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들리는 것은 오직 숨소리, 침묵 속에 말은 필요 없다. 모든 것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하 디카프리오)의 눈빛 속에 존재할 뿐이다. 삶의 유일한 이유였던 아들을 향한 사랑과 그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고통, 원수를 향한 불타는 복수심과 이를 위한 처절한 생존기까지. 디카프리오는 대사가 아닌 눈빛으로 이 모든 것을 담아내며 진정한 '연기신'의 귀환을 알렸다.

[사진=영화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메인 포스터]
[사진=영화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메인 포스터]

24일 오전 CGV 왕십리에서 첫 선을 보인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감독 알레한드로 G.이냐리투, 이하 '레버넌트')는 삶이 전쟁과도 같았던 19세기 초 아메리카 대륙의 모습을 그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곰의 습격으로 죽음의 문턱 앞에 선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신을 버리고 혼혈 아들마저 죽인 동료 피츠 제럴드(톰 하디 분)에게 복수하는 사투를 담았다.

세상엔 수많은 아픔이 존재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 디카프리오는 눈앞에서 아들이 살해당하는 휴 글래스의 절망을 오로지 신음과 눈빛만으로 표현해냈다. 미혼인 그가 어떻게 이런 부성애를 연기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리얼한 연기를 보여준 디카프리오는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복수를 위해 생존하는 휴 글래스의 처절함을 온몸으로 표현해 감탄을 자아냈다.

[사진=영화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스틸]
[사진=영화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스틸]

그리고 이러한 디카프리오의 열연 덕분에 휴 글래스의 생존과 복수는 더욱 힘을 받았다. 두 팔로 기어서 이동하고 날 생선을 거침없이 뜯어 먹는 휴 글래스의 생존기는 관객들을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의 긴장감 속에 몰아넣었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아들을 사랑했고 아들의 죽음을 고통스러워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상대역 톰 하디의 공도 크다. 며칠 전 깜짝 내한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극악무도한 피츠 제럴드를 실감 나게 연기해 관객들의 공분을 샀다. 얄미운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스크린 속에 들어가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더불어 생존의 위협을 느낀 인간이 얼마나 비열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줘 씁쓸함을 자아냈다.

[사진=영화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스틸]
[사진=영화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스틸]

하지만 영화는 복수보다는 생존, 자연의 위대함과 이에 대한 경외심에 초점을 맞췄다. 이냐리투 감독과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다운 대자연을 마치 한 편의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담아내 놀라움을 안겼다. "시간과 공간과 빛, 이 세 가지가 영화의 정수"라며 "자연을 오마주하고 싶었다"는 이냐리투 감독의 목표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한 듯 보인다. 또한 영화는 생존의 위기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인간적이면서도 유약한 모습을 보여줬던 리더 앤드류 헨리(돔놀 글리슨)부터 생존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브리저(윌 폴터), 그리고 혼혈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호크(포레스트 굿럭)까지. 이냐리투 감독은 극한의 고통 앞에 나타나는 인간 군상을 통해 관객들이 깊은 생각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사진=영화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스틸]
[사진=영화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스틸]

이외에도 영상의 경이로움에 힘을 보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과 CG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곰과 디카프리오의 사투신은 '레버넌트'를 보는 또 다른 볼거리 중 하나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지만 그만큼 서부 개척 시대의 비극성을 극대화했다. '무관의 제왕' 디카프리오의 오스카상은 이번에 수상 가능성이 밝아 보인다. 단숨에 이해가 될만큼 쉬운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한 번쯤 볼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15세 관람가. 오는 1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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