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셰프전성시대] 서태화 “제 직업은 이제 셰프입니다”(인터뷰①) 이어서

서태화가 셰프로서 주가가 높아지자 출판사에서도 요리 관련 책 집필 제의를 했다. 요리와 일상을 교차시킨 에세이 형태로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공개된 여러 레시피를 정리하고 이와 관련된 글을 써야 하는 고된 작업이 남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대중 앞에 문을 열 레스토랑 사업 계획도 짜야 한다. 하루의 모습이 요즘 잘 나가는 셰프들의 일상과 비슷하다.

[연극 다우트. 사진제공=극단실험극장]
[연극 다우트. 사진제공=극단실험극장]

그렇다고 서태화가 배우라는 직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EBS ‘서태화의 완판 10분 레시피’ 인사말도 “요리를 사랑하는 배우입니다”라고 직접 정한 그다. 요리만큼 연기도 사랑한다. 1997년 영화 ‘억수탕’으로 데뷔한 서태화는 20년간 영화, 드라마, 연극 등 여러 판을 두루 돌면서 연기에 애정을 쏟아왔다. 뉴욕 맨하튼 음악대학원을 나와 성악가에서 배우로 전업했기에 남들보다 배로 더 뛰며 달려왔다. 배우는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한 존재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날도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한 달간 이어온 연극 ‘다우트’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서태화는 이번 연극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연극 무대는 배우로서 자신의 에너지를 재충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대에 올라가는 수밖에 없어요. 연극 무대는 카메라가 제 모습을 일일이 클로즈업 해주지 않지만 그 무대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있어요. 관객과 소통하면서 얻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배우는 연출가의 자세로 자신의 모든 것을 무대 위에서 쏟아내야 해요. 배우들과의 연기 합이 맞아떨어질 때 마치 비타민을 먹은 것처럼 상쾌합니다.”

[영화 ‘친구’에 출연한 서태화. 사진=스틸컷]
[영화 ‘친구’에 출연한 서태화. 사진=스틸컷]

지난 2001년 곽경택 감독이 전국 관객 800만 명을 끌어들이며 히트한 한국영화 ‘친구’. 서태화는 극중 반듯한 모범생 상택 역으로 굵직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재밌는 영화’ ‘거침없는 사랑’ ‘이웃집 남자’ ‘야차’ ‘짓’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영화 ‘친구’ 이후 부침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서태화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저에게 먼저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에요. ‘이 작품 말 되네’ 하면 거의 출연합니다. 그런 기준에서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은 ‘친구’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 저와 만날지 모르겠지만 늘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서태화는 밋밋한 캐릭터가 오히려 연기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셰프답게 음식에 비유했다. “음식은 미세한 맛의 차이가 품질의 결과를 몰고 오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맛이 없는 밋밋한 캐릭터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홍탁 역이나 드라마 ‘연애시대’ 윤수 역처럼 평범한 캐릭터가 연기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강렬한 역할을 주로 하나봐요.”

그의 연기론 연장선에서 보면 연극 ‘다우트’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가톨릭에 자유와 변화의 바람을 도입하려는 플린 신부 역으로 무대에 섰다.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하는 인물이다.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캐릭터다.

“남자 배우라면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선악의 얼굴을 다 가졌으나 내면을 확 드러내지 않죠. ‘했나. 안 했나’ 하는 아슬아슬한 내용을 끝까지 궁금하게 끌고 가야 하거든요. 이번 연극을 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잘 끝냈다’ 느낌이 들어요.”

서태화는 성악가에서 배우로 그리고 셰프로 여러 직업을 거쳐가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맛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요리의 세계. 서태화의 연기 세계도 보기 전까지는 그 참맛을 알기 어렵다. 곧 하늘의 명을 알게 되는 지천명의 나이에 그가 어떤 작품을 입고 대중 앞에 설까. 서태화의 연기와 요리는 지금도 그 맛을 찾아가는 여행길에 서 있다. 셰프로 다른 막을 올린 그의 인생은 현재 진행형이다.

“레스토랑을 정식으로 내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불안하고 걱정되기도 해요. 스타 셰프가 한다는 음식점에 가면 유독 냉정해지잖아요. 셰프와 배우의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거죠. 미세한 맛의 차이에 결판이 나죠. 제 연기가 어떤 맛을 드릴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지금처럼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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