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어느덧 데뷔 15년 차로 접어들었지만 어린 시절 풋풋했던 환한 미소는 여전하다. 그래도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쌓아온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한 것일까. 이젠 설레는 로맨스만이 아닌 광기와 야심, 불안감, 열등감 등의 감정을 무게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바로 '살인 미소' 김재원 이야기다.
김재원은 지난달 29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 인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실 김재원의 인조 캐스팅은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뽀얀 피부와 매력적인 미소로 그동안 선한 역할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청나라에 패한 뒤 참담한 굴욕을 맛본 인조의 극한 감정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김재원은 드라마 중반 합류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첫 등장부터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특히 그는 최근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역사 속에서 기억하는 인조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인조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말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와요. 저는 생각이 정리가 안 됐는데 상황은 흘러만 가고 그것에 대한 제 선택이 빗나가는 거죠. 그런데 그 결과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커다란 산사태를 가져오는 거예요. 전 인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어렵게 왕이 됐는데 인조도 얼마나 정치를 잘하고 싶었겠어요. 하지만 그는 빠르게 격동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 속에서 정말 많은 내면의 갈등을 겪었겠죠. 저는 이런 흐름 속에 있는 인조의 모습을 시청자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인조를 선택한 김재원의 행보는 생애 첫 악역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사실 김재원은 하얀 피부와 해맑은 미소로 그동안 선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었던 것. 특히 그를 대중에게 알린 MBC '로망스' 이후 자신을 따라다니는 '살인 미소'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워 이러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김재원은 이러한 의문에 선을 그었다.
"저는 제게 붙은 '살인 미소'라는 수식어가 좋아요. 가장 행복했을 때 얻은 수식어니까요. 아직도 제겐 좋은 기억인데 어째서 그게 지겹다고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힘든 순간들을 그때의 좋았던 기억들 덕분에 견딜 수 있었거든요. 전 기둥 위에 또 다른 기둥을 세우고 싶지 과거의 기둥을 치우고 다른 기둥을 세우고 싶지는 않아요"
자신이 말한 '다른 기둥'을 세우기 위해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부던히 노력 중인 김재원. 특히 그는 군 제대 후 가장 큰 변신을 꾀했다. 복귀작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휴먼드라마 MBC '내 마음이 들리니'를 선택한 김재원은 극중 후천적 청각장애를 지닌 재벌 2세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캐릭터 선택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내 마음이 들리니'의 성공적인 변신 이후 그해 연말 시상식에서 '로망스'의 배유미 작가와 재회했다는 그는 그때의 인연으로 출연하게 된 MBC '스캔들 :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을 통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게 된 하은중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연기파 배우로서의 초석을 쌓은 김재원은 아직도 끊임없는 향상심을 보였다.
"'스캔들'에서 정말 좋은 선생님, 제작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사실 전 아직까지 배움이 부족해요. 그래서 좋은 선배님들과 일하는 것만큼 훌륭한 가르침 장소는 없는 것 같아요. 전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배워왔기 때문이에요. 최고의 감독과 배우, 스태프가 있는 현장에 제겐 최고의 학교라고 생각해요"
사실 김재원은 친누나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단 한 번도 오디션을 보지 않을 정도로 행운이 따랐던 그이지만 지난 14년이란 세월 동안 만들어 온 발자취는 배우가 천직임을 깨닫게 된 김재원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진 않았든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이 자신의 길이 됐다는 김재원. 끝으로 그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김진만 감독이라고 제가 좋아하는 형이 있어요. 진득함과 우려냄 같은 게 있는 분이에요. '스캔들'이 끝나고 그 형이랑 젊은 배우들끼리 달리기 릴레이를 했어요. 사실 형이랑 저랑 평소 골골대기로 유명해요. 그런데 형이 마지막 한 바퀴를 돌 때까지 속도가 줄지 않는 거예요. 결국 형이 이겼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몰라요. 알고 보니 형이 그동안 108배로 자신을 단련시켰더라고요. 사실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선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가는 식지 않는 열정이 필요해요. 형의 꾸준한 노력이 형이 갖고 있는 지치지 않는 모습을 만들었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가면 누군가는 내가 그 형을 바라봤던 눈빛으로 나를 봐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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