 "아내는 처음에는 얼굴을 저렇게 하고 나오니까 몰입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중간 쯤부터는 몰입을 했다. 제가 작품 안에 들어가 있는 걸 보기 시작한 거다. 아내가 '잘 하고 있고 드라마도 재밌다'고 하면서도 '그런데 앞으로는 더 봐야 알겠지만 멋있는 역할도 한 번 해야지'라더라"는 소이현의 감상평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문복이 또 하나 특수했던 지점은 그의 말투에 있었다. 그동안 '백희가 돌아왔다', '란제리 소녀시대' 등을 통해 사투리 연기를 구사한 그는 이번에는 전라도와 충청도색이 섞인 새로운 사투리를 만들어냈다. 전작들에서 사투리 연기로 사랑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보다 차별화된 사투리를 탄생시키고자 노력했다고.
"'백희가 돌아왔다'에서도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했기 때문에 지방 언어를 구사하는 역할이어서 비슷해보이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인교진이 재밌는 역할 연기하는 건 다 그렇지 않냐고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나. 그렇지만 제 나름대로는 느낌은 비슷할 수 있지만 시대가 다르고 살아온 배경과 역할이 달랐기 때문에 신경 쓰지 말고 이 캐릭터 하나만 보고 생각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다는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처음 감독님과 외형적 부분을 회의할 때 문복이는 어느 지방 사람인지부터 들어갔다. 충청도가 아니라 전라도 사투리더라. 제가 전라도 사투리를 완벽하게는 구사할 수는 없으니 충청도와 전라도 접경지역 분들이 쓰시는 사투리로 쓰려고 했다. 마침 장인 장모님이 전주 분들이셔서 섞어서 하다 보면 괜찮겠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나의 나라'는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민초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주며 그들만의 '나의 나라'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다. 인교진 역시 이런 지점에서 드라마의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기억하는 건 굵직한 정치적인 사건이다. 저 역시 그렇게 기억했다. 그런데 민초들은 밥 세 끼 잘 먹고 내 가족을 잘 지키는 게 '나의 나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정치적인 사건과 이런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함께 보여주는 점이 제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결말을 보고) 나만 너무 행복하게 잘 사는 거 아닌가 걱정했다. 그랬는데 스태프가 '나의 나라'지 않냐더라. 자식도 있고 와이프도 있는데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어야지 않나. 그게 나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해 '나의 나라'가 남긴 여운 짙은 결말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나의 나라' 속 박문복은 다소 무거운 드라마의 전개에서 웃음을 담당했다. 인교진은 그런 감초 같은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무게감을 덜어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그가 보여줬던 이미지와도 일치하는 게 사실. 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 역시 있을 법했다. 하지만 인교진은 "'저글러스'를 할 때에도 '재밌는 역할에 특정화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도 지금도 같은 마음인 게 어떤 역할이 왔을 때 재밌으면 제가 비슷할 수도 있지만 잘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역할과 시대가 다르고 신의 상황마다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이 많지 않나. 그런 것들이 합해지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자신감이 있다. 정극은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못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 저는 차분하고 가라앉는 진지한 역도 자신있다. 저는 지금 둘 다 좋다. 현재 하고 있는 감초 같은 역할도 확고히 하고 싶다. 유일하게 순정만화 같은 역할은 자신 없다"고 소신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그를 이끌어가는 지금의 원동력은 역시 가족. 결혼 전에는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서러움과 속상함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결혼 이후에는 세상의 중심이 가족에게 돌아가게 됐다. "결혼하고 와이프가 생기고 가족이 생기면서는 가족과 나를 위해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돼야 한다고 원동력이 계속 바뀌고 있다. 지금은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 와이프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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