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용기와 따뜻한 마음'. 영화 속 신데렐라의 어머니가 남긴 덕목이다. 이 말이 정말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데렐라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happily ever after)'까지 끌고 가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덕목이다. 현실 혹은 요즘이라면 다른 조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 '신데렐라'(감독 케네스 브래너)는 철저하게 그 반대편에 비열과 이기심, 차가운 마음을 두면서까지 이 말을 전면에 내세운다.

'신데렐라'는 클래식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멋을 과시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어설픈 비틀기는 캐릭터나 스토리에서도 용납하지 않는다. 다만 더욱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꾸미고, 이야기의 연결은 매끄럽게 이어나간다. 동화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거쳐 실사화한 한정된 부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재미와 개연성을 나름대로 이끌어냈다.

영화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라는 이야기가 전부다. 구전되는 노래처럼 스토리는 정석을 택하고, 비주얼은 최대치의 우아함과 환상적인 모습으로 끌어올려 표현했다. 작게는 '신데렐라' 엘라(릴리 제임스 분)가 보살피는 쥐에서부터 '키트'로 불리는 왕자(리처드 매든 분)의 성과 왕국 풍경까지 아기자기함과 광활함을 동시에 담았다. 다채로운 색감과 의상은 물론 요정 대모(헬레나 본햄 카터 분)의 호박마차 마법은 생동감 넘치고 눈부시게 비쳐져 관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젊은 남녀 주연배우들의 '케미'는 다소 고전적인 냄새를 풍긴다고 여길 이들에게도 설렘을 선사할 만큼 풋풋함을 발산한다. 케이트 블란쳇은 계모 역할을 단순히 막돼먹은 극악한 성격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그는 인간적인 범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질투와 시기심, 이기적인 모습을 극에 녹아들게 펼쳐보였다. 또 헬레나 본햄 카터는 두말 할 것도 없는 개성 있는 연기로 자신만의 요정대모를 완성했다. 그를 통해 펼쳐진 호박마차 마법신은 예쁘면서도 상상력을 그럴듯하게 실사화 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됐다.

이처럼 '신데렐라'는 스토리가 클래식한 내용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지루하다거나 뻔하다고 할 수 없게 그려졌다. 이러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동화 그 자체 같은 비주얼이나 배우들이 완성한 캐릭터들의 매력에 있다. 여기에 감독이 의도했다면 정확하게 선택했다고 할 만한 뚝심 있는 주제의식도 포함된다.

어쩌면 구닥다리 같은 '용기와 따뜻한 마음 혹은 친절'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신데렐라가 지켜온 덕목이 끝내 한 나라의 왕자를 만나게 했다. 또 요정을 만나게 하고, 유리구두에 발을 들이밀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누구나 자신의 신념이 있다. 그 중 타인에 피해를 입히는 신념이 아닌,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추구한 것과 같은 '덕목'을 밀고나가는 그 집중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이 영화를 결코 가벼운 리메이크에 그치지 않게 하는 힘이 아닌가 싶다.

최근 한 액션영화에서 많은 관객이 인상 깊게 받아들인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와 신데렐라 어머니가 강조한 "용기와 따뜻한 마음"은 일맥상통하는 영화를 지탱하는 굳건한 기둥처럼 느껴진다.

디즈니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실사화한 '말레피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선택한 '신데렐라'. 이 영화는 이처럼 변주 없이 묵직하고 화려하며, 그야말로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클래식한 우아함을 선사한다.

* '겨울왕국'의 단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열기' 오프닝으로 등장하는 '겨울왕국 열기'(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에는 엘사와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 등이 나온다. 안나의 생일을 준비하면서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가 반갑다. 엔드 크레디트가 나올 땐 몇 편의 단편이라도 더 이어지길 바라지만, 디즈니를 상징하는 성이 실사로 바뀌면서 '신데렐라'의 세계로 빠르게 관객을 인도한다.

한편 '겨울왕국 열기'가 오프닝으로 공개되는 '신데렐라'는 오는 19일 개봉 예정이다.


ent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