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액션 키드'라는 별명 못지않게 '연기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한 류승완 감독.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연기를 할 생각이 없음을 단호하게 밝혔다.

"연기는 더 이상 안 할 거예요. 옛날에는 연기가 영화를 만드는 저의 일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사실 저는 연기가 재미없고 어색해요. 그리고 보다 중요한 건 제가 아직도 작업을 하지 못한 좋은 배우가 많다는 사실이에요. 괜히 제가 연기하다고 나섰다가 훌륭한 배우들과의 작업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아요."

과거 류승완 감독은 '경주', '배우는 배우다', '짝패', '오아시스', '친절한 금자씨' 등 자다수의 영화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류승완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렇듯 감독과 배우의 영역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관객의 반응도 소중하게 생각했다. 영화 '베테랑' 시사회 리뷰를 읽다가 밤에 잠도 못 잤다는 것.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과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개봉 후 나타날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저는 무료 관람과 유료 관람의 차이는 크다고 봐요. 돈을 내고 티켓을 산 일반 관객들은 일정 보상을 바라고 극장 안으로 들어서는데 시사회는 이벤트 그 자체로 일정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 있기 전까지는 항상 긴장이 돼요."

류승완 감독의 10번째 연출작 '베테랑'은 안하무인 재벌 3세를 쫓는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오늘(5일)부터 전국 극장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베테랑' 속 류승완 표 액션은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는 후문.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영화 세계가 액션에만 치우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저는 영화를 찍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의 방점은 액션이 아닌 영화에요. 영화의 구성 요소 중에 액션이 들어가는 것뿐이죠. 물론 저는 액션을 좋아해요. 액션은 가장 영화적인 행위 중 하나죠. 온전히 가짜인 것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게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마술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액션은 영화의 표현 양식 중 하나일 뿐, 제가 앞으로도 액션만 한다고 말할 수 없을 같네요.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웃음)

[류승완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이 '베를린' 이후 2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라는 점 외에도 연기파 배우 황정민, 유해진, 오달수, 유아인과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장윤주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만큼 류승완 감독은 캐스팅에 공을 들였고, 그가 어째서 캐스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설명했다.

"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캐스팅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단체 여행이랑 비슷하죠. '구성원이 누구냐'에 따라 여행의 경험이 달라지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즐겁고 행복하기 위한 구성원을 뽑는 게 중요하고, 그래야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요.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염두에 두는 건 신구의 조화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훌륭한 연기력과 좋은 인간관계에요. 그런 배우들이 세팅이 되면 배우들은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요."

그는 "실제로 영화 속 캐릭터로 삶을 사는 배우들의 연기로 탄생한 명장면이 많아요"라면서 "좋은 애드리브는 배우들이 미리 준비해오는 것보다 촬영 도중에 튀어나오는 거예요. 고도로 훈련된 사람만이 준비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장면이고, 완벽하게 영화 속 삶을 살기에 나온 반응이죠. 그런 모습을 볼 때 묘한 쾌감이 있어요"라고 털어놨다.

영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두 눈을 빛내며 설명하는 류승완 감독을 보며 기자는 그가 '뼛속부터 영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이 꿈꾸는 영화 인생의 최종 목표를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 경찰이 부당한 사건에 빠진 시민을 구한 사건이 생겼어요. 영웅이 된 그 경찰은 인터뷰에서 '내가 경찰이 돼서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어렸을 때 봤던 영화 '베테랑'을 통해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전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저를 바꿨으니까요. 관객들이 '베테랑'의 청량감으로 에너지를 얻고 무언가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라요. 영화를 본 분들의 삶에 행복한 기운을 만들어내는데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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