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드라마판 ‘어벤져스’로 불린 KBS2 ‘프로듀사’가 12부작을 털어내고 오는 26일 스페셜 방송을 끝으로 퇴장한다. ‘프로듀사’는 소문난 잔치였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신 한류 열풍을 몰고 온 배우 김수현과 작가 박지은의 재회 작품인 데다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결집돼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했는데 ‘프로듀사’는 달랐다. 예능표 ‘미생’으로 군림하며 승승장구했다.

[KBS ‘프로듀사’ 주역들.사진=송재원 기자]
[KBS ‘프로듀사’ 주역들.사진=송재원 기자]

그렇지만 ‘프로듀사’가 초반부터 매끄럽지는 않았다.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색깔의 조합을 어떻게 빚어야 할지 문제였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통에 맥이 끊기는 느낌도 줬다. 역시 첫 회는 10.1%(닐슨미디어 전국 기준). 물론 전작 2부 특집 ‘레이디 액션’과 비교해 2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지만 배우와 제작진의 화려한 조합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였다. 또 1,2회 연출을 맡았던 윤성한 PD가 교체되는 내홍을 겪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멜로 라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랐고 결국 섬세한 연출력을 가진 표민수 PD가 3회부터 투입되면서 처음부터 영상 톤을 새로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프로듀사’는 1,2회 부침을 겪더니 3회부터 비상하기 시작했다. 6회 13.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올리더니 12회 마지막에서는 17.7%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지은 작가의 흔들림 없는 필력에 뿌리를 내린 배우들이 각자 캐릭터에 녹아들며 서서히 꽃을 피운 것이다. ‘프로듀사’의 가장 큰 성공은 예능국 드라마라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장르와 색깔을 내세운 데 있다. 물론 그동안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숱하게 나왔다. 일일드라마 중에서도 방송국 PD, 작가, 스타 등이 단골손님처럼 출연했을 정도로 빛바랜 소재였다.

[KBS ‘프로듀사’ 김수현.사진=송재원 기자]
[KBS ‘프로듀사’ 김수현.사진=송재원 기자]

‘프로듀사’는 가공 방법이 남달랐다. 예능에 잔뼈가 굵은 서수민 PD와 드라마에 노하우를 쌓은 표민수 PD가 서로의 영역에서 ‘사실적인 재미들’만 뽑아내 카메라에 옮겨 담음으로써 예능 드라마라는 신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허구를 기반으로 사실적 요소들을 양념처럼 추가해 생기를 준 것이다. 철저한 트레이닝 과정에서 키워진 톱스타 신디(아이유)를 통해서는 연예계의 적나라한 이면과 갑과 을의 관계 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또한 KBS 국민 인기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이 실제로 등장했으며, 현재 연출을 맡고 있는 유호진 PD를 롤모델로 한 라준모(차태현) PD가 극을 이끌었고 허구 인물인 신입 PD 백승찬(김수현)이 현실 같은 착각을 줬다. 매주 피 터지는 섭외 전쟁을 겪는 매니저들의 고충이 KBS 인기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도 나왔고, 실제로 매니저들이 모여서 대기하는 여의도 KBS 본관 앞 커피숍이 고스란히 담기면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었다. 오죽하면 차태현도 “‘1박 2일’을 맡았던 나영석 PD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이름을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늘어놨을 정도다. 국민 MC ‘전국노래자랑’ 송해의 마지막회 카메오 출연은 이러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교묘하게 속이는 특급 장치로 활용됐다.

[KBS ‘프로듀사’ 김수현 아이유.사진=송재원 기자]
[KBS ‘프로듀사’ 김수현 아이유.사진=송재원 기자]

‘프로듀사’의 또 다른 성공은 요즘 젊은 세대의 자화상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프로듀사’는 서울대학교를 나와 이론으로 예능을 배운 백승찬의 어리바리한 초년생 모습을 큰 줄기로 잡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예능국 신입 PD로서 자리를 잡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에 시청자는 함께 웃었다. 지난해 지상파까지 위협한 케이블 tvN 인기 드라마 ‘미생’이 장그래의 성장 과정으로 웃고 울었던 것처럼 백승찬의 사회 입문기 과정은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음직한 사실적 에피소드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반 드라마와 달리 4부작이나 분량이 적어 백승찬의 성장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조명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에서 완벽한 도시남의 모습을 보여준 김수현이 일자머리 신입 피디로 분해 코믹하게 망가지는 모습은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표민수 PD가 연출에 참여한 만큼 멜로 라인도 시청자들을 열광시키는 요소 중 하나였다. ‘뮤직뱅크’ 탁예진(공효진) PD를 둘러싼 ‘1박2일’ 라준모 메인 PD와 백승찬 신입 PD의 삼각 러브 라인은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시켰다. 여기에 톱스타 신디의 백승찬을 향한 외바라기 사랑이 얽히면서 네 사람의 사랑이 다른 색깔로 그려져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마지막 12회를 놓쳐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오는 26일 스페셜 방송이 남았다. 배우들의 NG 영상 및 메이킹 필름 등 미방송분이 전파를 탄다. 1회부터 12회까지 배우들의 성장 과정을 맛보기 식으로 느낄 수 있을 예정이다. 작품에 함께 웃고 울었던 시청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제작진은 본편만큼 재밌는 속편이라고 귀띔했다. 김은주 기자


ent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