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배우 김강우가 조선시대 폭군인 연산군으로 변신했다.

사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다룬 연산군이다. 그렇기에 김강우는 이를 다르게 표현해야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도전부터 연산군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나가는 노력까지 소화했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을 통해 김강우가 연기한 연산군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간신’은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하려 했던 희대의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렸다. 영화 속 연산군은 어릴 적 친구이자 신하인 임숭재(주지훈 분)에게 채홍사의 직위를 내리고 미녀를 끌어오게 만든다.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왕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는 임숭재는 곳곳을 뒤지면 미녀를 데려와 연산군에 쾌락을 선사하게끔 이들을 훈련시킨다. 이미 여색에 빠진 연산군은 ‘운평’이라는 이름으로 선택된 여인들로 기쁨을 만끽한다. 게다가 이미 장녹수(차지연 분)에게 어린아이처럼 안기며 어머니를 잃은 트라우마와 자신의 왕권을 위협하는 신하들 때문에 반미치광이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이러한 복잡한 캐릭터를 만난 김강우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산군 캐릭터에 하나의 모티브를 잡으려고 했다. 이를 그는 애초에 사람들에게서 찾으려 했다. 독재자인 히틀러나 대륙을 정복한 징기스칸, 앤디 워홀 같은 예술계 인물을 생각했지만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생각한 게 동물이었다.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다 동물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모은 게 맹수들이 먹이를 앞에 두고 있는 사진이에요. 반면 사람으로 치자면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에게는 양면성이 있죠. 연산군이 어떤 순간에 어머니의 폐위 사실을 알고 어머니의 부지로 인한 모성애 결핍 때문에 정신적으로 어릴 때에 멈춰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장녹수를 통해 표현돼야 했죠. 그때 표정이 꾸민 게 아닌 솔직한 어린아이였어요. 제가 지금 다섯 살, 세 살인 아이들을 키워서 그 표정을 직접 봤어요.”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김강우는 연산군의 표현에 있어서도 부담감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이미 영화는 물론 방송이나 연극에서 숱하게 나온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미지로도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캐릭터라는 게 김강우의 설명이다. 그는 “부담감은 생각하면 커진다”며 “그저 생각을 안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는 촬영에 앞서 연산군이 나온 작품을 되도록 안 보려고 했다.

“연산군이 나온다면 근래 ‘왕의 남자’가 있는데 다행히도 안 봤어요. 천만 영화인데 타이밍을 놓쳐서 TV에 나와도 못 본 영화에요. 예전 신영균 선배님이 나온 영화는 EBS에서 얼핏 본 기억이 있어요. 유인촌 선배님의 연산군은 다행히 안 봤고요. 역할이 워낙 세서 봤다면 저도 모르게 부딪치는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왕의 남자’는 중간에 찍을 때 찾아서 봤어요. 혹여 후반부에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봤고 나머지는 안 봤죠.”

김강우는 연산군이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고민하면서 순간 벽에 부딪쳤다. 과연 이런 표현이 맞는지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결국 일주일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안 되겠다 싶어서 일주일동안 방을 하나 얻어서 홀로 생활하기에 이르렀다.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햇빛을 차단하고 시계도 없애고 밥도 방 안에서 즉석으로 해결했어요. 먹을 것이나 술도 쟁여놓고 지냈죠.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자고 싶을 때 자면서 혼자 그 안에서 지냈어요. 햇빛을 안보고 그렇게 지내도 안 풀리더라고요. 5일쯤 쌍욕도 하고 짜증도 부리다가 ‘누가 살아봤나. 그냥 가면 되지 않나’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여기에다 연산군이 등장하는 전 작품들을 봤으면 더 시간이 길어졌을 것 같아요.”

그렇게 폭군으로 변신하게 된 김강우는 자신이 연기한 파격적인 연산군의 모습이 실제 역사 기록을 보면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모습이 미화시켰다고 할까봐 오히려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강우는 연산군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제목이 ‘간신’인 만큼 영화는 간신에 집중해야 했다.

“개인적 아쉬움은 좀 더 표현을 입체적이며 다각도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럴 수 없는 영화에요. 제목이 ‘연산군’이면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간신’에서 연산군은 그것보다 ‘임팩트’가 있어야 간신이 살 수 있죠.”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김강우는 이런 연산군 캐릭터를 소화하며 남다른 노력과 어려움을 넘어서야했지만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드러냈다.

“이만한 캐릭터가 한국에 존재한 캐릭터 중에는 없어요. 이마큼 정신적으로 파고들어갈 캐릭터는 없죠. 소설로 써도 못 쓸 거예요. 사실 연산군 캐릭터가 제게 왔을 때 조금 겁이 났어요. 조금 나이 먹고 했으면 어떨까 생각했죠. 조금 무르익었을 때 말이죠.”

연산군이 꿈에 한번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김강우에게 어쩌면 당연한 듯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으로 연산군을 만들어갔다는 김강우. 역사 속 폭군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선을 두고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던 만큼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연산군은 ‘간신’의 든든한 축이 됐다.

이러한 김강우의 연기 변신과 몸을 던져 파고든 캐릭터의 실체는 오늘(21일) 개봉하는 ‘간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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