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날았다. 해바라기를 넘어서더니 날렵한 경공술을 펼쳤다. 김고은이 스크린 위에서 자유로운 모습으로 날아다닌 것. 하지만 그가 날기까지는 육체적인 고생이 그만큼 심했다. 화면 밖에서 와이어를 타고 마음껏 날아다닌 김고은은 “초반에는 재밌고 2회차부터는 좀 아팠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고은은 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했고, 맡은 캐릭터가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이라 감정도 많이 끌어올려야 했다. 그만큼 그는 신작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으로 이전 작품과는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송재원 기자

‘협녀, 칼의 기억’은 칼만 있으면 천민도 왕이 될 수 있었던 시대 고려 말, 유백(이병헌 분), 월소(전도연 분), 홍이(김고은 분) 세 검객의 숙명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김고은이 맡은 홍이는 복수를 위해 월소에게 무공을 배운 인물이다. 유백과 월소를 죽여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 탓에 절망하지만 결국 칼을 들고 유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김고은은 최근 헤럴드POP과 만나 ‘협녀, 칼의 기억’을 비롯해 연기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번 작품의 액션연기를 위한 훈련에 있어서 배우라고 덜하거나 쉽게 하지 않았다.

“배우라고 해서 덜하거나 쉽게 하는 게 아니고 대역인 언니가 저와 같이 훈련을 받았어요. 그분도 액션 중에서도 무협은 처음이라 같이 배웠죠. 저뿐 아니라 제 대역과 월소 대역도 있어 대역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았어요. 훈련하는 방식이 하나를 하더라도 쉽게 안 해요. 어떤 동작을 소화하면 좋겠다고 하면 2분간 버티기로 하거나 칼을 내려치는 것을 하면 100번을 시키는 거죠.(웃음)”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송재원 기자

사실 영화 속 칼에는 각각 기본적으로 무게가 있다. 검마다 주인이 있는 것. 홍이가 사용한 월소의 검과 풍천(배수빈 분)의 검 무게가 서로 달랐다. 김고은은 “월소의 검은 처음에 들면 무겁고 적응이 필요한데 여성스러운 검이라서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 특히 후반 액션에서 사용한 풍천의 검은 묵직하고 남자다워 그 검을 쓸 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칼 하나를 다루는 데도 만만치 않은 힘을 써야했다. 물론 여러 장면을 촬영하면서 다치는 고생도 감수해야했다.

“실제로 위험했어요. 저도 다쳤고요. 잦은 부상이 있었어요. 칼에 긁히고 타박상은 늘 있었죠. 근데 살이 벌어지게 피나 철철 난 것은 처음이었어요. 액션 마지막 촬영 때 다쳐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액션 장면을 촬영하면서 오히려 다치지 않는 게 힘들지 모른다. 육체적으로 혹독한 훈련을 거쳐 촬영장에서 와이어에 매달린 채 살다시피 한 김고은. 그는 ‘협녀, 칼의 기억’으로 얻은 고통만큼 그동안 쌓아온 인내를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송재원 기자

“촬영기간 1년 가까이 한군데도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어요. 마치 맞은 상태가 1년 동안 계속 된 거죠. 하지만 매일 통증이 가시기 전에 연기를 해야 됐어요. 골반은 걸려있고 발목도 얇은 편이라 잘 접질리고요. 발 모양도 ‘칼발’이라 중심도 못 잡았어요. 훈련으로 극복해도 잘 다칠 수밖에 없었죠. 손목도 아프고 승모근도 생기고 목 디스크도 왔더라고요. 모든 관절 부분이 항상 맞은 것처럼 있었어요. 그 정도로 매일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인데도 제가 계속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든 끝까지 가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은 ‘은교’ 때부터 생긴 마음이에요. 걱정을 해도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특히 김고은은 첫 작품을 시작으로 유난히 힘든 영화들을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앞으로 다가올 큰 작품에 대해서 크게 데미지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초반부터 너무 예쁜 역할들이나 그런 작품에 출연하다보면 나중에 센 작품이 너무 크게 다가 올 것 같았다는 게 김고은의 생각이다.

이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충실히 파악하고 어려운 점을 돌파해 나가는 법을 배운 김고은은 첫 시도인 무협영화 역시 하나씩 마스터해나가는, 마치 무술 수련을 하듯 해나갔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송재원 기자

“한 액션 신을 찍을 때 보통 5일이 걸려요. ‘3초식’ 장면은 4일을 찍었고요. 후반부에 가면 이미 합을 외우는 것에는 도가 트게 되더라고요. 정말 1년 되니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듯 했어요. 어느 순간 이 검의 형태를 신경 쓰지 않아도 그대로 가서 내려치게 됐죠. 주변에서는 이런 게 그냥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게 몸이 긴장되면 몸도 따라가 꿀렁거려요. 몸에 힘이 빠질 때까지 하는 거예요. 그 동작을 옆으로 비스듬히 치는 식으로 하면 다시 또 그렇게 되고요. 그런 과정을 지나가면 칼을 머리 위로 돌리는 동작까지 하는 거죠.”

무협영화라고 고민하지 않았다는 김고은. 오히려 반가웠단다. 그는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았다. 해보지 않고 걱정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이 없었다면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런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김고은이 어찌 배우로서 성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에게 두려움 따윈 없는 것 같다.

“홍이가 제 나이또래의 친구고 제가 액션도 잘하잖아요. 두려움이 없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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