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기자
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데뷔 30년차 김혜수. '이대 나온' 정 마담부터 베테랑 형사, 무자비한 사채업자, 패션지 편집장까지. 수많은 배역을 연기한 그이지만, 의외로 톱스타 역은 맡지 않았다. 선입견이 가득 담긴 전형적인 여배우 캐릭터로 소모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공식,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제작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에서 깨졌다. 극 중 그는 입만 열면 깨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사고뭉치 톱스타 고주연을 연기했다. 굳이 클리셰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왜 이제서야 여배우 역 택했을까.

김혜수의 선택 뒤에는 김태곤 감독이 있다. 독립영화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이름이 맞다. 평범해 보이는 소재에서 재기발랄한 에피소드를 발굴하는데 능한 그는 '1999, 면회'(2012)를 연출해 충무로 유망주로 떠올랐었다. 이후 '족구왕'(2013)의 각본과 제작을 맡아 신예 안재홍을 라이징 스타로 만들었다. '굿바이 싱글'은 그런 그의 첫 상업영화다.

실제로 만난 김 감독은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영화와 관련된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특유의 부드러운 화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편안하고 따스한 톤의 '굿바이 싱글'은 그와 많이 닮았다. 하지만 대본작업만 2년이 걸린 손이 많이 간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그가 보냈던 치열한 시간이 러닝타임 119분에 압축돼있다.

대본을 집필하면서 그가 가장 우려했던 건 작위적인 웃음과 감정 과잉이다. 특히 초반엔 가볍게 시작하다가 클라이막스에서 신파로 밀어붙여 보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는 상황을 가장 경계했다. 서사를 쌓는 과정이 오래 걸린 이유다.

김 감독은 "일단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가치있는지가 중요하다. 거기에 따른 외피로 코미디가 적절하다고 봤다. 나도 코미디를 좋아하지만, 억지로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보이면 민망하더라. 그런 부분을 피하는 게 어렵기에 코미디란 장르가 난이도가 있다"라며, '굿바이 싱글'은 코미디이지만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정적 울림이 있는 장면에서는 억지로 울리는 걸 피하려 했다. 나 역시 신파를 잘 못보는 편이다. 만약 그렇게 흘러간다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물이 탄생할 것이란 두려움이 있었다"라고 했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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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굿바이 싱글'은 러닝타임 내내 경쾌하게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여운이 있다. 부족하고 서툰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보완해주고, 세상을 배워나가는 성장담이다.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메시지들도 담겼다. 톱배우라 불리지만 정작 내 편은 없다고 한숨쉬는 고주연의 결핍, 어린나이에 너무 많은 짐을 진 단지(김현수), 미혼모 문제, 화려해 보이는 연예계의 이면 등을 무겁지 않게 짚고 간다. 이는 김 감독이 놓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이기도 하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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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캐릭터를 배치해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길 바랐다. (시사회 후) 그런 장면에서 많이 웃어주셔서 나름 보람이 있었다"라며 "나는 웃겨야한다는 강박이 싫다. 하지만 재밌는 게 좋은 거다. 어떤 자리이건 유머라는 건 되게 값지니까.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할 때도 있지만, 일상에서는 유머가 큰 활력이다"라고 했다. 그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유머를 섞는 이유다. 그런 영리한 완급조절 덕에 영화가 비추는 고주연의 일상은 한층 오밀조밀해지고, 현실성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당돌한 여중생 단지가 끼어들면서, 둘의 이야기가 찰기있게 결합됐다. 일상의 특별함을 비출 줄 아는 이야기꾼. 새삼 '충무로 퀸' 김혜수가 왜 그를 택했는지 이해가 갔다. 뻔해 보이는 이야기를 그렇지 않게 풀어낼 줄 안다.

김 감독은 "어떤 의미를 가져가던 관객의 몫이니 강요할 수는 없다. 말초적인 즐거움과 메시지를 동시에 준다면 가치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단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29일 개봉.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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