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는 혜리였고, 혜리가 덕선이었다. 두 인물이 동시대에 공존하는 듯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14년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속 애교스러운 모습으로 ‘응답하라 1988’의 사랑스러운 덕선이 역으로 캐스팅 된 혜리는 현실에서 보여준 매력을 카메라에 옮겨놓으며 큰 인기를 모았다.

행운이 가져다준 우연한 결과는 아니다. 피나는 연습과 자기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88년의 순수했던 고교생을 연기하기 위해 1,2회만 무려 두 달 가까이 연습했다. 심지어 팔자 걸음걸이까지 캐릭터를 분석해 넣었다. 동료 배우들도 “혜리 정말 힘들겠다”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매일 연기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혜리의 고집스러운 연기 공부는 이유가 있었다. 인기 드라마 시리즈에 여주인공으로 발탁됐을 때 박수보다 비난이 많았기 때문. 지난 2012년 드라마 ‘맛있는 인생’ 이후 꾸준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없었다. 혜리에게 연기 인생 반전이 필요했다. 비난을 칭찬으로 바꾸기 위해 우직하게 연습에 매달렸다. 혜리의 노력과 진심에 대중은 뜨겁게 응답했다.

평소 솔직한 성격답게 혜리는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호기로운 말을 했다. 꾸밈없는 모습으로 비난을 받을지언정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가리고 싶지 않다는 것.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수용하는 겸허한 자세로 활동하겠다며 의젓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응팔’의 인기는 금방 사라지는 거품일 수 있다.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워낙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차기작을 향한 기대로 번질 것이다. 이에 대해 혜리는 “연기를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지금처럼 진심과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으로 보여주겠다”라고 했다. ‘응팔’에서 감정에 솔직하고 타협을 모르는 ‘똑순이’ 성덕선이 앞에 앉아 있는 듯했다.

[‘응답하라 1988’로 뜬 배우 혜리. 사진=송재원 기자]
[‘응답하라 1988’로 뜬 배우 혜리. 사진=송재원 기자]

-1회부터 혜리가 표현한 덕선이는 확실했다. 구김살 한 점 없는 모습에 팔자 걸음걸이까지 디테일한 설정이 눈에 들어오더라. “평소 저는 어깨를 피고 다녀요. 그런데 제가 본 덕선이는 왠지 모르게 기가 죽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있었죠. 여성스러운 친구도 아니라서 팔자 걸음걸이로 표현해서 넣었어요. 그걸 알아봐주시다니 기쁘네요(웃음)”

-‘응팔’ 여주인공으로 최종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박수보다 비난이 더 많았다. 속상하지 않았나.

“굉장히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셨어요. 그래서 ‘아 나까지 걱정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상처를 받거나 걱정하지 않았어요(웃음). 사실 저는 지금까지 연기로 믿음을 드린 적이 없었잖아요. 그동안 큰 사랑을 받았고 대성공했던 작품에 제가 중요한 역할로 캐스팅 됐다는 말을 들으니 그런 반응은 당연하죠. 저도 ‘다들 이러는 건 당연하지’ 생각했어요.”

-오디션을 볼 때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왜냐하면 ‘설마 되겠어’ 생각했거든요. 감독님 이하 제작진도 ‘한 번 보고 싶어서 불렀어요’ 하시길래 저도 ‘한 번 온 거예요’ 맞받아쳤죠(웃음). 이후 대본을 읽는 데 ‘좋다’고 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래도 설마 내가 되겠나 싶었어요.”

[‘응답하라 1988’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혜리. 사진=송재원 기자]
[‘응답하라 1988’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혜리. 사진=송재원 기자]

-신원호 PD가 MBC 예능 ‘진짜사나이’ 출연 모습을 보고 덕선이를 떠올렸다고 하던데.

“오디션 때를 돌이켜보면 ‘리얼리티에서 보여줬던 게 실제인가 연출인가’ 이 부분을 많이 보신 것 같아요. 그때 ‘진짜 혜리 씨 모습이구나’ 하셨어요. 당시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네?’ 그랬거든요. 기사 나오고 나서 ‘진짜사나이’ 때 모습을 떠올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개인적인 이야기와 성격을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말한 사적인 부분을 대사에 넣어주시는 모습을 보고 놀랍고 감동스럽기도 했어요.”

-‘응팔’ 캐스팅 전부터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이었다. 그런 점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악플이나 오해로 되돌아오는 것 같다. “언젠가는 진심이 통한다는 말을 믿고 있어요. 솔직한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요. 적당히 해서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러는 과정에서 (악플이 생기고)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실수한 것도 많았고요. 하지만 제 모습을 감춰서 아예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예능에서의 제 모습은 정말 편하게 그대로 한 것이에요. 그걸 좋게 봐주셔서 이렇게 덕선이가 됐죠. 물론 여전히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죠. 양측 모두 안고 가야죠.”

-1회부터 ‘응팔’의 인기가 대단했다.

“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굉장히 강했다는 것을 잘 알았죠. 그건 모든 스태프도 알았어요. 그래서 제작진도 ‘첫 회부터 잡자’ 하셨어요. 첫 회가 보여야 다음 회가 있다고요. 첫 회 때 화제를 못 만들면 힘들 거라고 하셨죠. 그래서 초반에 1,2회만 엄청 연습했어요. 그렇게 두 달 정도 덕선이가 어떻게 하면 잘 표현될까 연구했어요. 대사, 개그, 의상, 헤어 등 두루 깊이 준비했어요. 지금도 대사가 다 기억날 정도예요. 첫 반응을 보고 살짝 안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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