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대세 배우’ 유아인이 이끄는 SBS ‘육룡이 나르샤’와 한류스타 소지섭과 신민아가 만난 KBS ‘오 마이 비너스’. MBC ‘화려한 유혹’은 이 쟁쟁한 작품들 사이에서 고정 시청 층을 확보하며 사랑받고 있다. 물론 ‘화려한 유혹’은 ‘육룡이 나르샤’처럼 화려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도 아니고 ‘오 마이 비너스’처럼 말랑말랑한 로맨스도 아니다. 인간의 복수와 사랑 그 안에서 피어나는 용서를 담는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다. 이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물이 있다. 스타 국회의원인 아내(차예련)를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을 보여주는 남자 권무혁이다. 이 인물이 배우 김호진(45)을 통해 결결이 살아나고 있다. 권무혁은 순수하고 여린 사랑에서 집착에 빠지는 무서운 사랑을 하는 남자가 돼 가고 있다. 아내의 머리카락을 모으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도 사랑을 달라고 애원한다. 결국 강제로 스킨십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폭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살해 계획도 짠다. 이런 역할을 ‘하이틴 스타’ 출신 배우 김호진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 연출을 맡은 김상협 감독과는 평소 친분이 있었어요. 늘 저에게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하셨거든요. 이번이 그런 작품이 됐네요.”
김호진은 광기 어린 연기를 하지만 힘을 주는 법이 없다. 부드러움 속에 터지는 섬뜩한 느낌이 강렬하다. 50회 중 아직 초반이다. 센 캐릭터를 벌써부터 풀어놓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집착 멜로’의 절정을 보여줄 예정이기에 감정을 쏟을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영리한 배우다. 극단 시절부터 27년간 연기 경험을 쌓으면서 그가 터득한 노하우다.
김호진은 제2의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말 연기 대상에서 트로피 하나 기대해도 좋을 정도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이렇게 많은 기자들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 권무혁이라는 역할로 이런 관심을 받는 게 내 인생의 전환점처럼 느껴진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밤샘 촬영이 잦을 정도로 일주일이 바쁘다는 김호진은 광기 어린 연기가 화제를 모은 이유에 대해 “한 방에 맞으신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그동안 김호진이라는 배우 하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다가 집착이 강한 사랑 연기를 하니 갑자기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드시나봐요(웃음). ‘맛있는 TV’라는 프로그램도 출연하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도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에요. 사실 최근에 제가 제 연기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좀 섬뜩하더라고요. 웃음이 났습니다.”
김호진은 권무혁 캐릭터가 사이코패스라는 시청자 반응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나왔을 때 당황했다. 아내를 향한 맹목적 사랑이 표현 방식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우리가 평범했다고 여겼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모습이 됐을 때 그 과정이 어떨지 상상하면서 연기하고 있다”라며 “‘집착 멜로’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호진이 악역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8년 방송된 MBC ‘세상 끝까지’와 2003년 KBS ‘노란 손수건’에서도 기존의 순수한 이미지를 과감히 벗었다. 특히 ‘노란 손수건’에 출연할 당시에는 배우로 데뷔한 이래 가장 많이 욕을 먹었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체감 온도가 남다르다. 악역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데뷔 초였다면 좋은 이미지를 가진 역할만 했을 거예요. 당시에는 그렇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요. 양아치나 악인을 연기하면 파장이 오래 갔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죠. 배우로서 변신할 수 있다는 건 하나의 즐거움이죠. 그동안 쌓아온 연기 덕분에 그걸 등에 업고 악인 권무혁이 나올 수 있었으니까요.” 아내이자 배우인 김지호는 “좀 더 강하게 하라”고 조언했을 정도란다. 아내의 든든한 지원을 업고 온전히 권무혁에 빠질 수 있는 나날이라고 했다.
그동안 김호진은 매년 한 작품 이상 꾸준히 출연했을 정도로 배우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다가 최근 5년간 요리에 열중했다. 그 결과 7개의 각종 요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요리로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서 ‘요리하는 남자’라는 이미지도 강하게 박혔다.
“27년간 연기를 했는데 왜 슬럼프가 오지 않았겠어요. 그 힘든 시간을 요리를 하면서 극복했죠. 요리를 했던 시간이 저에게 참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제가 데뷔할 때부터 생각한 게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하다가 가는 것입니다. 한 해 한 해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배우로 살고 싶어요. 다른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마지막으로 김호진은 권무혁이라는 캐릭터를 50회가지 잘 끌고 가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40~50대는 연기가 물이 오를 때”라면서 “격정적인 멜로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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