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박정민이 '기적'을 통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영화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타짜: 원 아이드 잭' 등에서 어떤 캐릭터든 맛깔나게 소화해내며 호평 받은 박정민이 지난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더니 '기적'을 통해 올 추석 극장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더욱이 '기적'에서는 그동안의 극적인 모습들과 달리 흰쌀밥 같은 친근함으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최근 헤럴드POP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정민은 '기적'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박정민은 '기적' 시나리오의 힘과 따뜻함에 매료됐지만, 10대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에 망설였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이장훈 감독을 직접 만난 뒤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시나리오는 너무 좋았지만, 할 수 없다고 한 게 당시 내가 34살이었는데 캐릭터는 17살로 시작한다. 등장인물의 2배를 더 살아온 배우가 17살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쳐도 관객들이 과연 용서해주실까 고민이 돼 감독님께 너무 좋지만, 할 수 없다고 말씀드리러 갔다. 미팅해보니 감독님이 '기적'과 잘 어울리는 좋은 분이셨다. 마음이 조금씩 뺏기고 있었고, 마지막에 캐릭터 이름의 명찰을 단 펭수 인형, 우산 등을 선물로 잔뜩 주셔서 마음이 녹았다."
박정민은 극중 마을에 기차역 하나 짓는 것이 유일한 인생 목표인 4차원 수학 천재 '준경' 역을 맡았다. 이장훈 감독은 '기적'을 통해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처한 현실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닌, 말도 안 되는 꿈이라도 마음껏 부딪히면 좋겠다는 것. '준경'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이장훈 감독이 전하고자 한 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런 만큼 박정민은 영화 전체를 분석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준경'이라는 인물이 영화의 처음과 끝인 만큼 관객들이 '준경'의 마음이 어떨지 보면서 영화를 관람할 텐데 '준경'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게 이 영화 전체 리듬을 연구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싶었다. 감정적으로 연기 욕심이 나더라도 초반부터 너무 많은 걸 쏟아내면 뒤에서 관객들이 더 센 걸 원할 수 있을 텐데 등 영화 전체적인 분석을 많이 했다. 성장 과정도 어쩌면 영화가 갖고 있는 구조의 표현이라 감독님께 의지하는 부분이 많았다. 후반부에는 '준경'의 구겨져있던 응어리가 어느 순간 뻥하고 터져서 관객들도 개운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이처럼 '준경'이 극의 중심에서 다른 캐릭터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져야 하다 보니 지금껏 해온 작품들에 비해 연기를 안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초반에는 불안했다는 박정민. 그럼에도 이장훈 감독의 강의(?)를 들은 뒤 편하고, 재밌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단다.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역할을 일부러 고르는 건 아니고, 하다 보니깐 그렇게 됐다. 내가 막 드러내지 않아도 관객들이 주인공 심리를 따라가고 같이 옆에 있는 동료들 연기에 대해 뭔가 다 어우러져 있는 자극적이지 않은 연기를 한 번은 해봐도 재밌겠는데 찰나이기는 했다. 그때 '기적'이라는 영화를 만났다. 독특한 역할들을 해오다 보니깐 '기적' 초반에는 너무 뭘 안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라고 할까. 감독님은 좋다고 하시니 답답해서 감독님을 찾아갔는데 내가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는지, 어떤 연기를 보고 싶어서 캐스팅을 하셨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주셔서 그 이후로는 편하고, 재밌게 촬영했다."
뿐만 아니라 박정민은 경북 사투리까지 완벽히 구사했다. "사투리 연기를 안 해본 건 아닌데 사투리가 엄청 중요한 영화는 안 해봤다. 사투리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요소라고 할 만한 영화는 '기적'이 처음이었다. 연습도 해보고, 선생님도 만나봤는데 벽에 부딪혔다. 우리가 듣기 익숙한 대구 사투리로 바꿔볼까도 싶었는데 그 지역 사는 분들이 실망하실 수 있으니 우리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최대한 노력해보자 마음먹었다. 선생님이 따로 계시기도 했고, 영주, 안동에 문화원이 있어서 대본 검수도 받고, 사투리 경연 대회 1등하신 분을 찾아뵙기도 했다. 디테일들도 알려주셔서 사투리에 대한 걸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박정민은 좌절을 취미처럼 많이 하기도, 결과주의자이기도 했지만, '기적'을 만나고 나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고백해 인상 깊었다.
"좌절이 취미라 좌절은 매 테이크마다 한다. 예전에는 좌절해야 좋은 게 나온다는 생각에 오히려 그 감정에서 안 나오려고 발버둥쳤다. '기적'이라는 영화가 그런 생각을 많이 바꿔줬다. 내가 굳이 우울해하지 않아도 좋은 연기, 영화는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또 결과주의자라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구나, 남는 건 어쩌면 과정일 수도 있겠다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영화다. 지금 떠올리면 참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영화 촬영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스타일이 아닌데 많이 웃었고, 모두를 좋아했다. '기적' 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긴 소풍을 다녀온 느낌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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