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배우 서영희가 두 번째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만든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로 관객과 만난다. ‘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에서 피해자 여성의 모습을 그리며 인상 깊은 열연을 보여준 서영희. 그가 이번에는 아픈 사연을 가졌지만, 관찰자로 물러선 여성 해림으로 분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마돈나’는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여자 미나(권소현 분)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 분)이 그의 과거를 추적하던 중 밝혀지는 비밀을 그렸다.
이 작품은 세상에 버려진 소외된 사람들과 이들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의 끔찍함을 담았다. 해림은 이야기 속 관찰자의 입장이다. 그는 VIP병동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상우(김영민 분)의 제안을 받아들인 뒤 미나의 사연을 마주한다. 상우는 의식불명인 아버지의 재산을 얻기 위해 역시 의식불명인 미나의 심장이 필요한 상황. 자신의 이익을 위해야하는 해림은 관객을 대신해 갈등하고 분노하며, 때로는 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
“해림은 갈등을 해요. 처음에는 권력과 돈에 흔들려 순순히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였지만, 미나를 찾다보니 같은 여자라 관심이 가고 그 입장이 돼요. 하지만 제 입장이 되면 모른 척 하고 싶어 상우의 입장으로 갔다가도 어떻게 하는 게 맞을지 끝까지 갈등하죠.” 서영희는 이 갈등을 극중 해림이 만나는 인물의 관계 속에서 표현했다. 미나, 그의 아기, 자신과의 갈등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어려운 것은 없었지만, 이것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어려움이 있었다.
또 서영희는 관객이 해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미나가 돋보여야하는데 자신이 중간에 맥을 끊게 될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서영희의 입장에서는 튀지 않고 균형 있게 캐릭터를 잘 연기해내야 했다.
무엇보다 그가 ‘마돈다’를 만나 이렇게 균형 있게 자신을 절제하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연기한 여성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돈나’는 제목부터 좋았어요. ‘뭘 상징하지. 마돈나가 뭐지’라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봤는데 ‘마돈나’의 인물이 우리가 아는 섹시한 이미지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반전이기도 했죠. 같은 여자의 입장이라 안쓰러워 아프기도 했고, 이런 것들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해림은 그동안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라 매력이 있다 싶었죠. 그동안 피해자 역을 했으니 멀리 떨어져 관찰자로 끌고 가는 능력이 있을까 싶었는데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은 캐릭터도 그렇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날카롭다. 해림 캐릭터도 복잡한 내면을 가지지만, 변요한이 맡은 의사 혁규도 상우에게 굴복하면서 양주를 억지로 마시는 장면을 소화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를 지켜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외면’한다. 신수원 감독은 앞서 이 작품의 제작배경을 설명하면서 길거리의 노숙자들에게서 느낀 공포감을 언급한바 있다. 이에 대해 서영희는 그 공포감을 ‘주변의 외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같아요. 감독님은 길에 버려진 여자보다 그 여자를 모른척하는 모습, 알려고 하지 않는 것과 더러운 여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고 생각해서 감독님이 작품을 쓰셨던 거 같아요.”
누구나 그런 상황에 빠지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세상이다. 도움을 줄 여유가 우리에게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영화는 이런 메시지를 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어렵게 설명하면서 메시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림과 미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들이 겪는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서영희는 이에 대해 ‘마돈나’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어려운 영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쉽게 따라 갈 수 있다는 것.
“‘마돈나’가 칸에 다녀왔다고 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웃음) 어둡다고 어렵지는 않죠. 그런 걱정으로 안 보시지 말고 쉬운 영화니까 데이트할 때 보면 대화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부부나 연인, 친구들과 오셔서 보고 ‘나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것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참 공감이 되실 거예요.”
‘마돈나’는 물론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국내 작품들이 하나같이 여배우들이 주목을 받은 영화다. 그리고 여성 영화로 대표될 수 있는 작품들이다. 김혜수 김고은의 ‘차이나타운’, 전도연의 ‘무뢰한’, 고아성의 ‘오피스’, 그리고 서영희 권소현의 ‘마돈나’까지 여배우들이 돋보인다. 남성영화 위주인 충무로에서 인상 깊은 성과로 비쳐진다. 서영희 역시 이에 대해 기쁜 내색을 보였다.
“기분 좋아요. 요즘 조금 남성 위주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고 운 좋게 한꺼번에 줄다리기 하듯 쭉쭉 좋은 결과들이 나왔어요. 어마어마한 영화제 간 게 멋있었어요. 여자들의 힘 같은 느낌이라서 거기에 같이 함께 하는 게 좋았죠. 존경하는 김혜수 전도연 선배님이 앞을 뚫어주시니 저희까지도 빛을 같이 보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우먼파워가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1999년 연기 생활을 시작한 서영희. 십여 년의 시간을 지나온 그는 칸에서도 주목하는 여배우로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더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해왔다고 고백한 서영희는 자신의 연기를 차분하게 돌아봤다. 어둡던 밝던 자신이 받은 작품의 감동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는 서영희의 행보가 기대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촬영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5년 만에 칸에 갔다니 시간이 빠르네요. 지루할 때나 힘들 때도 있었고 고민한 시기도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십몇 년이 흐른 게 잘 느껴지지 않아요.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것 같아요. 연기는 앞으로 잘 다듬으면서 해나가려고 해요. 지금까지 튀어 보이지 않으려고 했고, 그래서 욕도 덜 먹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했고 그래서 밉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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