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일요일 예능 강자로 군림 중인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12개월 가까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수성 중인 인기 프로그램이기에 경쟁 방송사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MBC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18일 설 특집으로 선보인 ‘복면가왕’이라면 승산이 있었다. 특집 방송 이후 시청자 호응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맨’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고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시청률 상승세로 맹추격 중이다. 매회 화제를 낳고 있는 ‘복면가왕’이 얻은 것은 비단 시청률만이 아니다. 복면을 쓴 채 오직 목소리로 인정받는다는 콘셉트에 어울리게 가수들의 실력이 재평가되고 있다.

[설특집 복면가왕 EXID 솔지. 사진=MBC 화면 캡쳐]
[설특집 복면가왕 EXID 솔지. 사진=MBC 화면 캡쳐]

‘복면가왕’의 최대 수혜자는 아이돌일 것이다. 노래 실력이 상당해도 4~8명이 뭉쳐서 활동하는 그룹 특성상 개개인의 자질을 발현시키기 어려웠다. 특히 아이돌은 화려한 군무를 소화해야 하기에 립싱크 무대를 보여주는 경우도 상당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돌을 보컬리스트보다 퍼포먼스 가수로 평가하는 시선이 짙다. ‘복면가왕’은 한 명씩 무대에 서기에 개별 실력을 발휘하기 용이한 곳이다. 실력파 보컬리스트로 입문했으나 이를 선보일 자리가 없었던 그룹 출신 아이돌에게는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인 것이다.

판정단의 귀도 쏠렸다. 방송에 따로 노출된 적 없는 아이돌 보컬리스트의 신선한 목소리와 예상을 뛰어넘는 화려한 기교에 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설특집(EXID 솔지) 1~2대(에프엑스 루나) 가왕들도 하나같이 아이돌 출신이었다.

여성 4인조 EXID 멤버 솔지는 ‘복면가왕’이 10년 만에 무대 밖으로 건져 올린 실력파 가수다. 지난 2006년 여성 듀오 투앤비로 데뷔해 10년 가까운 무명 시절을 보냈다. 투앤비 시절에도 상당한 노래 실력을 갖췄으나 쟁쟁한 가수들 틈에서 밀렸다. 지난 2012년 EXID가 팀을 재정비하면서 솔지에게 기회가 왔다. 여성 듀오에서 아이돌 멤버로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솔지는 제2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팀 활약이 미미하면서 보컬리스트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여러 해 동안 절치부심하다가 노래 ‘위아래’가 국민송으로 터지면서 그룹 인지도가 올라갔다. 멤버 하니가 핫스타로 급부상했으나 솔지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만난 ‘복면가왕’을 통해 솔지가 제 실력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포맨 신용재의 ‘가수가 된 이유’는 솔지를 만나면서 새롭게 해석돼 화제를 모았다.

[1,2대 ‘복면가왕’ 에프엑스 루나. 사진=MBC 화면 캡쳐]
[1,2대 ‘복면가왕’ 에프엑스 루나. 사진=MBC 화면 캡쳐]

1,2대 가왕을 차례로 거머쥔 에프엑스 루나는 복병이었다. 루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음색에 곡에 따라 달라지는 풍부한 표현력으로 판정단으로부터 두 차례 연속 가왕의 왕관을 썼다. 지난달 5일 첫 방송에서 아싸 파란나비로 등장한 배우 김지우와의 대결에서 ‘나는 나비’로 경쟁해 폭발적인 음색과 로커의 힘찬 기색을 발휘하며 승리했고, 날아라 태권소년으로 출연한 권인하와의 대결에서는 노래 ‘엄마’로 심금을 울리는 표현력으로 승승장구했다. 두 번째 경연 당시에는 우승자 나비를 꺾고 두 번 연속 가왕 자리에 오르며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루나의 정체 공개는 판정단과 출연진에게 충격이었다. 루나가 소속된 4인조 에프엑스는 일렉트로닉에 댄스 등을 접목시킨 독특한 음악에 화려한 춤으로 유명한 걸 그룹이기에 이런 실력파가 숨어 있을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루나는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이 출연한 ‘복면가왕’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저평가 된 아이돌의 편견을 깬 대표적 사례가 됐다.

[‘복면가왕’에 출연한 B1A4 산들(상단부터) 시크릿 송지은. 사진=MBC 화면 캡쳐]
[‘복면가왕’에 출연한 B1A4 산들(상단부터) 시크릿 송지은. 사진=MBC 화면 캡쳐]

이외에도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떨어진 토끼는 여성 4인조 시크릿의 송지은이었다. 청아한 목소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윤종신의 ‘오래 전 그날’, 김동률의 ‘감사’를 중저음에 풍부한 표현력으로 소화해낸 땡벌은 남성 7인조 비투비의 육성재였다. 정체가 공개된 후 육성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예능 감이 뛰어난 엔터테이너와 개성파 조연 배우로만 평가돼 온 그에게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응급실’ ‘낙인’을 안정된 실력으로 불러 극찬을 받은 B1A4의 산들, 마스카라 번진 야옹이로 나와 수준급 실력을 보여준 애프터스쿨 전 멤버 가희도 아이돌 출신들이다. 아직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3,4대 가왕 후보들 중에도 아이돌이 있을까. 복면 뒤에 숨어 있는 실력파들이 오직 목소리로 재평가되길 기다리고 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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