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지난 1957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23년 뒤 1집 앨범 ‘인연’으로 가요계 데뷔했다. 이후 20여 장에 가까운 굵직한 앨범들을 내면서 35년 동안 실력파 여자 가수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히트곡 ‘거위의 꿈’을 낳기까지 숱한 일들을 겪은 인순이. 그의 인생보다 더 깊고 진한 이야기들이 KBS1 ‘인순이의 토크 드라마 그대가 꽃’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KBS1 ‘그대가 꽃’ 진행자 인순이. 사진제공=KBS]
[KBS1 ‘그대가 꽃’ 진행자 인순이. 사진제공=KBS]

인순이가 마이크를 잡은 ‘그대가 꽃’은 지난달 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인순이는 진행자로서 가장 큰 고민에 대해 ‘우는 것’이라고 했다. 굴곡진 사연을 가진 출연자의 논픽션 드라마와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매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고. 인순이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MC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잘할 수 있을까’ 참 두려웠다. 대답은 잘하는 스타일인데 먼저 나서서 질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잘 운다는 것이었다. 울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게 꿈이다. 매회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데 안 된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대는 꽃’은 출연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주재료로 구성하는 논픽션 드라마다. 요리와 토크도 양념처럼 곁들인다. 인순이는 자신보다 더 어렵게 살아온 출연자의 사연을 보며 크게 공감하고 치유 받는다고 고백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느낀 건 세상에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사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산 줄 알았는데 더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시청자에게 힐링을 주는 프로그램인데 제가 먼저 치유를 받습니다. 출연자의 사연을 보고 들으면서 ‘내게 주어진 이 시련을 이겨내야겠다’ 생각했어요.”

인순이는 여러 출연자 사연 중 자식과 관련된 이야기에 공감한다고 털어놨다. “나온 분들의 사연이 저와 같더라고요. 아픈 몸에 아이를 갖게 됐는데 보통 사람들은 ‘도대체 왜 갖는거냐’ 생각할 수 있어요. 그 사연을 들으면서 저도 대한민국에 살면서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까 고민을 했던 사람이거든요. (7회에 방송되는) 송해 선생님도 교통사고로 먼저 아들을 잃고 굉장히 힘들어 했어요. (자식을 가진 엄마로서) 그런 일들이 참 공감이 되더라고요.”

인순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중 “술을 잘 마신다고 아는데 그렇지 않다. 담배는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다. 한 번 빠지면 깊게 할 것 같아서다. 요즘에는 좋은 사람들 만나면 맥주 두 잔 정도 마신다”라며 철저한 자기 관리에 대해 말한 뒤 “(힘든 삶을 이겨냈듯) 비바람이 몰아쳐도 두 발을 딛고 서 있으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대는 꽃’은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에서 한 번쯤 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도 그럴것이 토크, 요리, 재연 등 드라마 흥행 요소를 두루 접목시켰기 때문. 제작진도 ‘그대는 꽃’을 처음 기획하면서 방향 설정에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KBS1 ‘그대가 꽃’ 진행자 신효섭(좌측부터) 인순이. 사진제공=KBS]
[KBS1 ‘그대가 꽃’ 진행자 신효섭(좌측부터) 인순이. 사진제공=KBS]

김민희 PD는 “‘재연 드라마 아니냐’는 주변의 의견이 있었지만 확신이 들었다. 드라마의 실타리를 다른 각도에서 풀다 보니 여느 재연 드라마와 차별되는 것 같다. 우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라 힘이 있는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인순이의 진행 능력도 이 프로그램의 힘이라고 털어놨다. 김 PD는 “내부에서 임시로 인순이 선생님을 진행자로 선정하고 만났는데 ‘내가 힘들 때 밥 한 끼 해줬던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소름이 돋았다. 아픔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진행자로서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프로그램”이라는 최석순 CP의 말대로 ‘그대는 꽃’ 시청자 반응이 좋다. 현재 6회까지 평균 전국 시청률 6.6%(AGB닐슨미디어 기준)를 기록했으며 지난 5일 껌팔이 고아 출신 성악가 최성봉의 사연은 자체 최고 기록인 11.5%를 올렸다.

인순이는 이 프로그램이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아픔을 이겨내고 용감하게 사시는 분들이 출연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항상 기다리고 있겠다”라고 시청자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그대는 꽃’의 특징 중 하나는 신효섭 요리사가 사연자의 추억을 되새기는 음식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인순이에게 추억의 음식은 뭘까. “(돌아가신) 엄마가 젓갈을 잔뜩 넣고 해준 고구마 줄기 김치를 먹고 싶다. 지금 안 계시니까 그걸 못 먹는다”라며 아쉬워하자 신효섭은 “연구해서 만들겠다”라고 화답했다.

인순이는 마지막으로 “기사에 나이 좀 쓰지 말아 달라”며 기자들을 향해 투정을 부렸다. “콘서트장에서 아직도 핫팬츠를 입고 뛴다. 내가 언제까지 무대에 설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입을 것이다. 올해도 신곡을 발표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원도 홍천에 다문화가족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인 그는 “5월부터 학교를 세워 새로운 곳으로 옮긴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는 게 내 꿈”이라고 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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