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상사는 말한다. '열정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고. 부하는 중얼거린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상황 어딘가 익숙하다. 뭔가 나도 해본 적 있는 듯한 대사다. 바로 우리가 사회초년생이던 그때 그 시절에 말이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이하 '열정같은소리', 감독 '정기훈')는 취직만 하면 인생이 풀릴 줄 알았던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 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사 하재관(정재영 분)을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 공감 코미디 영화다.

[사진=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스틸]
[사진=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스틸]

명문대 신문방송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취업에 족족 실패한 도라희. 그는 어렵게 한 스포츠 신문의 연예부 수습기자로 입사했지만 첫 출근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지뢰처럼 입만 열면 험한 욕을 쏟아붓는 데스크 하재관을 만났기 때문.

아직 기자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도라희는 일만 하면 사고다. 하재관은 이런 도라희가 못마땅하지만 "열정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며 사건 현장 곳곳에 보낸다. 그러던 중 도라희는 대스타 우지한(윤균상 분)을 취재하게 되고 왠지 모를 '특종감'을 발견, 집요하게 파고들며 기자로서 성장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10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수습기자들의 험난한 직장생활기를 통해 현대 사회초년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려 노력한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대학만 가면, 그리고 졸업만 하면 취업은 따라오는 줄 알았던 우리. 그런데 막상 입사시험에 합격하니 돌아오는 현실은 또다시 "열심히 해라"다. 이러한 설정은 비단 수습기자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에서 우리가 겪었던 비애와 별반 다르지 않게 그려지며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진=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포스터]
[사진=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포스터]

여기에 꿈에 나올까 무서운 정재영의 현실감 넘치는 호통과 다소 허당처럼 보여도 자신의 의견을 똑똑히 말할 줄 아는 박보영의 똑 부러진 연기는 극중 하재관, 도라희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내며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진경, 오달수, 배성우 등 충무로 대표 조연 배우들의 베테랑 코믹 연기 또한 이 영화를 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라는 제목과 달리 '열정을 가지고 버텨라'는 메시지를 담은 느낌이다. 결국 주인공 도라희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과 휴일 없는 일상, 다소 성희롱적인 발언도 꿋꿋이 참아가며 버티고 버티다 모두에게 인정하는 기자로 성장하니 말이다. 우리 시대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을 담으려 한 흔적은 보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어설픈 러브스토리와 현실과 동떨어진 결말, 그리고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희망 혹은 해결책이 등장하지 않은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이미 직장인들의 고통과 애환을 그려낸 tvN 드라마 '미생'을 통해 '격한 공감'(이하 '격공')을 경험한 적 있는 대한민국 관객들이 '열정같은소리'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이 울컥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 정재영과 박보영의 하드캐리를 앞세운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회초년생과 직장인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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