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세원 역

한 편의 드라마를 정리하고 되돌아 볼 때 의외의 인물을 발견하는 건 신선한 재미다. 눈여겨 봐둔 그 배우가 한 작품씩 소화하면서 차근히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짜릿한 쾌감이 아닐 수 없다. 신예 나종찬(21)이 당신에게 그러한 감동을 안겨줄 배우다.

[나종찬. 카페포엠. 사진=송재원 기자]
[나종찬. 카페포엠. 사진=송재원 기자]

나종찬의 잠재력은 지난 7일 종영한 MBC 특별기획사극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폭발했다. 극중에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는 연인 황보여원(이하늬) 공주의 곁을 지킨 호위무사 세원 역으로 출연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10년간 내공을 다져온 이하늬와의 호흡에서도 차분히 캐릭터를 유지했고 왕욱(임주환)의 칼에 맞아 죽는 순간까지 강렬한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눈빛 연기는 나종찬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선 굵은 목소리와 깊이 있는 저음은 감정 전달력을 높이며 캐릭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모래시계’ 이정재, ‘황진이’ 김남길,‘태왕사신기’ 이다희, ‘해신’ 김아중, ‘어사박문수’ 한혜진, ‘다모’ 하지원 등 드라마 속 호위무사 캐릭터를 거쳐간 스타들이 그랬듯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그야말로 대형 신인의 탄생이다. 직접 만나본 나종찬은 화면에서보다 더 ‘훈남’이었다. 호위무사의 덥수룩한 수염과 장발을 떼고 커다란 도포를 벗으니 비로소 드러나는 ‘꽃미모’였다. 187cm에 달하는 장신인 데다 오목조목 자리한 이목구비가 요즘 대중이 선호하는 외모 부류에 들어가는 외형이었다. 톱스타로서 대성할 매력적인 외모다. 굵은 저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와 달리 행동은 영락없는 스물한 살 청년이었다. 계단을 올라오는 스태프를 문 옆에서 놀리는 모양새나 진지한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며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그랬다. 그렇다가도 작품 이야기를 하면 눈빛이 달라졌다. 나종찬은 아직 세원을 떠나보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아직도 세원의 말투며 행동이 생각나요. 자신의 삶을 오롯이 다른 이에게만 투자했기에 정말 불쌍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칼에 맞아 죽는 장면에서는 울컥하더라고요.”

[나종찬. 카페포엠. 사진=송재원 기자]
[나종찬. 카페포엠. 사진=송재원 기자]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시청률 흥행 수표 장혁과 오연서의 만남으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작품에 필모그래피 하나 완성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신인들이 오디션장을 다녀갔다. 주연배우 옆을 스치는 작은 역할이라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나종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의지할 데가 마땅히 없었다. 비, 비스트, 포미닛, 비투비 등 유명 아이돌을 거느린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였지만 조언을 구할 데가 흔하지 않았다. 간판 스타 비가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고 있지만 연기에만 사활을 건 ‘배우 1호’는 나종찬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홀로 모든 것을 이겨냈어야 했다. 게다가 내공 강한 배우들도 손사래를 친다는 사극이었다. 2013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로 데뷔한 뒤 현재 300만 관객을 목전에 둔 한국영화 ‘스물’에서 이준호 동생 동원 역으로 나오며 스크린 데뷔를 했지만 사극은 첫 도전이었다. 그런 점에서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나종찬에게 수없는 숙제와 고민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사극 경험이 없어서 더 힘들었어요. 불안한 마음으로 현장에 갔는데 다행히 연기하면서 배운 게 많았죠. 감독님과도 작품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선배님들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특히 임주환 선배가 옆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지금도 연락하면서 지낼 정도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죠.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나종찬은 오래 두고 볼만한 배우다. ‘빛나거나 미치거나’ 속 세원 역을 소화한 연기 하나만 놓고 내리는 섣부른 결론은 아니다. “스타가 되기보다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굳건한 의지에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곱상한 외모 뒤에 가려진 생채기들을 매일 달래며 성숙해가는 모습이 엿보였고, 가슴의 서린 한을 세상과 맞서서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면의 단단함을 섬세한 연기로 휘저어 보여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일희일비 하면서 조급하게 달려가지 않으려고요. 진실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연기에 웃고 우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감동이 아닐까요.”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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