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국민 여동생'하면 떠오르는 배우 문근영. 어느덧 데뷔 16년 차에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그가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와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힐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문근영은 지난 3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 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에서 한소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극중 언니 김혜진(장희진)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며 끊임없는 긴장감을 선사, 키 플레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해 해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작년 영화 '사도' 촬영 당시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오춘기'에 빠져 배우로서의 길을 고민했다는 문근영. 한참의 고민이 끝난 그는 한층 더 자신감이 넘치고 중심이 잡힌 배우로 돌아온 모습이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송강호 선배님께 대적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힌 그를 헤럴드POP이 만나봤다.
Q. '마을'을 끝내고 허전하진 않았는지? "장르적 분위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끝나고 나니 너무 허하더라고요. 물론 어떤 작품도 끝나면 허해지는 게 있는데 유독 이 작품은 촬영장 현장에 있는 게 너무 재밌어서 그런지 더 허했어요.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거든요. 어떻게 독특하게 짜릿하게 만들까 고민하며 굉장히 열정적으로 즐겁게 촬영했어요. 그런 현장을 다시 못 간다는 게 아쉬울 정도에요."
Q. 본인 연기에 몇점을 주고 싶은지? "70~80점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전 관찰자고 질문을 던져야 하는 사람인데 제가 너무 세면 답변하는 사람들이나 진실의 힘이 약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근영 연기가 '평이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제가 계획했던 게 잘 된 거라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저랑 같이 호흡을 맞춰줬던 다른 배우들이 잘해주셔서 많은 힘을 받았어요. 아직은 연기자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20~30점은 뺐어요.(웃음)"
Q. 이전 작품보다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 가야한다는 책임감, 의무감, 부담감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주인공으로서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다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주축이 됐다면 이번에는 제가 관찰자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사연을 들어야 하는 점이 달랐던 것 같아요. 조금 더 넓게 보는 시야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Q. 이번 작품에는 특히 연극 출신 배우들이 많았다. "아마 제가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거에요. 저를 거처가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없어요.(웃음) 배우마다 연기 스타일이 다르고 호흡 방식이 달라요. 특히 저희는 연극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드라마의 촬영 시스템을 잘 못 따라가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제가 배려해 드릴 부분은 배려해드리고 잘 맞출 수 있게 노력했어요. 저도 연극 '클로저'를 해봤기 때문에 그 분들이 왜 답답해하는지 알겠더라고요."
Q.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확실히 시간을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보이는 게 확실히 많아졌어요. 우리 현장에서 연기 못하는 배우들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게 보였다는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카메라 앵글 연기에 서투신 분들이 계시면 조언을 해드리고 이제 막 시작한 스태프가 있다면 그분들께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알려드렸어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제 별명이 '문감독'이었어요.(웃음)"
Q. 벌써 데뷔 16년이다. "그렇네요.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 일을 하면서 살았어요. 하지만 아직 연기자로서의 위치는 잘 모르겠어요. 전 재밌어서 이 일을 시작했고 성인이 된 후로도 직업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 저는 여전히 연기가 재밌어서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연기가 지겹다기 보다 힘들어서 지겨울 때가 있어요. 전 더 잘하고 싶은데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싶을 때, 아니면 저보다 더 뛰어난 배우들을 볼 때 질투심이나 열등감으로 힘들 때가 있죠. 그런 고민이 많아지면 거기에 지치고 힘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진 연기가 재밌고 여전히 재밌게 하고 싶어요." Q.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진 않은지?
"사람들이 '국민 여동생'이라고 불러주시면서도 제가 '국민 여동생'의 모습을 깨는 걸 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서 저도 이것저것 많이 해본 것 같아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굳이 그런 이미지를 벗으려고 하는 게 에너지 소비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거와 별개로 저라는 배우가 있는 건데 말이에요. 저도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 테고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날 때가 올 텐데 조급할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외모가 정말 동안이다.
"어렸을 때는 제 동안 외모가 약간 핸디캡이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동안이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장화 홍련'에서 임수정 언니가 그때 24살이었어요. 외모는 고등학생인데 눈빛은 깊은 뭔가가 있었죠. 그런 게 묘한 매력이고 장점인 것 같아요."
Q. 영화 '사도' 때 반항기가 왔다던데?
"'사도'를 찍기 직전에 오춘기가 찾아왔어요. 전 20대 때 내내 반항기였는데 '사도'가 끝날 때 즈음 특히 심했어요. 작년 8~9월달인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뭔가 생각이 많아지더라거요. 제가 지금까지 연기해온 시간들에 대한 허탈감과 허무함이 있었어요. '어떤 배우가 돼야할까'라는 고민도 많았죠. 그때 처음으로 선배님께 의지라는 걸 해본 것 같아요. 전 어린나이부터 제가 항상 이끄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의지를 한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너무 힘드니까 엄마랑 친구랑 선배를 붙잡고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절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치유가 정말 많이 된 것 같아요. '아. 내가 주체적으로 행복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어떤 고민을 했는지? "제가 아직 20대인데 제 스스로 봐도 전 너무 식상해 보이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을 보면 참신해 보이는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배우로서의 자존감도 줄어들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란 사람에 대한 자존감도 없어졌죠."
Q. 어떻게 극복을 했나? "같은 연기를 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사도' 때가 처음이었어요. 맨날 술자리였죠. '제가 비주얼을 잃은 대신 선배님들의 주옥같은 말을 얻었다'고 말할 정도로요. 그때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으면서 생각이 정리됐어요."
Q.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 "당시 이준익 감독님이 '넌 문근영이야. 잊지 마. 자신감을 가져. 하고 싶은 걸 다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땐 '감사합니다'하고 넘어갔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말이 참 많이 와 닿더라고요. 이젠 좀 더 절 믿어보려 해요."
Q. 작품 선택의 기준은?
"전 정말 열려있어요. 스케일이 작아도 상관없어요. 무궁무진한 저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다만 간만에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전 시청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죠. '넌 문근영이야'라는 말에 엄청난 의미가 내포돼 있더라고요. 분명 저보다 예쁜 배우들도, 그리고 연기가 뛰어난 배우들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는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를 대체할 수 없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송강호 선배님께 대적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ent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