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잘난 엄마 친구 아이를 일컫는 ‘엄친딸’ ‘엄친아’. 이 단어도 모자라 ‘뇌섹남’이 유행이다. 이 단어는 본래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남자나 유머 감각을 지닌 남자 정도로 사용됐으나 ‘브레인 시대’를 맞이하면서 ‘머리가 똑똑한 남자들’을 일컫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신조어의 변화는 요즘 방송가에 부는 성적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뇌섹녀’ ‘뇌섹남’은 지난해 잡지에서 주로 거론됐던 신조어들인데 올해 2월부터 방송 중인 케이블 채널 tvN ‘뇌섹시대 - 문제적남자’가 런칭된 이후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명석한 두뇌를 가진 남자들이 모여서 세계적 수준의 문제들을 풀고 이를 토론해보는 내용이다. 출연진만 봐도 면면이 뛰어나다. 방탄소년단 출신 랩 몬스터는 아이큐 148, 수능 모의 성적 상위 1%. 독학 토익 900점 등 화려한 성적을 자랑한다. 이장원은 카이스트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다른 출연진인 전현무, 김지석, 하석진, 타일러 라쉬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 게스트로 다녀간 엑소 수호는 ‘뇌섹남’ 검증 과정으로 학창 시절 성적표를 공개했다. 성적, 어학 실력, 숫자 퀴즈 등을 받은 뒤 ‘뇌섹남’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종합편성채널 JTBC 인기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도 성적 열풍에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초반 보여준 프로그램 의도에서 다소 변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명 인사들이 화려한 직업에서 잠시 벗어나 교복을 입고 학창 시절로 돌아가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일종의 ‘힐링 타임’이었던 것. 강남 김주혁 성동일 윤도현 등 원년 멤버들이 활약했을 때만 해도 학생과의 추억 쌓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다수의 출연진과 시청자들도 “10대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행복했다”며 만족하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로테이션 출연제로 인해 고정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었고, 주목을 끌 아이템도 필요했다. 이로 인해 소위 ‘고스펙’ 연예인들을 하나 둘 기용하기 시작했고 ‘학교=성적’이라는 뻔한 공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연세대 성악가 출신 이아현을 필두로 서울대 치의예과에 진학했던 김정훈, 카이스트 출신 배우 윤소희, 미국 아이비리그 컬럼비아대 영어영문학 전공자 박정현 등 연예계 브레인들이 다녀가고 있다. 오는 16일 방송에서는 해외파 박정현과 국내파 김정훈의 두뇌 맞대결로 몰아가며 재미 포인트를 홍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성적 욕망’이라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지난 11일부터 방송 중인 ‘성적 욕망’은 사교육 최고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교육 토크쇼이다. 첫 방송에서 연예계 대표 브레인으로 통하는 오상진과 장도연을 초대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오상진은 고등학교 시절 성적표를 공개했다. IQ 148을 비롯해 우수한 성적표가 구석구석 전파를 탔다. 진행자 강용석도 IQ 152가 적힌 성적표를 공개하며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16일 헤럴드POP과의 전화통화에서 “대중의 상당수는 학벌이 좋거나 두뇌가 명석한 연예인에게 호감을 보이며 동경 어린 시선들을 갖고 있다. 방송가는 이들의 학벌을 이름 앞에 수식어로 반드시 풀어내며 주목을 끄는 효과를 가져간다. 또한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성적만큼 흥미로운 방송 소재는 없기에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하면서 “하지만 성적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은 해당 스타들의 이미지가 닳으면 서서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스타 탄생이 부재한다면 어느 정도 이미지가 소비된 명석한 연예인을 다시 기용해 주목을 끈다는 건 어렵다”라고 내다봤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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