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사진=쇼박스 제공
배우 이병헌/사진=쇼박스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주관적인 해석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800만 이상을 동원한 바 있는 영화 ‘백두산’에서 복잡한 심리의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며 극찬을 받은 배우 이병헌이 신작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인생 연기를 펼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최대한 주관적인 해석 없이 객관적으로 연기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남산의 부장들’은 10.26 사태를 소재로 하되,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40일간 인물들의 관계 그리고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병헌 역시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단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일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대부분 알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시 그 이야기를 영화화할 때 어떤 부분에서 의미가 있고, 관객들이 재밌게 볼지는 시나리오에 잘 나와 있었다.”

이어 “‘그때 그사람들’은 어떤 한 시각에 입각한 블랙코미디라면, ‘남산의 부장들’은 오히려 느와르에 가까웠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느와르식으로 풀었다고 할까. 사람들의 심리, 감정에 카메라가 깊이 들어가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이병헌은 극중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았다. ‘김규평’은 헌법보다 위에 있는 권력의 2인자로서 언제나 ‘박통’(이성민)의 곁을 지키지만 정권의 실체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기 시작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을 막기 위해 워싱턴행을 자청했다가 ‘박통’이 중앙정보부가 아닌 제3의 인물을 2인자로 곁에 두고 있다는 정보를 역으로 얻게 되고 돌아온 한국에서 예전과는 다른 권력의 움직임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다. 이에 이병헌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절제하지만 눈빛만으로도 모든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다.

“상대방의 액션에 대해 거의 대사 없이 리액션을 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몇 번 폭발 비슷한 게 두, 세번 나오는데 이외에는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자제해야 했다.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 사실 배우가 되게 하고 싶은 작업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렵다. 보통 느와르라면 워낙 클로즈업이 많기는 많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진짜 많았다. 클로즈업을 해도 내가 감정들을 충만히, 온전하게 갖고 있으면 관객들에게 내 감정이 전달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배우 이병헌/사진=쇼박스 제공
배우 이병헌/사진=쇼박스 제공

더욱이 이병헌은 어느 때보다 자료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김규평’의 최종 선택의 이유에 대해서도 답을 규정짓지 않고 열어뒀다.

“볼 수 있는 모든 자료 화면들과 증언들 혹은 그때 당시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연기에 임했다. 여전히 이 커다란 사건을 두고 이야기가 분분하지 않나. 왜 그랬을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영화를 통해 해결되거나 답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끝까지 봐도 물음표가 계속 남아 있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상황을 규정 지어주는 건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이병헌은 여러 작품에서 재치 있는 애드리브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줬었지만, ‘남산의 부장들’의 경우는 애드리브 전혀 없이 시나리오에만 충실했다.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그리는 영화다 보니 시나리오 쓰는 과정에서도 고민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적인 픽션을 넣기는 했지만, 되도록 고증을 통해서 왜곡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을 테니 배우들도 개인적인 생각들로 감정을 증폭시키거나 감소시키지 않고 주어진 것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려고 신경 썼다. 물론 창작해나가는 틀이 좁혀지니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얽매여있어 답답하기도 했다.”

특히 영화 속 ‘김규평’이 변해가는 과정을 두고 ‘한국판 조커’라는 수식어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이병헌은 쑥스럽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무 과찬이다. 나도 ‘조커’를 두 번이나 봤는데 그렇게 비교해주시고 표현해주시니깐 과찬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고맙고, 기분 좋다. ‘남산의 부장들’은 느와르 장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충성, 사랑, 배신 등의 감정들로 꽉 채워져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달콤한 인생’과 정서가 되게 비슷한 게 있다. ‘달콤한 인생’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남산의 부장들’도 재밌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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